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존슨이 PGA 투어 센트리 챔피언스 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난 5~8일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에서 열린 PGA투어 시즌 개막전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더스틴 존슨(33)을 위한 매직 쇼 경연장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시즌 투어에서 우승컵을 쥐어본 선수 34명만 출전하는 별들의 대회라 화려한 플레이가 속출했지만 그 중에서도 더스틴 존슨의 플레이는 압권이었다.

출전 선수 모두가 교과서적인 힘차고 아름다운 스윙을 자랑했지만 더스틴 존슨의 그것은 차원이 달랐다.
193cm 86kg의 거구에서 만들어지는 스윙이라 파워 넘치는 장타가 나올 것은 당연하다. 좋은 체구와 힘찬 스윙으로 멋진 샷을 만들어내는 선수는 왕년의 타이거 우즈를 포함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그처럼 힘차면서도 간결하고 걸림 없는 스윙을 가진 선수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게 더스틴 존슨은 큰 체구로 완력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로 분류되어 있었다. 헨릭 스텐손, 버바 왓슨, 존 댈리, 타이거 우즈, 마츠야마 히데키 등과 함께. 장신에다 적당한 콧수염과 턱수염, 구레나룻으로 강인한 인상마저 풍겨 조단 스피스, 저스틴 토마스, 존 람, 리키 파울러, 러셀 헨리 등 지능적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과는 달라 보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그는 큰 체구와 강함만은 내세우는 선수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상황에 따라, 필요에 따라 적절히 힘 조절을 하며 정교함을 창출해내는 이지적인 면모는 인상적이었다.

그의 이력은 만만치 않다. 2007년 프로로 전향해 지금까지 PGA투어 통산 17승을 거두었고 지난해 2월 제네시스 오픈 우승 이후 47주째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시즌만 해도 우승 4번에 준우승과 공동2위를 한 번씩 했다. 강자 중에서도 강자인 셈이다.
그런데 내 눈에 그는 단순히 강자가 아니었다. 그의 스윙은 서예로 말하면 일필휘지(一筆揮之), 옷으로 말하면 천의무봉(天衣無縫)이다. 머뭇거림이나 망설임이 끼어들 틈이 없다. ‘단칼’(with one stroke of the sword)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정갈했다. 그의 스윙에선 바람을 가르는 칼날처럼 서늘함마저 느껴진다.

최종 합계 24 언더파로 단독 2위 존 람(스페인)을 무려 8타 차로 따돌린 더스틴 존슨의 플레이는 4라운드 내내 상승기류를 탔지만 특히 3, 4 라운드 12번 홀(파4)에서의 두 번의 이글은 그의 스윙이 얼마나 독보적인가를 보여주었다.

3라운드 12번 홀의 티에서 홀까지의 거리는 433야드였는데 그는 358야드를 날려 홀까지 71야드를 남겨놓고 있었다. 뒤바람도 살짝 불고 그린 근처부터는 약간의 오르막이었다. 그는 심사숙고 끝에 4분의3 스윙의 어프로치 샷을 날렸다. 방향도 좋았고 볼의 세기도 적당한 듯 했다. 그린에 낮게 떨어진 볼은 가벼운 바운드를 한 뒤 깃대가 꽂힌 홀컵으로 굴러가더니 사라졌다. 다음 샷 하기 좋은 곳으로 날려 보낸 드라이브 샷과 정밀하기 이를 데 없는 어프로치 샷이 만들어낸 걸작이었다.

4라운드 같은 홀. 이미 우승은 거의 확실시되었든 탓인지 그의 드라이버에서 튕겨나간 볼은 그린 입구에 떨어지더니 홀로 향해 굴러가다 15cm 앞에 멈췄다. 429야드를 날아간 셈이다. 뒤바람에 내리막의 도움을 얻었지만 드라이브 샷을 그렇게 홀 가까이 붙인다는 것은 스윙 동작이 얼마나 완벽했는가를 웅변하는 것이다.

아마추어들로선 그의 스윙이 그렇게 멋진 것인지 감이 안 올 수도 있지만 그의 스윙은 동료 프로선수들에게는 물론 주말 골퍼들에게도 자신이 추구해야 할 스윙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제시해준다.

때리는 동작을 하지 않으면서도 힘을 낼 수 있는 스윙, 다운 스윙에서 팔로우 스윙까지 구겨짐이나 머뭇거림이 없는 일필휘지의 스윙, 완벽한 회전을 하면서도 끝까지 스윙의 축을 지켜내는 능력과 체력 등 그는 스윙의 새로운 교과서를 펼쳐 보였다.

누가 이런 비기(秘技)를 갖춘 더스틴 존슨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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