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 4라운드 15번홀에서 경기하는 타이거 우즈(좌).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폴 케이시(우).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난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GC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벌스파 챔피언십은 PGA투어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대회로 기억될 만하다.

우승자 폴 케이시(40·영국)는 실종되고 온통 타이거 우즈(42) 뉴스 일색이었다.

2008년 PGA투어에 적을 올린 폴 케이시는 2009년 쉘 휴스턴 오픈 이후 9년 만에 벌스파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PGA투어 우승컵을 안았으나 메스컴의 스포트라이트는 그가 아닌 2위를 한 타이거 우즈에게 쏠렸다.
마지막 라운드 대약진으로 역전에 성공한 폴 케이시의 우승은 스트레이트 뉴스로 간단히 처리되고 타이거 우즈 관련 뉴스가 봇물을 이루었다.
유러피안투어와 PGA투어를 겸업한 폴 케이시의 9년만의 우승에 얽힌 사연도 적잖을 텐데 골프전문지는 물론 일반 매체들까지 스트레이트에서부터 피처뉴스에 이르기까지 타이거 우즈의 소식에 지면을 대폭 할애했다. 대기자 명단에 있다 출전의 행운을 잡고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섰다가 공동 16위로 추락한 코리 코너스(26·캐나다)의 사연도 타이거 우즈에 묻혔다.
 
이유는 간단하다. 타이거 우즈가 금세기 최고의 골프 황제였고 아직 공식 퇴위하지 않고 호시탐탐 귀환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환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의 귀환을 바라보는 골프팬이나 매스컴은 엘바 섬에 유배된 나폴레옹이 섬을 탈출해 파리에 입성하는 과정에서 보인 프랑스의 언론과 시민들이 보인 반응과 흡사하다.
 
「흉악한 식인귀, 소굴에서 탈출」
「코르시카의 악마, 쥬안 만에 상륙」
「괴물, 지프에 도착」
「호랑이, 그레노블에서 일박」
「찬탈자, 리옹을 통과」
「폭군, 수도 60리 인근 임박」
「황제 퐁텐느 블로우로 귀환」
「황제폐하, 어제 튈르리 궁에 귀환. 신민, 환호로 맞이하다」
 
1815년 나폴레옹이 유형지 엘바 섬을 탈출해 파리에 입성하기까지의 소식을 전하는 프랑스 관제언론 ‘르 모니뙤르’가 다룬 제목들이다.
얼핏 여성 편력, 음주, 부상 등으로 골프 황제의 자리에서 추락, 긴 방황과 좌절의 기간을 지낸 뒤 절치부심 끝에 몇 번의 부활에 성공했던 타이거 우즈를 다룬 매스컴을 떠올린다.
 
PGA투어 통산 79승에 메이저 통산 14승을 이룬 우즈에게 필생의 목표가 있다면 샘 스니드의 PGA투어 통산 우승기록(82승)과 잭 니클라우스의 PGA투어 메이저 우승기록(18승)에 도달하거나 뛰어넘는 것이리라.
이 목표에 미련을 두고 있는 우즈는 나락에 떨어진 후에도 재기와 부활을 위해 몸부림쳤고 작은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매스컴이나 골프팬들은 나락을 헤매는 우즈에게서 눈을 거두었다. 
 
실제로 몸은 여러 차례 수술로 정상이 아니었고 골프와 멀어진 생활로 기본까지 거의 무너진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그가 다시 필드로 돌아오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고 어쩌면 골프와도 완전 결별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보았다.
지난해 필드로 복귀한 우즈가 몇 번의 도전을 했으나 컷 통과에도 실패하자 그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 그가 올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처음 컷을 통과해 공동 23위에 오르더니 2월의 혼다클래식에서 12위, 최근의 벌스파 챔피언십에서 우승자에 한 타 뒤진 공동2위로 급상승하면서 분위기는 돌변했다.
무엇보다 우즈 자신이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그의 변한 모습에 눈을 의심했다.
몸은 나이를 무색하게 근사하게 다듬어졌고 스윙은 힘차고도 부드러워졌다. 샷 거리도 전성기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 그의 클럽헤드 평균 스피드는 시속 122.5마일(197.1㎞)로 PGA투어에서 2위에 올라있다. 그는 벌스파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129.2마일의 헤드 스피드를 기록했는데 이는 올 시즌 측정된 가장 빠른 스피드다.
 
우즈는 말만의 복귀가 아닌 대망을 품은 복귀임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PGA투어 통산 우승기록에서 우즈는 일찌감치 진 사라젠(39승), 바이런 넬슨(52승), 아놀드 파머(62승), 잭 니클라우스(73승) 등을 뛰어넘었으나 샘 스니드의 기록(82승) 앞에서 멈췄다. 메이저 우승기록(14승)에선 샘 스니드(17승)와 잭 니클라우스(18승)에 뒤진다.
우즈는 역사적 기록을 뛰어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고 골프팬들은 이런 그에게 열광을 보낼 준비가 되어있는 모습이다.
3라운드에서의 연한 붉은색 티, 4라운드의 짙은 붉은색 티를 입은 우즈는 골프팬들에게 전성기 때 골프정글을 호령하던 모습을 연상시켰다.
우승에 한발 한발 가까이 다가서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골프팬들의 살을 떨리게 하기에 족했다. 퍼팅감만 살아났었다면 근래 보기 드문 극적인 장면을 창출할 뻔했다.

이 기세를 살리기 위해 이번 주 열리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도 참석한다. 그의 가슴엔 이미 마스터스가 박혀있는 것 같다. 그 전에 모든 생체리듬이나 멘탈리듬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타이거 효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벌스파챔피언십 입장객수는 전년대비 40% 늘어났고 TV시청률도 폭등했다. 우승 가능성, 세계랭킹도 치솟았다.
이미 4월초 열리는 ‘꿈의 제전’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그의 이름이 올라있다.
타이거 우즈가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날 골프팬들과 미디어가 얼마나 열광할지 눈에 선하다.
타이거 우즈는 도전 그 자체만으로 골프팬들에게 엔도르핀을 선사하고 역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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