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컬링 대한민국 국가대표.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팀이 거둔 성적은 눈부시다. 메달 수(17개)나 종합 순위(7위)에서 역대 최고지만 아시아국가 최초 메달이라는 명예로운 기록들도 남겼다.  

매스 스타트 10,000미터 금메달, 남자 팀추월 은메달의 주인공 이승훈은 아시아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적 선수로 우뚝 섰다. 스켈레톤의 윤성빈(금메달), 봅슬레이 4인승(은메달). 스피드스케이트 500미터의 차민규(은메달), 스피드스케이트 1,000미터의 김태윤(동메달), 스피드스케이트 1,500미터의 김민석(동메달), 남자 팀추월의 김민석과 정재은(은메달), 스노보드의 이상호(은메달), 스피드스케이트 500미터의 이상화(은메달), 여자 메스스타트의 김보름(은메달) 등은 한국 동계스포츠 수준이 아시아수준을 탈피했음을 알렸다. 쇼트트랙은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세계 최강임은 여전했다.

많은 종목 중에서도 여자 컬링만큼 강한 진파(震波)를 남긴 종목도 없을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김여정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의 방남으로 정치색에 물들기는 했지만 여자 컬링만큼은 스포츠 그 자체로 한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경북의 산간지방 의성의 소녀들로 이뤄진 여자 컬링대표팀이 선전하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국민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까닭이 무엇일까.

동계올림픽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여자 컬링대표팀은 주목의 대상이 아니었다. 북미나 유럽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는 컬링에 한국팀도 참가하는구나 하는 정도로 미미했다.
첫 경기에서 일본에 패하면서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듯 하다가 이후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개성 있는 다섯 소녀가 소리 지르며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늘로 유명한 지방 소도시의 여고 친구, 자매 혹은 후배로 구성된 팀의 특징, 팀의 성씨가 모두 의성 김씨라는 점, 동계올림픽에 대비하기엔 열악하기 이를 데 없는 주변 환경 등이 알려지면서 ‘마늘소녀들’은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딸들’로 변했다.

12년 전 한 여고 1년생(김은정)이 체육시간에 컬링을 체험하면서 잉태된 꿈은 친구, 친구의 동생, 친구동생의 친구 등이 가세하면서 끈끈한 동아리로 발전했고 다행히 고장에 컬링훈련원이 있어 활발한 방과 후 연습으로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열심히 했다 해도 2012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대회 3위가 최고성적인 이들이 세계 강호들이 경쟁하는 동계올림픽에서 메달권에 근접하리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그 불가능해 뵈는 험로를 돌파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결승전까지 이른 ‘팀 킴’의 모든 것이 확실히 다른 팀과 달랐다. 특히 이들의 유대감이 국민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든 분야에서 팀에 소속된 이상 팀원 간의 유대감이 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들은 특별했다. 필요에 의한 유대감, 강요된 결속력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유대감이 지배했다.
경기에 집중하는 선수들의 자세나 낯빛에 불편함 거북함을 찾을 수 없었고 팀원을 향한 격려와 배려, 도움의 기운이 솟는 듯했다.
윤기 흐르는 얼굴과 반짝이는 눈엔 긍정과 상생의 아우라(aura)가 흘러넘쳤다. 자석이나 전류가 흐르는 물질 주변에 형성되는 자기장(磁氣場) 비슷한 기운이 이들을 에워싸고 있는 듯했다.

이들을 에워싼 신비한 자기장이 막힘없는 소통과 교감, 숨은 능력을 일깨우며 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다양한 버전의 ‘영미’신호는 이들이 얼마나 한 몸처럼 행동해왔는가를 짐작케 해준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면 마치 우무질에 쌓인 개구리 알 같다. 우무질 속의 개구리 알은  외부로부터 보호 받으며 우무질을 먹이로 삼아 올챙이로 변하고 성체로 성장한다.
‘팀 킴’에게 의성이라는 지역, 같은 학교 동창 혹은 선후배, 같은 의성 김씨, 컬링이라는 같은 취미와 목표가 끈끈한 우무질을 형성한 것은 아닐까.

단체스포츠만이 우무질 같은 끈끈한 유대감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기량을 겨루는 스포츠도 긍정과 상생의 기운을 형성할 줄 알아야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철저하게 개인의 기량과 정신력을 겨루는 골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골프는 결코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니다. 자신 이외의 다양한 존재 속에서 경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라운드마다 바뀌는 동반자. 캐디, 골프코스의 상황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가가 경기를 좌우한다. 프로골퍼라면 수많은 갤러리들의 시선, 중계 카메라의 렌즈, 미디어와의 소통 등이 경기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다양한 주변 환경과 얼마나 좋은 유대감, 긍정과 상생의 교감을 할 수 있는가가 승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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