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와 박인비.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두 젊은 수도승이 길을 가다가 깊은 개천을 건너지 못하고 서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한 수도승이 “제가 건너드리겠습니다.”하고 여인을 등에 업고 개천을 건넜다.
여인은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고 길을 떠났고 두 수도승은 계속 남은 길을 걸었다.

한참을 가다가 한 수도승이 입을 열었다.
“스님, 우리는 출가 수행자로서 여인을 가까이도 할 수 없는데 왜 여인을 업고 개천을 건넜습니까?”
그러자 여인을 업고 개울을 건넜던 수도승은 “나는 개천을 건너자마자 여인을 내려놓았는데 스님은 지금도 여인을 업고 있군요.”라고 말했다.
 

중국 선종의 제6조 혜능(慧能)이 선문(禪門)에 들기 전 인종(仁宗)이라는 당대의 대강사의 법회에 참석했다. 혜능은 마음을 활짝 열고 설법을 들었다. 인종법사의 열반경 법문에 사방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그때 어디선가 한줄기 사나운 바람이 불었다. 공중에 걸린 깃발을 찢어버릴 듯 강한 바람이었다. 바람 때문에 잠시 법문이 중단되었을 때 총명한 눈의 한 아이가 일어나 물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깃발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이 질문에 청중은 어리둥절했으나 인종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여러분 중에 누가 대답해주시오.”
한 여인이 일어나 “바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한 젊은이가 “아닙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입니다”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어린아이가 던진 질문은 두 사람의 대답으로도 끝을 보지 못하고 청중은 바람이 움직인다는 쪽과 깃발이 움직인다는 쪽으로 갈라졌다.
그때 한 남자가 일어나 인종법사를 향해 말했다.
“법사께서 증명하소서. 우리는 법사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인종법사는 한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눈을 감았는데도 한 남루한 차림의 중년 사내가 어른거려 눈을 떠보니 마당 끝에 한 초라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이왕이면 이 일은 대중이 정할 일이니… 어디 저쪽에 앉은 손님이 일어나 말해보구려.”
남루한 차림의 사람은 바로 혜능이었다. 혜능은 얼떨결에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그의 목덜미를 잡아드는 것 같았다. 그는 일어서자마자 큰 소리로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 마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갑자기 웅성거렸다. 조용한 바다에 폭풍이 몰아친 듯 했다. 그런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는지 인종법사가 나섰다.
“그러면 무엇이 움직이는 것인가?”
혜능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곳에 모인 여러분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 청중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오직 바람소리뿐이었다.

인종법사는 혜능을 불러 법단 위로 올라오도록 했다.
“오늘의 열반경 법회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자, 이리 와 앉으시지요.”하고 인종은 그가 앉아있던 자리에 혜능을 앉히고 물러났다. 백발이 성성한 인종은 이제야 진정한 스승을 만난 즐거움에 굵은 눈물을 흘렸다.
 
며칠을 함께 지내며 혜능의 깊이를 알게 된 인종법사는 “이제부터 저는 스승의 제자이옵니다. 이 나이든 기왓장 하나를 받아주소서.”라고 말하고 예를 다해 절을 올렸다.
 

김시우(23)가 우승을 놓친 PGA투어 RBC 헤리티지는 한국 골프팬들의 가슴에 쉬 지워지지 않을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버타운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시우는 거의 우승컵을 거머쥐는 듯 했으나 후반에 3개의 보기를 범하면서 먼저 경기를 끝낸 일본의 고다이라 사토시와 동타를 이뤘다. 연장전 세 번째 홀에서 사토시는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김시우는 그보다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쳐 준우승에 머물렀다.

여유 있게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음에도 김시우가 연장전까지 간 직접적인 원인은 잇단 짧은 퍼트의 실패였다.
연장전에 가기 전 그는 네 개 홀에서 결정적인 퍼트를 놓쳤다. 15번 홀 1.2m 파 퍼트, 16번 홀 2.2m 버디 퍼트, 17번 홀 1.9m 파 퍼트, 18번 홀 1.9m 버디 퍼트. 이중에 하나라도 성공했다면 연장전에 갈 필요가 없었다.
이 정도 거리에서의 김시우의 퍼트 성공률은 50%을 넘는다. 그런데도 그는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펼친 박인비(30)도 지난 14일(한국시간) 하와이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과 함께 세계 랭킹 1위 탈환의 기회를 잡았으나 결정적인 몇 개의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추격의 동력을 잃고 공동 3위에 머물렀다.
지난달 파운더스컵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린 박인비는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에서도 준우승, 심상치 않은 상승기류를 타는 듯 했으나 평소 그답지 않은 퍼트의 난조로 우승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골프 자체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지프스가 산 꼭대기에 바위를 굴려 올리는 형벌을 받은 듯한 운동이기는 하지만 특히 퍼트는 골퍼를 울리고 웃게 하고 또 미치게 한다.
아마추어도 쉽게 넣을 것 같은 짧은 거리의 퍼트를 프로가 놓친다는 것은 기량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칼럼의 서두에 예를 든 구도 일화는 마음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준다.
아무리 쉬운 라이의 퍼트, 짧은 거리의 퍼트라도 내 마음이 혼란에 빠지면 고행길이 되고 만다.
골퍼들이 자주 입스(Yips)의 수렁에 빠지는 것은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난 불안, 공포, 부정적 상상력 때문이다.
천하의 어니 엘스가 2016년 마스터스 1라운드 첫 홀에서 60cm 거리에서 6퍼트를 할 만큼 한번 마음이 혼란과 불안에 휘둘리면 속수무책이다. 수많은 골퍼들이 요동치는 마음에 희생당하는 이유다.
 
퍼팅을 앞둔 골퍼의 마음은 하늘과 같다.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하다가도 뭉게구름이 피어나고, 먹구름이 몰려온다. 번개와 우레가 치고 사나운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한다. 
 
퍼트를 잡은 마음이 어떤 상태에 있는가는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다.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말처럼 쉽게 다스려지는 게 아니다. 유명선수들이 심리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도자와 다름없는 마음공부를 하지 않고선 퍼팅을 앞두고 결코 평화를 얻기 어렵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