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골퍼 로리 케인과 브룩 헨더슨.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난 8월 24~27일(한국시간) 캐나다 서스캐처원 주 리자이나 시 와스카나GC에서 열린 CP(캐네디언 퍼시픽) 여자오픈의 특징은 캐나다인에 의한, 캐나다를 위한 승리의 퍼레이드라고 할 만하다.

미국에 비해 골프열기가 덜한 캐나다에서 열리는 LPGA투어 대회는 많은 갤러리가 몰리는 편이 아니다. 1, 2라운드는 대평원의 목장에 풀어놓은 젖소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적은 수의 갤러리들이 골프코스 여기저기 흩어져 구경하는 풍경이 보통이다. 3, 4라운드에도 일부 유명 선수가 경기하는 조 외에는 무리지어 이동하는 갤러리들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인구밀도가 적은 도시에서 대회가 열렸음에도 3, 4라운드 경기에는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 못지않은 갤러리들이 몰려 열기가 뜨거웠다.

캐나다의 희망 브룩 헨더슨(20)이 1라운드 6언더파 66타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66타를 날리자 모처럼 캐나다 선수가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3라운드부터 갤러리들이 몰려들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선수들의 협공을 뿌리치고 7타를 줄이며 4타 차이로 여유 있게 우승한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캐나다를 위한 축제를 방불케 할 만큼 구름관중이 몰려 브룩 헨더슨의 승리에 열광했다.

거의 매주 대회가 열리는 LPGA투어의 경우 메이저대회나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대회를 제외하곤 국가색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국적을 떠나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에 열광하고 승리를 축하해주는 분위기다.

CP 여자오픈도 시작은 그런 분위기였다. 그러나 브룩 헨더슨이 이틀 연속 66타를 치며 심상치 않는 상승기류를 타자 캐나다 갤러리들은 그동안 접어둔 갈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팅 챔피언인 박성현, 양희영, 캐나디안 여자오픈만 세 번이나 우승한 리디아 고 등이 도사리고 있어 헨더슨의 우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캐나다 골프팬들은 그에게 힘을 실어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CP 여자오픈은 US 여자오픈,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함께 LPGA투어에서 주최국의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3개 대회 중 하나다.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대회이니만큼 자국선수가 우승하기를 간절히 열망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다.
1973년 시작된 CP 여자오픈의 경우 조슬린 브라사가 초대 챔피언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44년간 캐나다선수가 내셔널 타이틀을 차지한 적이 없다.

최종 라운드를 끝낸 결과 공동 8위까지 11명 중 한국선수 또는 한국계가 6명이나 되고 일본선수 1명, 중국계 1명 등 아시아계가 8명에 달했다는 것은 헨더슨의 승리가 예사롭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 박성현, 양희영, 중국계 미국인 엔젤 인, 재미교포 제니퍼 송, 호주교포 이민지, 오수현,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 등의 추격이 만만치 않았으나 헨더슨은 전에 없던 평정심을 발휘하며 7언더파의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45년 만에 내셔널 타이틀을 되찾은 헨더슨은 눈물을 흘릴 만했고 캐나다 갤러리들은 캐나다 국가 ‘오 캐나다(O Canada)’를 합창할 만했다.

이번 대회에서 브룩 헨더슨 못지않게 캐나다 골프팬들의 애국심을 꿈틀거리게 하는 데는 로리 케인(53)의 역할이 컸다.
로리 케인은 줄리 잉스터(58.미국), 로라 데이비스(54.영국)와 함께 50대가 넘어 현역으로 활동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줄리 잉스터나 로라 데이비스에 비해 화려한 성적을 남기진 않았으나 로리 케인은 캐나다 골프팬들에겐 여자골프의 대모(代母)다.
아마추어 시절 캐나다대표로 활약하는 등 화려한 시절을 보냈으나 1993년 프로로 전향 후 2위는 여러 번 했으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의 전성기는 2000, 2001년 딱 2년이었다. 2000년 미켈롭라이트 클래식, 뉴 알바니 골프 클래식, 미즈노 클래식 등 한해에 3승을 거두고 2001년 LPGA 타케후지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더 이상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30만 넘으면 현역 은퇴를 생각하는 한국 여자 골프선수들을 접하다 아줌마 몸매의 로리 케인이 막내 딸 또래의 젊은 선수들과 당당히 경기를 벌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1~2라운드 합계 16오버파로 컷(2언더파) 통과에 실패했으나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브룩 헨더슨의 우승을 이끌어내는 데 숨은 역할을 했다.
브룩 헨더슨을 따라다니며 무언의 격려를 보내는가 하면 꼬마 갤러리들에게 사인한 모자를 돌리며 미래의 새싹들에게 골프 영감을 심어주는데도 열중했다.

마지막 홀에서 헨더슨이 버디를 하며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로 2위 앤젤 인을 4타 차로 제치고 우승할 때 갤러리들과 ‘오 캐나다’를 부르며 헨더슨의 우승을 축하하는 모습은 헨더슨의 우승 못지않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우승으로 시즌 2승, 통산 7승을 거둔 헨더슨은 박성현, 아리야 주타누간, 리디아 고 등과 함께 LPGA투어의 주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헨더슨의 이런 경쟁력 뒤엔 로리 케인 같은 듬직한 대들보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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