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프로. 사진제공=PGA of America



[골프한국] 박성현(25)은 전인지(24)와 함께 우리나라 여자골퍼 중 열성팬이 많기로 소문나 있다. 전인지가 우아한 미모에 아름다운 스윙, 미소를 잃지 않는 태도 등으로 많은 남성 팬을 확보하고 있다면 박성현의 팬은 여성이 압도적이다.

미소년을 연상케 하는 깔끔한 마스크, 거침없는 힘찬 스윙, 사내 같은 걸음걸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표정 등이 여성 팬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인이 아닌가 여겨진다. 섬세한 감정 표현에 인색한 다소 차가운 듯한 태도가 여심을 자극하는지 40대 이상의 중년이나 장년 여성골퍼들이 유난히 그에게 열광한다.

골프연습장 지인의 부인이 전형적인 박성현의 팬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인이 70대 중반을 지났으니 부인의 나이도 그 언저리일 텐데 박성현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 지인 부인이 골프채를 잡아본 것도 아니란다. 남편이 골프를 하니 도대체 무슨 재미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골프와 씨름하는지 궁금해 10여 년 전부터 곁눈질로 골프 중계방송을 보다가 골프에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연습하거나 필드에 나가는 것을 제외하면 남편보다 골프에 대해 더 깊이 안다고 했다. 지금은 복잡한 골프규칙은 물론 세계 곳곳의 프로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 개개인의 신상에서부터 장단점까지 훤히 꿰뚫는 정도란다. 중계방송이 있는 날이면 밤을 지새우면서 TV 앞을 떠나지 못한다고 했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브릭야드 크로싱GC에서 막 내린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서 박성현이 우승하는 순간 지인은 부인의 탄성에 놀라 잠에서 깼다며 부인의 유별난 ‘박성현 사랑’을 털어놨다.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하기 전부터 3라운드 녹화중계를 보고 이어 생중계를 뜬눈으로 지켜본 그의 부인은 박성현이 연장 첫 홀에서 리젯 샐러스를 꺾고 우승하는 순간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고함을 질러 지인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고 했다.
“이웃집에서 무슨 큰 일 난 줄 알겠소. 아무리 좋아도 목소리는 좀 낮춰야지.”
지인은 월드컵 때 터져 나오는 함성은 주민이 함께 내지르는 것이라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골프 중계방송을 보고 고함을 친다면 이웃주민이 이상하게 여기리라 걱정하며 부인을 나무랬다.
“성현이가 우승했잖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성현이가.” 
다행이 경비실에서 항의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부인께서 골프를 안 하면서 도대체 왜 골프는 그렇고 좋아하고 박성현이는 왜 그렇게 좋아한데요?”
“나도 하도 궁금해서 물어봤죠. 이유가 없데요.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 골프가 재미있데요. 박성현이를 보면 학창시절 짝사랑했던 남자친구 생각난대요. 괜히 마음이 설렌다나요? 다 늙어서 마음 설렐 일 있으니 다행이죠 뭐.”

박성현이 모처럼 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그는 3라운드에서 15번 홀까지 합계 21언더파를 쳐 단독 1위를 달리다 16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며 노보기에 8개의 버디를 수확한 리젯 샐러스(29)에게 2타차 선두를 내주었다. 그렇더라도 3라운드까지의 기세대로라면 4라운드에서 박성현의 뒤집기는 가능해보였다. 그러나 3라운드에 이어 4라운드에서도 리젯 샐러스의 플레이는 견고했다. 마치 낸시 로페스의 아바타를 보는 듯 짧은 비거리에도 불구하고 볼을 핀 가까이 붙였다.

박성현이 보기 없이 4개의 버디를 건졌지만 몇 개의 버디 찬스를 놓치면서 기회는 리젯 샐러스로 가는 듯했다. 18번 홀 티샷을 러프로 보낸 샐러스가 기막힌 만회 샷으로 1m 조금 넘는 거리의 버디 기회를 잡았으나 4년 만에 맞는 우승기회에 긴장한 탓인지 볼은 홀을 외면했다.

연장전에서 박성현은 비거리가 40야드 정도 짧은 샐러스를 제치고 버디를 챙기며 모처럼 손 안에 든 새를 놓치지 않고 시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아리야 주타누간과 함께 3승을 올렸지만 주타누간을 제치고 세계랭킹 1위 복귀를 예약했다.
박성현이 우승하더라도 주타누간이 6위 안에 들면 랭킹1위 탈환이 어려웠는데 미국의 엔젤 인이 마지막 홀 이글로 공동 5위로 오르면서 주타누간이 공동 7위로 밀려나 랭킹1위 복귀가 가능해졌으니 박성현이 엔젤 인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전해야 할 것 같다.   

박성현의 미래를 밝게 보는 것은 그동안 핸디캡으로 여겨졌던 기회 포착력이 상당히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긴 비거리에 뛰어난 샷 구사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움켜쥐지 못했다. 결정적인 시기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버릇이 있었다.

세계적 스포츠클라이밍 선수인 김자인(29)이 가파른 암벽에 착 달라붙는 것처럼 기회가 오면 꽉 잡고 놓치지 않는 ‘정신적 악력(握力)’이 절실했는데 이번 대회에선 그런 모습이 보였다.

정신적 악력만 강화된다면 박성현은 아리야 주타누간과 함께 상당기간 세계 여자골프의 지배자로 군림할 것으로 예견된다. 자연히 그의 열성팬들은 밤잠을 설치는 행복을 누리리라.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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