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사진출처=ⓒ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쏴아- 쏴아-’
뇌혈류 검사를 받아보면 혈관에서 파도 소리를 듣게 된다. 대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 같기도 하다. 모니터에 나타난 그림도 영락없이 해변으로 몰려드는 파도의 모양이다. 
이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한적한 해변에 있는 듯 저절로 마음이 편해지고 눈이 감긴다.

빗소리를 들으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술 생각을 한다. 특히나 함석지붕이나 천막, 슬레이트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자연발생적으로 빈대떡과 술을 떠올리게 한다.
몸속을 흐르는 혈류의 리듬과 비나 개울 등 물의 리듬이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억수로 비가 쏟아질 때, 개울물이 철철 넘쳐흐를 때 술 생각이 간절한 것은 몸속 혈류의 리듬에 익숙한 태초의 감성이 살아나기 때문일 것이다.
 
피의 흐름에서 생기는 맥박이나 심장 박동과 호흡의 리듬은 같은 종의 동물이라면 비슷하다.
사람의 맥박은 신생아일 경우 1분에 100~150회, 유아는 80~120회, 1~10세의 어린이는 70~130회, 10세 이상 성인은 60~100회, 훈련받은 운동선수는 40~60회로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연령이라면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호흡의 경우 폐활량이나 운동 습관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1분당 60회에서 100회 사이가 보통이다.
보통사람은 맥박이나 호흡 등 타고난 생체리듬을 그대로 유지한다. 건강을 위해 또는 질병 치료를 위해 훈련을 통해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그 진폭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천부적으로 타고난 각자의 생체리듬도 심리적 상황에 따라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

한 구도자가 한밤에 좁은 산길을 걷고 있었다. 달빛도 없는 밤길이라 지척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러다 발을 헛디뎌 비탈로 미끄러졌다. 놀란 구도자는 엉겁결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손에 닿는 나무 둥치에 매달렸다. 어둠 속에서 천 길 낭떠러지를 상상하며 날이 새기만을 기다렸다. 간신히 있는 힘을 다해 나무 둥치를 놓치지는 않았다.

먼동이 터 주위를 보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달았다. 천 길 낭떠러지라고 생각한 벼랑은 없었다. 바로 발아래는 평지였다. 매달려 있을 필요가 없었다. 잡은 나무둥치를 놓으면 땅이 받쳐주고 무사히 언덕을 오를 수 있는 곳이었다.
구도자는 어둠을 이유로 주변 상황을 파악하려 하지 않고 미리 겁을 먹고 낭떠러지라고 생각한 자신을 되돌아보며 지옥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한 순간이라도 손안에 없으면 불안한 필수 휴대품이 된 스마트폰을 잊어버렸을 때를 상상해보자.

현대인에게 휴대폰은 신체의 일부인 심장이나 마찬가지다. 심장이 멎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듯, 휴대폰 없이는 일상이 한 순간에 마비된다. 모든 정보를 휴대폰 속에 담아두었는데 정작 내 손에는 휴대폰이 없으니 내가 필요한 정보는 하늘나라로 날아간 격이다.

이때 가슴은 요동치고 호흡은 거칠게 빨라진다. 휴대폰 속에 끼워둔 카드를 누가 사용하지는 않았을까, 가족에게는 무슨 수로 연락할까 아득해진다. 휴대폰 속에 집적해둔 귀중한 정보들을 어떻게 다시 모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더욱 눈앞이 캄캄하다. 사막 한 가운데 뚝 떨어진 것처럼 막막하다.

그러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휴대폰을 다른 옷 주머니에서 발견하는 순간 가슴은 진정되고 호흡이나 맥박도 제 리듬을 찾는다.
휴대폰은 도망가지 않고 놓아둔 그 자리에 있었지만 엉뚱한 곳에서 잊어버렸다고 생각하고 그에 따른 여러 불상사를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생체리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타고난 생체 리듬도 멘탈 리듬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중요한 것은 이 멘탈 리듬이 명상, 관조, 직시, 집중, 초월 등의 습관과 훈련으로 제어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왕 싱글이라도 자타가 인정하는 고수도 어느 날 맥없이 무너질 때가 있다. 지난 주 우승한 프로선수도 다음 대회에서 컷 탈락하는 수모를 겪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주의 철리는 파동을 벗어날 수 없다. 파동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출렁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개개인에 따라 파동의 진폭이 다르고 주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타고난 생체 리듬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 것(一體唯心造)’이라고 하지만 물이나 구름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지난하다.

그러나 자신의 생체리듬, 멘탈 리듬의 정체를 알고만 있어도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불행은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타고난 생체리듬이나 멘탈 리듬도 습관의 변화와 훈련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 가능하다.
우리가 접하는 위대한 선수는 바로 이런 능력을 갖추었다고 보면 틀림없다. 자신의 마음의 파동을 알아차리고 그 파동이 불러올 수 있는 긍정적 부정적 상황을 눈치 채면 얼마든지 마음 움직이는 대로 부화뇌동하지 않을 수 있다.

라운드 하는 순간, 나의 생체리듬과 멘탈 리듬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주의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골프의 격을 몇 단계 높일 수 있음을 명심하자.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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