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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모든 생명체는 자극(stimulus)에 반응(response)한다.

특히 동물세계에서 자극과 반응(S-R)은 학습의 원천이다. 간단(間斷)없이 주어지는 외부의 자극에 다양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생존능력을 키우며 진화의 길을 간다.

우리의 편안한 걸음걸이는 유아시절의 걸음마에서 터득한 지혜의 결과다.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몸의 균형을 잡으면서 걸음을 떼어놓는 법을 동물적으로 익혔기 때문이다.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 즉 인간이 동물세계의 정점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같은 자극-반응에 따른 학습들이 쌓인 결과다.

그렇다고 모든 반응이 긍정적 학습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자극이라도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리는 외부의 어떤 자극에 대해 자동적으로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의식보다는 무의식에 맡겨져 거의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지-감정-생각-행동의 단계가 미묘하게 얽혀 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의식의 불’이 꺼져 있는가, 켜져 있는가에 따라 반응의 질이 달라진다.

의식의 불이 꺼진 상태에서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쌓이면 습(習)이 된다. 물론 좋은 습도 있고 나쁜 습도 있을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쌓인 습은 대개 부정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의식의 불’이 켜져 있다면 어떤 자극에 대한 반응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자신에게 가해진 자극의 본질을 파악하고 내가 필요로 하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극-반응의 극히 짧은 순간에 자각이라는 알아차림(awakening, awareness)이 보다 긍정적 발전적 반응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붓다를 찾아와 얼굴에 침을 뱉었다. 붓다는 얼굴을 닦고 그에게 물었다.
“그밖에 또 말할 것이 있소?”

그 사람은 놀라서 당황했다. 그는 그런 반응을 예상하지 않았다. 그는 붓다가 화를 낼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는 자신의 귀와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

옆에 있던 제자 아난다가 몹시 분노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스승님, 이 사람을 이런 식으로 내버려두면 지내시기가 어렵게 됩니다. 저에게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그를 혼내겠습니다.”

아난다는 격한 사람이었다. 그는 무사였으며 붓다의 사촌형이었고 왕자이기도 했다. 아난다는 몹시 화를 내며 말했다.
“이 무슨 터무니없는 짓입니까? 저에게 언질만 주십시오. 제가 그의 버릇을 고쳐놓겠습니다.”

붓다는 웃으며 말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가 아니라 바로 너다. 왜 너는 분노 속에 빠지는가. 그는 네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침을 뱉은 것에 관한 한, 과거의 어느 생에선가 내가 그에게 욕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오늘로 그 계산이 끝났으니 나는 기쁘다. 고맙소, 선생!”

 붓다가 그에게 말했다.
“나는 빚을 갚기 위해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소. 내가 어디선가 당신을 욕한 적이 있소. 당신은 기억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을 알고 있소. 오늘 당신이 와서 모든 것을 끝내게 됐으니 나는 기쁘오. 이제 우리는 서로에게 자유롭게 되었소.”

붓다는 아난다에게 말했다.
“이것은 내 행위가 내게 돌아온 것이다.”


붓다의 예는 매우 특별한 것이겠지만 우리에게 이런 일이 닥칠 때 조금이라도 의식이 깨어있다면 바로 침을 되 뱉고 멱살잡이를 하는 등의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 전에 상대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나왔을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필경 자초지종을 털어놓고 오해를 풀거나 사과를 하거나 매듭을 푸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골퍼들에게 미스 샷, 패배, 추락은 다반사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이 때문에 자학하고 절망에 빠지고 의욕을 잃는다.

그러나 이런 다반사는 골퍼가 피할 수 없는 숙명적 자극이다. 이 자극을 깨어있는 자세로 받아들여 긍정의 반응을 보일 수 있다면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고 체념적 숙명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골프채를 놓을 수밖에 없다.

골프가 안겨주는 실망감, 패배감, 좌절감, 상실감 같은 수많은 자극 속에 함몰 될 것인가, 자극들을 모아 뗏목을 만들어 험한 강을 슬기롭게 헤져나갈 것인가.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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