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에서의 타이거 우즈.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우사인 볼트는 100미터를 10초 안에 달린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대략 36km의 속도다.

아프리카 초원의 치타는 최고 속도가 시속 100km를 넘는다. 슬로우 비디오로 보여주는 우사인 볼트의 주행 동작도 아름답지만 치타의 움직임은 예술이다.
허리의 굴신에 맞춰 이뤄지는 치타의 앞 뒤 다리 움직임은 감탄을 자아낸다. 앞 뒤 다리가 움직이는 각도는 180도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방향을 잡으며 먹이를 쫓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속도만으로 보면 치타의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동물은 없다. 힘의 차이, 타격력의 차이 때문에 치타의 사냥감은 덩치가 비슷하거나 작은 동물로 한정돼 있다.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는 사자가 백수의 왕으로 군림하는 것은 속도의 불리함을 무리의 합동작전으로 커버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동물 중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치타도 사냥을 할 땐 최대한 먹이에 가까이 접근한다. 치타는 빠른 대신 오래 달릴 수 없다. 사슴이나 톰슨가젤 같은 동물을 사냥할 때 10미터 이내까지 접근해 기회를 노리다 전력을 다해 추적한다. 금방 먹이를 낚아 챌 것 같지만 먹이가 지그재그로 달아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적수가 없는 사자도 먹이를 보고 함부로 덤비지 않는다. 아무리 어린 사슴이라 해도 들키지 않기 위해 조용히 포복해 최대한 가까이 접근, 먹이가 방심하는 순간 달려 나간다. 먹이가 달아나는 길목에는 또 다른 사자가 매복해 있다 달아나는 먹이를 잡아챈다.
홀로 사는 습성이 있는 호랑이의 사냥기술은 맹수답지 않다. 숲속에 몸을 숨기고 한 번에 습격할 수 있는 거리까지 먹이가 가까이 왔을 때에야 전광석화 같이 튀어나가 먹이를 낚아챈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타이거 우즈나 현재 세계 골프 상위 랭킹을 점령하고 있는 톱클래스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초원의 맹수를 보는 듯하다.
저 정도 고수라면 쉽게 코스를 공략할 것 같은데 이리 재고 저리 잰다. 캐디와 상의하고도 미심쩍어 여러 방법으로 궁리를 한다.

더스틴 존슨, 버바 왓슨, 아담 스콧, 로리 매킬로이 같은 장타자는 물론 제이슨 데이, 저스틴 토마스, 존 람, 마쓰야마 히데키, 헨릭 스텐슨 같은 정교한 샷을 자랑하는 선수들의 공통점은 사냥에 임하는 초원의 맹수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신중하고 조금이라도 성공 확률이 높은 공략 루트를 찾는데 집중한다는 점이다.

결코 코스를 얕잡아보거나 덤비지 않는다. 맹수답지 않게 신중하고 겸손하고 소심하기까지 하다.
PGA투어 벌스파 챔피언십에서 한 타 차이 공동 2위를 차지하며 성공적인 귀환의 깃발을 치켜 든 타이거 우즈 역시 극도의 신중함과 겸손함을 보였다.

선두를 뒤쫓는 타이거 우즈의 모습이 그랬다. 길고 긴 우승 없는 기간으로 온갖 비웃음의 대상이 된 그로선 단번에 황제의 귀환을 증명하고 싶었겠지만 덤비지 않았다. 심한 굶주림에도 아무 먹이나 쫓지 않고 기회가 올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맹수와 흡사했다. 떼 지어 다니며 노골적으로 먹이를 쫓는 하이에나나 들개 무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언제나 선두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톱랭커들의 공통점은 결코 자신의 기량을 과신하며 으스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하위권에 포진한 선수들이 어쩌다 잘 나가다 기고만장해 스스로 자멸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우승권에서 기회를 기다리는 선수와 중하위권에서 행여나 하고 요행을 바라는 선수의 차이점은 바로 신중함과 겸손함의 무게가 아닐까.

주말골퍼들이 매번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것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골프의 계절을 맞아 맹수의 덕목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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