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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우즈·매킬로이·디셈보·스텐슨, 'PGA 대향연' 벌이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타이거 우즈가 PGA 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니셔널 4라운드 6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16~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클럽에서 근래 보기 드문 골프의 대향연(大饗宴)이 펼쳐졌다.

무대는 호수와 숲이 어우러진 풍광 수려한 아열대풍의 소도시 주택가에 자리잡은 골프코스였지만 그 속에 펼쳐진 챔피언 쟁탈전은 온갖 맹수들이 우글대는 정글에서의 혈투를 방불케 했다. 특히 4월 열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앞두고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이 거의 출전, 마스터스에 버금가는 지구촌 골프제전의 열기를 발산했다.

대향연의 주인공은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28)만이 아니다. 황제의 귀환을 고대하는 타이거 우즈, 바이킹의 전사 헨릭 스텐슨, 필드의 철학자 브라이슨 디셈보, 영국의 자존심 저스틴 로즈 등이 정글의 구경꾼들을 감동시키는 명승부를 펼쳤다.
 
베이 힐 GC에서 타이거 우즈의 움직임은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정글을 지배했다. 붉은 바탕에 검은 색 줄무늬가 들어간 셔츠를 입은 우즈는 정글을 지배하는 호랑이답게 조용히 움직였지만 으스스한 긴장감과 이를 지켜보는 자들의 웅성거림으로 에워싸였다.

갤러리들의 환성과 탄성, 탄식이 우즈의 존재를 알렸다. 선두에서 경쟁을 벌이던 선수들도 이 소리에 우즈가 가까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선수들은 물론 갤러리들도 우즈 주변을 둘러싼 갤러리들의 소리로 그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땅에 귀를 대고 먼 곳에서 다가오는 다른 부족의 움직임을 읽어내듯.

땅으로 전해지는 우즈의 발자국, 솜뭉치처럼 부드럽고 가벼우면서도 치명적 발톱을 숨긴 발의 움직임, 바람의 흐름까지 놓치지 않는 눈빛,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도 알아채는 날카로운 감각, 결코 서두르거나 흥분하지 않는 신중함, 이 모든 감각을 한데 묶어주는 자신감의 아우라 등을 갤러리들은 읽어낼 줄 알았다. 갤러리들은 휴대폰에 이런 우즈를 담느라 바빴다.

잔인한 피바람이 불지 않았어도 그가 돌아왔다는 것을 모두가 확인했다. 16, 17번 홀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하지 않았어도 우승을 내다볼 수 있었으나 로리 매킬로이의 상승세가 무서웠다. 갤러리들은 마지막 홀에서 파 퍼트에 성공하는 우즈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존경을 표시했다.
 
4라운드 초반까지 선두를 지켜온 헨릭 스텐슨은 바이킹 후예답게 굳건한 경기를 펼쳤으나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용맹만으로는 막아낼 수 없었다.

그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오딘(전쟁의 신, 영웅들을 수호하는 신)이 라나크로크(최후의 날) 전투에 대비해 죽은 전사를 데려간다는 발할라(전사들의 유택)로 가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바이킹 전사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으나 타이거 우즈에게서 발원한 숲속의 웅성거림에 리듬을 잃고 비틀거렸다.
 
헨릭 스텐슨과 함께 우승경쟁에 나선 브라이슨 디셈보는 사실 다른 경쟁자들에 비하면 햇병아리나 다름없으나 왕들의 전쟁에 뛰어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기량을 보였다.

PGATOUR.COM이 친절하게 'Bryson DeChambeau'라는 이름에 'deshambo'라는 발음기호를 붙인 것을 보면 프랑스계로 짐작되지만 그는 캘리포니아 주 모데스토에서 태어나 대학(서든 메소디스트대학교)을 나왔다. 22세 때인 2016년에 프로로 전향했다. 2017년 존 디어 클래식이 PGA투어의 유일한 우승이다. 데뷔 때부터 벤 호건 스타일의 모자를 고집해 왕년의 페인 스튜어트를 연상케 하는 그는 프로골퍼들 사이엔 ‘필드의 철학자(philosopher on the field)' ‘골프머신(golf machine)'이란 애칭을 들을 정도로 골프이론과 원칙에 일가를 이루고 있다.
 
헨릭 스텐슨과 함께 챔피언조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서 오히려 스텐슨을 앞서는 침착함과 정교함을 보여 대회 때마다 리더보드에서 그의 이름을 대하는 일이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로리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를 통해 부활을 확실히 증명했다.

2016년 투어챔피언십 이후 부상 여파에 시달리다 결혼한 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그로선 1년6개월 만에 PGA투어 통산 14승을 거둠으로써 귀환과 부활에 성공했다. 우승컵은 아내 에리카에게 가장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만 8개의 버디를 낚은 그의 기세는 무서웠다. 그는 이번 주 드라이브샷 비거리, 정확도, 파온 확률, 퍼팅 수 등 모든 부문에서 1위에 올라 누구도 그에 맞설 수 없었다.

기라성들 틈에서 안병훈이 공동3위까지 오르며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타수를 잃으면서 공동 14위(6언더파)에 머문 것이 내내 아쉽다.

앞으로 이어질 대회마다 펼쳐질 스타들의 귀환·부활 경쟁이 볼 만하겠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8-03-19 11:2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