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골프의 불가사의한 점을 꼽자면 밤새 얘기해도 끝이 없을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골프채를 한번 잡으면 골프 기량과 관계없이 대부분 골프광이 되어버리고 만다.

별로 운동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도 않고, 화끈한 쾌감을 안겨주지도 않지만 한번 골프와 인연을 맺고 나면 골프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유가 생기지 않는 한 지팡이를 짚을 힘이 있을 때까지 골프와 결별하기 어렵다.

이 치명적 중독성의 원인을 찾는 일 또한 불가사의하다.

운동량으로 따지면 골프는 구기종목이나 육상 종목과 비교되지 않는다. 쾌감 또한 사격 야구 승마 등에서 얻는 것보다 진하다고 할 수 없다.

다른 스포츠가 갖는 역동성 열광성에 비하면 골프는 어떤 종목과 비교해도 밀린다. 마치 안 해도 그다지 아쉬울 것 없는 느슨한 취미활동처럼 보인다.

그러나 골프의 치명적 중독성은 바로 조금씩 모자란 듯한 것들의 절묘한 조합에서 잉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각각의 스윙, 그다지 빠르지 않은 걷기,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경기규칙 등 얼핏 보면 골프는 이렇다 할 특색이나 역동성이 없는 스포츠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골프가 치명적 중독성으로 사람들을 유인하는 것은 대결구도의 모호성, 땀과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 결과의 의외성, 두 번 다시 같은 샷을 날릴 수 없는 일회성, 그리고 끝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표에 도달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점, 어느 스포츠보다 자연과의 교감 기회가 풍부하다는 점 등이 아닐까.

골프의 불가사의성은 육체의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면서 정신의 지배력이 압도적이라는 데서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

흔히 골프를 멘탈 게임이라고 한다. 골프황제 잭 니클러스가 “골프에서 승리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 20%, 정신력 80%이다.”라고 설파했지만 골프 발상지 스코틀랜드에선 상식으로 통한다.

그만큼 지능, 정신력, 상상력 등을 총체적으로 요구하는 지적 스포츠가 골프라는 뜻이다.

1886년과 87년 영국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호레이스 허친슨(Horace Hutchinson)은 탁월한 골프선수이면서 스스로 ‘GOLF'라는 잡지를 만들어 기자 및 편집자로 명성을 날린 천부의 골프광이다.

자신의 결혼식 날 신부를 집에서 기다리게 한 채 친구와 함께 골프코스에 나가 밤늦도록 라운드하기까지 한 그는 1909년 죽을 때까지 모든 것을 골프에 바친 지적(知的) 골프광으로 골프사에 기록돼 있다.

“나의 인생은 매일 글을 쓰거나 골프를 하거나 하는 등 어느 쪽이든 골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취침 전 그날의 골프를 회상하면서 술을 마시는 일 말고 더 이상 가는 행복이 어디에 있겠는가.”라며 스스로 골프인생을 예찬했다.

그는 골프가 지적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어느 클럽을 어떻게 쳐서 목적한 곳에 도달할 것인가.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은 코스를 살펴보고 클럽을 선택하는데 소비하는 바로 그 짧은 시간이다. 경험과 능력, 상상력을 총동원하는 바로 그 짧은 시간이다. 마침내 선택한 클럽을 손에 쥐고 머릿속에 그려진 스윙을 준비한다. 그 순간이야말로 동적인 흥분을 느끼는 시간이다. 그린에 올라가서 퍼트의 거리와 라인의 기복 등을 읽어내는 시간이야말로 흥분을 맛보는 순간인 것이다. 골프는 육체만이 아니라 두뇌까지도 쾌적하게 해주고 적당히 피로하게 해준다.”

그는 골프의 특질이 지적인 흥분에 있다고 말했다. 두뇌는 울렁거리고 심장은 두근거리고 관절은 쑥쑥 쑤시고 호흡은 거칠어지는 흥분이라고 했다.
 “세상에 이런 지적 흥분을 일으키는 게임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가 실토한 이 말에 동의한다면 틀림없이 지적 골프광이리라.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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