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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LPGA에 '태권도 미학' 활짝 피운 '김세영의 마법'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손베리 크리크 LPGA클래식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하고 홀아웃하는 김세영.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기적 같은 마법의 샷을 뿜어내던 김세영(25)이 돌아왔다.

대망을 품고 LPGA투어에 뛰어든 2015년 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을 시작으로 LPGA 롯데챔피언십, 블루베이 LPGA 등 데뷔 첫해 3개의 우승컵을 거머쥐며 세계 골프팬들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을 부조(浮彫)를 새긴 김세영이 9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손베리 크리크 LPGA클래식에서 LPGA 골프역사를 새로 쓰며 우승, 스스로 오벨리스크를 세웠다.

163cm의 단신에도 불구하고 데뷔하자마자 ‘마법’ ‘기적’ 같은 어휘를 동원하지 않고선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샷들을 만들어내며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은 그는 장하나와 함께 식어가던 LPGA투어에 새로운 기름을 붓는 선수로 각광받았다.

그는 골프 신이 질투할 만한 화려한 플레이는 물론 어떤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낙천적 자세, 어떤 난관에도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정신, 뜻한 바를 이루었을 때 자연발생적으로 우러나오는 멋진 퍼포먼스 등으로 세계 골프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선두경쟁에 나선 대회는 어김없이 그로 인해 극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두고두고 골프팬들의 뇌리에 남을 명장면들이 속출했다.

데뷔 해인 2015년 LPGA 롯데챔피언십에서 펼쳐진 박인비(29)와의 우승 경쟁에서 나온 두 차례의 기적 같은 샷은 골프전문 채널이 수없이 재방영할 정도였고, 2016년 JTBC 파운더스컵 대회에서 4라운드 내내 신들린 샷을 날려 스웨덴의 아니카 소렌스탐이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세운 LPGA 72홀 최저타 기록인 27언더파와 타이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데뷔 첫해부터 요란한 팡파르를 울린 김세영은 신인왕을 차지하고도 2년차 징크스도 없이 쾌조의 순항을 이어갔지만 워낙 화려한 등장에 따른 높은 기대치 때문인지 팬들은 그가 부진에 빠진 게 아닌가 착각했다.
2015년 3승, 2016년 2승, 2017년 1승 등 매년 거르지 않고 우승컵을 거머쥔 것만 봐도 그의 건재를 알 수 있다. 자주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며 꾸준히 우승경쟁을 펼쳐 왔기에 그는 기복 없이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드문 선수 중의 한 명이다.

지난달 11일 열린 숍라이트 LPGA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서 2타 차 선두로 나서 한국선수의 LPGA투어 100승 달성의 주인공이 될 뻔했으나 미국동포 애니 박(23)과 일본의 요코미네 사쿠라에 역전 당해 공동 3위에 머물렀다.   

김세영은 골프팬들의 이런 착각이 불만이었든지 손베리 크리크 LPGA클래식에서 LPGA투어 역사는 물론 개인의 골프 여정에서도 길이 남을 명 플레이로 세계의 골프팬들을 감명시켰다.

6~9일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리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서 김세영은 사흘 내내 중계방송을 지켜본 골프전문가는 물론 아마추어 골프팬들에게 일생에 한두 번 경험할까말까 한 골프의 신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는 첫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9언더파를 쳐 10언더파를 친 호주의 캐서린 커크에 한 타 뒤진 2위에 포진했다. 둘째 라운드에서 더블보기 하나에 버디 9개로 7언더파, 셋째 라운드에서 이글 하나에 버디 6개로 8언더파를 쳐 4라운드를 남겨둔 상태에서 합계 24언더파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애니카 소렌스탐이 세운 54홀 최다 언더파와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2위 양희영과는 8타 차이였다.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골라내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31언더파 257타. 지난해 5월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 이후 1년 2개월 만에 통산 승수를 7승으로 늘린 것은 그의 우승 스코어가 지닌 가치에 비하면 부상이나 다름없다.

김세영의 우승 스코어는 애니카 소렌스탐 마저 뛰어넘어 LPGA 골프역사를 다시 쓰게 했다.

애니카 소렌스탐은 2001년 3월 애리조나주 피닉스 문밸리CC에서 열린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LPGA투어 사상 72홀 최다언더파인 27언더파(261타)를 기록했고 김세영이 2016년 3월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GC에서 열린 JTBC 파운더스컵에서 타이 기록을 세웠었다.

김세영은 애니카 소렌스탐과 자신의 기록을 4타나 줄여 LPGA사상 전인미답의 언더파의 길을 열었다. 기록이란 깨지기 마련이지만 그가 달성한 기록에 과연 누가 도달할 수 있을까.

필자를 포함해 많은 골프팬들이 김세영에게 놀라는 것은 그의 놀라운 언더파 우승기록이 아니라 경기를 펼쳐나가는 그의 모습 때문이다.

4라운드 내내 그의 경기는 한결같았다. 그는 자신감, 절제력, 평정심, 균형감, 인내력, 도전정신 등 골프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합할 줄 알았다. 노련한 연금술사가 아니고선 만들어낼 수 없는 절묘한 조합이었다.

투우와 닮은 저돌성, 그런 투우를 다스릴 줄 아는 투우사의 지혜, 경기 자체를 즐기는 낙천적 자세, 골프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마력의 퍼포먼스 등은 익히 알아채고 있었지만 골프와 관련된 그의 모든 동작이 이처럼 아름다운지는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힘차면서도 절제된 그의 스윙을 보노라면 태권도의 아름다운 품새를 보는 듯하다. 언젠가 그가 보여준 발차기를 보고 예사 솜씨가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태권도의 핵심을 골프와 접목시킨 그의 지혜와 노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태권도장을 운영한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익혀 공인 3단까지 올랐다니 그의 오늘의 골프 밑바탕은 태권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잘 단련된 하체와 태권도 특유의 균형감각, 힘을 함부로 쓰지 않는 절제력, 끈기 있게 기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력, 불퇴전의 근성 등 태권도가 갖고 있는 철학적 미학적 가치를 고스란히 녹여낸 모습을 김세정에게서 보게 된다. 

‘역전의 여왕’이란 별명에 걸맞게 빨간 바지차림으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한 김세영의 경기는 더 이상 완벽할 수 없었다. 거칠지 않은 부드러운 손길로 골프코스를 지배하는 모습은 골프의 순수한 결정(結晶)을 보는 듯 했다.

그는 무술(武術) 무예(武藝) 무도(無道)의 경지를 넘나드는 태권도의 마력으로 천국에서나 가능할 골프의 진수를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의 김세영의 경기 모습은 내로라는 골프선수들에게 ‘진정한 골프란 어떤 것인가’라는 화두(話頭)로 남을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8-07-09 14: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