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제공=방민준


[골프한국] 골프는 볼과 클럽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클럽이라는 도구로 볼을 띄워 코스의 특정한 구멍에 집어넣어야 하는 골프에서 볼은 핵심이다.

이 볼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하느냐에 따라 골프의 세계는 천양지차로 갈라진다.

처음 골프에 입문하는 초보자들은 볼을 앞으로 힘껏 쳐내는 것을 배운다. 똑바로 멀리 보내기 위해 끝까지 볼에 집중하며 볼에서 눈을 떼지 말라는 가르침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는다.
자연히 볼은 힘껏 때려내야 하는 가격의 대상이 되고 만다. 그러나 가격의 동작은 필경 근육이나 몸통의 자연스런 움직임을 방해한다. 두 발 사이에 놓인 볼을 힘으로 가격하려는 순간 어깨와 팔에 경직이 오고 회전하는 클럽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스윙 스피드가 떨어진다. 몸의 축은 전후좌우 또는 상하로 흔들리고 충분한 팔로우 스윙도 이뤄지지 않는다.

연습 스윙 때는 부드럽고 완벽한 스윙을 해내면서도 정작 볼을 놓고서는 연습할 때의 그 스윙을 재현하지 못하는 것은 볼을 때려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레슨프로들이 초보자들에게 ‘볼이 없다고 생각하고 스윙하기’(No Ball Method)를 익히도록 강조하는 것은 바로 가격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볼에 집중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볼에 얽매여선 자연스런 스윙을 구현할 수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볼로부터의 자유’( Free from Ball)다. 볼로부터의 ‘도피(Escape)’가 아니라 ‘자유(Free)’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도피는 집착의 끈이 남아 언제라도 끌려들 수 있지만 자유는 끈이 끊어지는 차원이다.

프로선수들의 스윙동작을 보면 힘껏 볼을 때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연습스윙을 완벽히 재현해낼 수 있도록 수없이 연습한 결과다.
프로선수들은 다양한 수련단계를 거치면서 연습스윙과 실제스윙을 일치시키는 법을 터득할 수 있지만 아마추어들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머리로는 ‘빈 스윙(연습 스윙) 하듯, 볼이 없다고 생각하고 스윙하라’는 의미를 충분히 납득하면서도 볼을 두 발 사이에 놓고 쳐내야 하는 상황에서 빈 스윙 하듯 스윙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No Ball Method'를 심화시켜 효험을 보고 있는 필자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일단 볼을 쳐내기 전에 연습스윙을 여러 번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실제로 볼을 쳐내는 느낌으로 빈 스윙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볼을 실제로 쳐내야 할 때는 볼이 없는 상태의 빈 스윙이라고 생각하며 연습스윙 때의 그것을 재현하는 데만 집중한다. 머리로만 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도 ‘볼 없다’라고 중얼거리는 것도 효과적이다.

고속열차 KTX나 놀이공원의 바이킹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도 효험이 있다. 백 스윙에서 팔로우 스윙까지를 KTX의 시발역과 종착역으로 생각한다. 물론 중간에 정차하는 역이 없이 논스톱으로 주행한다는 조건이다. 이때 앞에 볼이 놓인 지점은 무정차 통과역일 뿐이다. 병점이나 추풍령 같은 KTX가 멈추지 않듯 통과역이다. 옛 추억조차 떠올릴 틈 없이 쏜살같이 지나치는 간이역일 뿐이다.
놀이공원의 바이킹은 큰 시계추 운동으로 아찔한 순간을 만들어내는데 역시 최저점에서 멈출 수 없다. 마찬가지로 스윙 역시 볼이 놓여 있는 최저점에서 멈출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뻔히 볼이 눈앞에 있는데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모순이지만 부드럽고 힘찬 스윙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눈앞에 놓인 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화엄경의 핵심 화두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다’란 데 익숙하다면 ‘볼로부터의 자유’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마음만 고쳐먹으면 볼로부터 자유로운 스윙을 얼마든지 터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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