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미국 골프팬들의 필 미켈슨(47)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청교도주의 계몽주의 개척정신 영웅주의 등으로 상징되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이미지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그는 골프경기보다 가족의 일을 우선시할 정도로 모범 가장이면서 규칙을 잘 지키고 배려정신이 몸에 밴 모범 신사다.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나이를 거스르며 프로골퍼로서 필요한 체력과 기량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191cm 90kg의 거구임에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아 그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가 잭 니클라우스, 아놀드 파머를 잇는 골프 영웅으로 인기를 몰고 다니지만 필 미켈슨은 ‘필드의 신사’로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골퍼로 인정받고 있다.
WGC 멕시코 챔피언십 우승으로 PGA투어 통산 43승을 기록한 미켈슨의 전적은 79승의 우즈에 못 미치지만 미국 골프팬들은 승수에 상관없이 미켈슨을 우즈와 함께 살아있는 골프의 전설로 받아들인다. 우즈가 멀리서 경외의 눈빛을 보내는 우상이라면 미켈슨은 가까이 다가가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싶은 이웃집 영웅이다.
 
5일(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차풀테펙 골프클럽에서 열린 WGC 멕시코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연부역강(年富力强)한 세계 톱클래스들과 맞붙어 연장전 끝에 4년 8개월 만에 우승컵에 입을 맞춘 미켈슨은 골프계의 슈퍼맨으로 거듭났다. 그는 2013년 7월 디 오픈 우승 이후 여러 차례 우승권에서 분투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는데 긴 기다림 끝에 40대 후반이라는 나이의 핸디캡을 멋지게 극복했다.  

그와 연장전 우승경쟁을 벌인 저스틴 토마스(25)를 비롯해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34), 세르히오 가르시아(38), 타이렐 해튼(34), 카브레라 베요(34), 브라이언 하먼(31), 버바 왓슨(40), 존 람(34), 키라데크 아피반랏(29) 등 대부분의 선수가 그와는 10~20세의 나이차가 있었으나 미켈슨은 체력이나 비거리, 기량에서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정교한 어프로치 샷이나 퍼팅은 노련미의 극치를 보였다.

긴 무관(無冠)의 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미켈슨은 “경기력이 전성기 시절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며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3차례 우승한 그의 중단 없는 도전의 역정은 젊은 현역 선수들에겐 경외 그 자체다.
그는 여러 모로 최고의 롤 모델이다. 프로골퍼에게는 물론 보통 사람들에게도 그는 닮고 싶고 본받고 싶은 이상적 롤 모델이다.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프로의 세계에서 밀려나거나 몇 번 우승을 한 뒤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미켈슨의 골프여정은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보통사람들에게도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강건한 체력을 유지하며 균형 잡힌 운동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꿈이다.
필 미켈슨의 존재는 프로든 아마추어든 골프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골프와 관련 없더라도 건강하고 유쾌하고 보람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등대나 다름없다. 
 
골프를 벗어난 그의 생활 역시 모범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세 딸의 자상한 아빠인 그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주 대회를 건너뛰기도 한다. 가족과 골프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과감히 골프를 포기할 줄 아는 용기와 지혜를 실천하는 드문 프로골퍼다.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재단(Amy and Phil Mickelson Foundation)을 설립해 지역사회에 다양한 자선활동을 펴고 있고 어린이 교육 후원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오른손잡이로 태어났으나 생후 18개월 때부터 해군 조종사였던 아버지를 거울삼아 스윙을 따라 하다 왼손잡이가 된 미켈슨이 40대 후반에도 시들지 않고 전성기를 구가하는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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