타이거 우즈가 PGA 투어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타이거 우즈는 골프천재가 아니다. 골프천재로 태어났으되 그것을 뛰어넘은 골프 구루(Guru)이거나 그 화신(化神)이다.

타이거 우즈가 단지 인구에 회자될 정도의 골프천재 중의 한 명이었다면 그 긴 무승(無勝)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어지는 경기가 안기는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긴 부상기간 암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나섰던 성적 방황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더더구나 어둠의 터널을 지나며, 나락과 수렁에서 허우적거릴 때 그에게 쏟아진 비난과 경멸을 감내하고 필드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침체기에 빠졌던 타이거 우즈가 여러 차례 시도했던 황제 귀환의 몸부림, 그리고 몇 번의 성공적 귀환 자체가 보통 골프선수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위대한 발자취였다. 그러나 그는 과소평가 받거나 동정 또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타이거 우즈가 전성기 때 쌓은 업적이 워낙 빛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다시 필드로 귀환한다면 빛나는 업적에 합당한 화려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게 상당수 골프팬들의 통념이었다.

아무도 타이거 우즈가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2013년 8월 월드 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대회 우승 이후 잦은 부상과 일탈로 우승은커녕 골프 자체와 멀어진 생활을 하자 세간에는 ‘우즈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한동안 골프와 절연한 것처럼 지내던 그가 지난해부터 필드 복귀를 위해 몸을 만들고 스윙을 점검하자 빈 소리만 되풀이하는 ‘양치기소년’으로까지 비유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이후 타이거 우즈 복귀의 발자취는 긍정적이었다.
12월 바하마에서 열린 이벤트대회인 히어로 월드챌린지에서 보기 드문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골프스타 18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그는 공동 9위를 기록했으나 왕년의 골프 황제의 위용은 숨김없이 드러냈다.
골프전문가들은 물론 동료 골프선수들까지 그가 무언가 일을 내기 위해 정글로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무엇보다 우즈 스스로 신체 통증 없이 경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왕년의 기량이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확실히 꾸준한 상승기류를 탔다. 1월의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서 공동 23위, 2월의 혼다클래식에서 12위, 3월 벌스파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 5월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위에 오르며 우승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렸다.
그가 종마를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근육에 과격함을 버리고 몸과 조화를 이룬 스윙을 체득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지구촌 최고 골퍼들이 경쟁하는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우승하리라고 예상하는 골프팬은 드물었다.

지난 21~2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GC(파70)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가 보여준 플레이는 신의 선물이다.
혹자는 전성기의 타이거 우즈를 떠올리는 경기였다고도 말하지만 내 눈엔 전성기를 넘어선 경지의 경기였다.

골프전설들이 수많은 대회에서 명 경기를 펼쳤지만 이번 투어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가 펼친 플레이 역시 골프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1, 2라운드 공동선두, 3라운드 3타차 선두, 4라운드 2타차 우승이라는 완벽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도 대단했지만 그가 경기를 풀어가는 자세는 골프신의 강림(降臨) 그 자체였다.
20, 30대의 우즈가 혈기 넘치는, 사납고 충동적인 맹수의 모습이었다면 이번 대회에서의 우즈는 산전수전 다 겪은 지혜로운 맹수의 품격이 넘쳤다.

PGATUOR.COM의 칼럼이 썼듯, ‘그는 이기는 것이 아닌 다만 골프를 했을 뿐이다.’(He merely playing golf not winning.)
칼날 위를 걷는 듯한 고도의 집중력, 멋진 샷이나 실수한 샷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평정심, 자기열광에 빠지지 않는 차분함, 갤러리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고고함 등은 최고 경지의 골프구루 모습이었다. 순수한 골프 그 자체를 연주했다.

그는 아프리카 육상선수처럼 모든 선수를 압도하며 화려하고 장엄하게 황제의 귀환에 성공했다.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동반 경기를 한 영국의 골프천재 저스틴 로즈(38), 로리 매킬로이(29)가 그와 우승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극적인 황제 귀환을 장식하는 모양이 되었다.

현역 선수 중 타이거 우즈를 빼고 누가 ‘골프황제’란 칭호를 받을 수 있을까. 그가 다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골프팬들이나 선수들은 그에게 ‘골프황제’라는 칭호를 흔쾌히 허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 칭호는 그를 위해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페덱스컵 점수배정 방식에 따라 앞에 치러진 3개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상위그룹에 포함되지 않아 20위로 최종전을 시작한 우즈는 우승에도 불구하고 누적점수 2위로 1천만 달러의 잭팟은 저스틴 로즈에게 양보했지만 그의 우승은 1천만 달러보다 값졌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5년 1개월 만에, 일수로는 1천876일 만에 PGA투어 통산 80승 고지에 오른 우즈의 ‘골프역사 새로 쓰기’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가 넘지 못한 벽은 딱 두 가지다. 샘 스니드가 세운 PGA투어 통산 82승과 잭 니클라우스가 세운 메이저대회 통산 18승 기록이다. 우즈의 메이저 우승기록은 14승.
진 사라젠(39승), 바이런 넬슨(52승), 아놀드 파머(62승), 잭 니클라우스(73승) 등 전설적 골프영웅들의 통산 우승기록은 이미 넘었다.

투어 챔피언십에서 보인 타이거 우즈의 기량과 정신이라면 올해 안이나 내년 초 샘 스니드의 기록을 깰 것으로 전망된다.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우승기록에 4승이 모자란 우즈의 도전은 쉽지 않겠지만 투어 챔피언십에서처럼 쓰나미처럼 몰아치는 경기를 펼친다면 불가능한 고지가 아니다.

타이거 우즈의 불가사의에 가까운 변신을 지켜보며 먼 방황 길에 올랐던 탕아가 돌아온 것처럼 반가운 것은 그가 현존하는 선수 중 새로운 골프역사를 쓸 유일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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