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리드와 퍼닐라 린드베리.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패트릭 리드(27)만큼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뒤 개인의 어두운 과거사가 낱낱이 드러나고 험담이 무성한 경우도 드물 것이다.

어느 종목이건 승자는 모든 영광을 독차지하기 마련이다. 특히 지구촌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우승자라면 모든 미디어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상당기간 우승자의 스토리를 발굴해 경쟁적으로 싣는다. 대부분의 미디어가 고진감래의 인간승리를 따뜻한 시각으로 조명해준다.

패트릭 리드의 경우는 이 같은 전통적 혜택을 거의 못 받고 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의 과거 학창시절의 부정과 불행한 가족관계가 드러나면서 인성 나쁜 선수로 낙인이 찍혔다.   

그에 따라붙는 별명은 ‘반항아’ ‘야생마’ ‘골칫덩이’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이고 ‘마스터스 사상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챔피언’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골프팬들의 SNS에선 ‘2018 마스터스 챔피언이자 썩을 놈’ ‘마스터스 우승자 중 가장 나쁜 놈’이라는 혹평이 줄을 이었다.
그에 대한 부정적 보도나 SNS 상의 혹평이 사실에 근거한 것임이 드러남에 따라 그는 반박도 않고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라는 식으로 대응한다. 역대 마스터스 챔피언, 아니 PGA투어 챔피언 중 이렇게 냉대 받는 챔피언을 찾기도 어렵다.
 
골프특기생으로 조지아 주립대에 입학했다가 미성년자 알코올 소지 위반으로 체포되는 등 여러 비행으로 한 학기 만에 퇴출당한 것이나, 오거스타 주립대로 옮기고 나서도 거칠고 이기적인 태도 때문에 동료선수들이 그의 퇴출 여부를 놓고 투표를 할 정도였다니 리드는 주위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던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럼에도 그가 대학에서 쫓겨나지 않은 것은 오거스타대학 골프팀에 두 차례 우승을 안긴 그의 골프실력 덕분이다.

오거스타대학 골프팀 승리에 기여한 것 외엔 그의 학창시절은 ‘외로운 늑대’의 뒤안길 같은 것이었다.
그는 22살 때인 2012년 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4살 연상인 저스틴 카레인과 결혼하면서 가족과의 인연도 끊었다. 아들과의 관계 복원을 바라며 2014년 US오픈을 찾은 부모는 리드 부부의 신고로 보안요원에 의해 대회장에서 쫓겨났다. 오죽 했으면 마스터스 토너먼트 마지막 라운드 때 일부 팬들이 리드를 추격하는 북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를 응원했을까.
 
지난 3월30일~4월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랜초 미라지에서 열린 LPGA투어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에서 우승한 스웨덴의 퍼닐라 린드베리(32)도 메이저대회에서 LPGA투어 첫 승을 거두고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경우다.

LPGA투어 데뷔 8년 만에, 그것도 메이저 대회에서 첫 승리를 했다면 미디어나 골프팬들이 그의 과거를 조명하며 박수갈채를 보낼 만한데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중하위권을 맴돌며 LPGA투어에서 퇴출당하지 않고 질긴 잡초처럼 보낸 그의 골프여정이 골프팬들의 뇌리에 이렇다 할 흔적을 남기지 못한 탓도 있지만 동반자를 짜증나게 할 정도로 늦은 플레이와 매너 등에 호감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것도 아니고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을만한 퍼포먼스도 없다. 
 
그러나 LPGA 최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플레이오프에 나서고, 이틀에 걸친 8차례의 플레이오프에서 박인비를 꺾고 우승하는 모습은 린드베리에겐 최상의 각본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우승 후 화제는 금방 말랐다.
 
패트릭 리드와 퍼닐라 린드베리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도 각광을 받지 못한 공통적 이유는 대중의 인기를 얻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운동선수의 일차적 본무는 좋은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다. 대중은 좋은 기량을 운동선수가 갖춰야 할 당연한 필요조건으로 보고 기타 많은 충분조건을 바란다. 출중한 기량 외에 좋은 신체조건, 외모, 호감을 주는 행동, 동료와의 관계, 팬에 대한 배려, 취미 여가활동, 사회 기여활동 등 대중의 요구사항은 까다롭고도 광범위하다.  
물론 팬들의 욕구,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선수가 팔방미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대중적 팬들로부터 존재이유를 찾아야 하는 운동선수는 팬들의 욕구를 일부나마 충족시키겠다는 열의가 있어야 한다. 최소한 적대감이나 비호감을 희석시키는 노력은 필요하다.
날카로운 돌이 긴 시간 물에 씻겨 매끄러운 몽돌이 되듯, 운동선수도 자신의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을 고집만 할 게 아니라 많은 팬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키워야 한다.

당연히 스포츠팬은 선수 개개인의 개성과 히스토리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강요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변덕 많은 팬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스포츠를 생업으로 삼은 선수들의 숙명인 걸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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