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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7년만의 우승 문턱까지 간 케빈 나의 변신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한국] 재미동포 케빈 나(34·한국이름 나상욱)는 한국 골프팬들에게 애증이 뒤얽힌 선수다.
골프 천재성으로 기대와 촉망을 한 몸에 받기도 했고 동료선수들이 동반을 꺼릴 정도의 불같은 기질과 지연 플레이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제네시스 오픈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3라운드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며 탄탄한 경기를 펼친 그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한때 한 타 차이 단독 선두에 나서기도 하는 등 언제라도 우승을 다툴 선수로 부상했다. 결국 합계 10언더파로 토니 피나우와 함께 버바 왓슨(39)에 2타 뒤진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케빈 나는 지난 2011년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우승 이후 7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쳐 준우승 기록을 통산 9회로 늘리는데 그쳤으나 그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희망의 불씨를 피워 올렸다.

케빈 나가 PGA투어에 조인한 것은 2004년. 전년도에 Q스쿨을 통과해 PGA투어 티켓을 받았다. 그리고 7년 만에 첫 우승을 했다. 다시 7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는 아쉽게 놓쳤다.
이것만 놓고 보면 그가 주목 받을 선수로 보이지 않지만 그의 기량은 늘 우승 후보군에 들었다. 통산 준우승 또는 공동 2위가 9회, 3위가 4회이니 다른 중하위권의 선수와는 다르다.
그의 골프이력을 보면 지금까지의 성적에 납득이 안 갈 정도다. 

케빈 나는 2003년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2004년 PGA투어에 본격 진출하자 매스컴들로부터 ‘준비된 우승후보’라는 찬사를 들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1학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9살 때부터 골프채를 잡은 뒤 ‘골프신동’이라는 딱지를 달고 다녔다. 12살 때 US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 본선에 진출,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 대회 사상 최연소 출전기록을 세웠고 1999년과 2000년 로스앤젤레스 시티챔피언십을 연속 제패했다. 고등학생이던 2000년 나비스코 주니어챔피언십, 핑 피닉스 챔피언십, 스콧로버트슨 챔피언십, 오렌지볼 국제챔피언십 등 100여개의 각종 아마추어대회를 휩쓸며 미국 주니어무대의 최고 스타로 부상했다. 2001년에는 PGA투어 뷰익오픈 월요예선을 거쳐 출전권을 획득해 당시 49년 역사를 자랑하던 뷰익오픈 사상 최연소 출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세계적인 스윙 코치 부치 하먼은 그의 천재성을 인정, 파격적으로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미국 주니어골프랭킹 1위에 오른 그는 스탠퍼드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로 전향, 2002년부터 APGA(아시아프로골프)투어와 EPGA(유럽프로골프) 투어에 참가해 APGA투어 볼보마스터스 정상에 올랐다. 이어 퀄리파잉 스쿨을 거쳐 2004년 PGA투어에 본격 뛰어들었다.

그러나 PGA투어에서 그의 행로는 예상을 빗나갔다. 잘 나가다가도 우승 문턱에서 무릎을 꿇기 일쑤였다.
골프팬들이 그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는 저조한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필드에서 자주 목격되는 그의 불같은 성격과 행동이 골프선수로서의 기대를 접게 만들었다.
그는 ‘움직이는 용광로’였다. 아무 때나 감정이 폭발하고 골프클럽을 내던졌다. 게임이 뜻대로 안 풀릴 때의 그는 ‘성난 멧돼지’나 다름없었다. 경고를 받을 정도의 늑장 플레이 때문에 동료선수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그가 한번 화에 휩싸이면 얼마나 걷잡을 수 없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4월 발레로 텍사스오픈 1라운드 9번홀(파4)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첫 티샷은 심한 슬라이스가 나면서 나무속으로 들어갔다. 공을 못 찾아 다시 티 박스로 돌아가 드라이브 샷을 날렸지만 첫 번째 샷과 비슷한 곳으로 향했다. 잠정구로 세 번째 드라이브샷을 날린 그는 덤불 속의 공을 빼내려 애썼으나 공이 나무를 맞고 다시 자신의 몸에 맞아 1 벌타를 받는 등 13타 만에 겨우 러프를 벗어났다. 14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 가장자리로 보낸 케빈 나는 결국 2 퍼트로 16타 만에 홀 아웃 했다.
1998년 베이힐 인비테이셔널에서 파5 홀에서 18타를 기록한 존 댈리, 1938년 US오픈 파4홀에서 레이 아인슬 리가 기록한 19타와 함께 골프사상 최악의 장면으로 꼽힌다.

이런 그가 2011년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 우승할 때, 2015년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을 벌일 때 필드의 악동에서 신사로 새로 태어난 듯 했다.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선 리키 파울러와 세르히오 가르시아, 케빈 키스너의 수준 높은 연장승부가 백미였지만 한국 골프팬의 눈에는 매 라운드 단독 선두로 나섰다 뒤로 밀리는 것을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공동6위에 오른 케빈 나가 다시 보였다.
타고난 기질을 바꾼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는 변화의 몸부림을 보이다가도 어느 새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제네시스 오픈에서 그는 변신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플레이 내용도 견실해졌고 덤비는 버릇도 없어졌다. 샷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성난 황소로 변하던 얼굴은 평온을 유지할 줄 알았다. 간간히 미소를 지으며 동료선수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제 시즌 초반이니 케빈 나가 지금처럼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재기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8-02-20 08:2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