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 박성현과 신지애 프로.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9월 23일 경기도 용인 88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현재 세계랭킹 1위 박성현(25)과 전 세계랭킹 1위 신지애(30)가 중하위권으로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우승은 지난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최종전에서 박인비(30)와 명승부를 펼치며 골프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김아림(23)이 차지했고 이정은6가 2위, 오지현, 최혜진, 박결이 공동 3위에 오르는 등 국내 선수들이 상위권을 장악했다.

세계무대에서 잘 나가는 톱랭커들이라면 한 수 아래인 국내 대회에서 우승이나 그 비슷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당연한데 현실은 그 반대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 3승을 올린 박성현이나 한국, 미국 투어에서 상금왕까지 오르고 일본으로 옮겨 올 시즌 3승을 거두며 상금왕을 노리고 있는 신지애는 모두 국내 대회를 평정하고 더 큰 무대를 찾아 해외로 나간 특급스타들이다.

객관적인 기량에서 국내 선수들에게 뒤질 이유가 없다. 그러나 1년에 몇 번 국내대회에 참가한 특급선수들의 전적은 낯이 뜨거울 정도다.
올 5월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김아림과 접전을 벌여 우승한 박인비(당시 세계랭킹 1위)를 제외하곤 해외파 선수들이 국내대회에서 우승한 경우를 찾기 어렵다.

LPGA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이 끝난 뒤 열흘 정도 시간 여유가 있는데다 박세리 선수의 이름이 걸린 대회라 귀한 시간을 내어 참여한 박성현은 1~2라운드 합계 2오버파 공동 53위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간신히 컷을 통과했다. 마지막 3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의 맹타를 휘둘러 공동 20위(3언더파 213타)로 순위를 끌어올렸으나 구겨진 세계 랭킹 1위의 체면은 살릴 수 없었다. 

KLPGA투어와 LPGA투어에 이어 JLPGA투어에서 제2의 전성기를 보내며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신지애는 이븐파 216타로 공동 37위에 머물렀다.

현 랭킹1위와 전 랭킹1위의 흥미진진한 대결을 기대했던 국내 골프팬들로서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골프가 철저하게 심리의 영향을 받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이 국내대회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우선 모처럼 국내 나들이라 심리적으로 긴장감이 풀어질 수밖에 없다.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무대에의 잠시 벗어나 휴식을 갖겠다는 생각도 작용한다.
동시에 세계 톱랭커로서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 국내 선수들에게 뒤질 수야 없다는 자존심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쉽다.
시차에 따른 생체리듬도 정상적이지 않다. 실제 경기에서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짜증을 극복하기도 어렵다.

반면 국내선수들의 심리상태는 한결 편안하다. 세계 톱랭커에게 져도 본전이라는 편한 자세가 깔려있다. 그러면서도 한번 꺾어보겠다는 도전욕도 발동한다. 같은 한국선수지만 상대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라 은근히 텃세의식도 작용한다.

세계 톱랭커라 해도 이런 심리적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객관적 기량이 한 수 아래라고 쉽게 볼 수 없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골퍼에겐 늘 겸손과 평정, 고도의 집중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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