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US오픈 남자 골프대회 때의 대회장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 코스는 서바이벌 게임의 경연장이다. 소문난 기량이나 명성만으로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골프코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천하를 호령하는 선수도 맥없이 추락하는가 하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무명선수가 혜성처럼 나타나 승리를 쟁취하기도 한다.

PGA투어나 LPGA투어의 모든 대회, 특히 메이저대회의 우승 경쟁은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출전자격 자체가 엄격해 골프선수라면 참가하는 것만으로 대단한 영광으로 여긴다.

오는 15~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 시네코크힐스 GC에서 개막하는 US오픈의 출전티켓 확보 경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4대 메이저대회(디 오픈, US오픈, PGA챔피언십, 마스터스토너먼트) 중에서도 디 오픈(1860년 창설) 다음으로 역사가 오래된 US오픈(1894년 창설)에 대한 골프선수들의 출전 열망은 뜨겁다.

내로라는 스타 선수들이 출전권을 따기 위해 체면 불구하고 지역 예선대회를 찾아다니는가 하면 막차를 타기 위해 US오픈 직전 열리는 페덱스 세인트 쥬드 클래식 참가도 불사한다. 
 

US오픈은 출전 선수는 156명. 이 중 절반 정도는 세계랭킹 60위 이내 선수와 역대 우승자(10년 보장), 다른 메이저대회나 특급 대회 우승자, 전년 대회 10위 이내 입상자 등으로 채우고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선수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열리는 지역예선을 거쳐 출전자격을 얻어야 한다.

올해 지역예선에 출전한 선수가 9천여 명에 달하는데 지역예선에서 고배를 마진 선수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디 오픈 2연패의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는 영국에서 치러진 예선에서 탈락했다. 웨스트우드는 2007년부터 계속 US오픈에 출전했는데 아쉽게도 12년 연속 출전이 무산됐다.

한때 세계랭킹 1위 비제이 싱(피지), 2004년 US오픈 우승자 레티프 구센, 2007년 US오픈 챔피언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 2009년 디 오픈 챔피언 스튜어트 싱크(미국), PGA투어 4승의 J.B. 홈스(미국), PGA투어 3승의 J.J 헨리(미국) 등도 예선 통과에 실패, 중계방송을 지켜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

페덱스 세인트 쥬드 클래식에서 누가 세계랭킹 60위 이내에 들어 티켓을 확보할지도 궁금하다. 
 

큰 시야로 보면 메이저대회는 물론 프로골프 세계 자체가 치열하고도 냉혹한 서바이벌 게임의 현장이다.

금자탑 상층부는 제한돼 있는데 이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경쟁하는 선수가 많다 보니 탈락자와 낙오자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초기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잘 오르던 선수들이 소리 소문 없이 뒷전으로 밀리는가 하면 끝내 퇴출되는 비운을 맞기도 한다.

잘 나가다 나락으로 떨어진 선수 중에서도 몇몇은 각고의 노력으로 재기에 성공,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한다.

유명했던 선수들의 유전(流轉)을 보면 서바이벌 게임장에서의 생존능력은 결코 기량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목도하게 된다.
 침체된 분위기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 정신적 충격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 힘겨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 때를 기다리며 어떻게 기다리느냐 등 골퍼 스스로의 정신자세가 서바이벌 게임에서의 생존능력을 키운다는 사실을 선수들이 직접 보여주고 있다.

박인비나 김인경, 리디아 고, 김효주, 주타누간 자매가 걸어온 길, 천하를 호령하던 청야니, 최고의 스윙 소유자로 칭찬받던 최나연, 최근 컷 탈락의 수모를 겪는 박성현 등을 보노라면 기량에 의존하기보다는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으로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강한 의지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자세야말로 서바이벌 게임 최고의 비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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