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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대나무 마디에서 찾은 골프의 지혜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한국]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이 있듯 대나무 순은 비 온 뒤에 여기저기서 쑥쑥 자라지만 항상 성장만 하지 않는다. 대나무가 절개(節槪)의 상징이 될 정도로 곧게 자랄 수 있는 것은 적절히 성장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기후가 나쁘거나 수분이 부족할 때 성장을 멈추고 다음 성장을 위해 힘을 모은다. 이때 생기는 것이 마디다. 성장판을 닫고 힘을 비축한 뒤 기회가 되면 다시 성장한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대나무는 휘지 않고 곧게 그리고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의 드럼통이 생겨난 것도 대나무의 마디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 만든 드럼통은 표면에 아무런 굴곡이 없는 매끈한 통이었는데 이 때문에 작은 충격이나 굴릴 때 쉽게 찌그러졌다. 누군가가 대나무의 마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드럼통 옆구리에 마디를 넣었더니 강도가 4배나 강해졌다고 한다.

해저드, 러프, 벙커 등 장애물 없는 골프코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스 샷 없는 라운드 역시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좌절 없는 라운드도 없다

프로선수들도 중도에 골프를 접을까 고민하게 할 정도로 좌절을 빠지게 하는 게 골프인데 주말골퍼야 오죽하겠는가. 만족하는 샷보다 미스 샷이 많은 게 아마추어 주말골퍼들이다. 그러면서도 골프의 불가사의한 중독성 때문에 매달리면서 수도 없이 골프와의 결별을 생각한다.

내 주변에도 “이제 골프를 그만 둬야 할 것 같아요.”라고 토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한결 같이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참담한 라운드를 몇 번 경험한 뒤 입버릇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하곤 한다.
극히 일부는 정말 골프를 접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의 노역을 되풀이한다. 힘들여 바위를 산꼭대기에 올려놓으면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골퍼들은 골프를 증오하면서 다시 골프채를 휘두른다.

나도 열 손가락으로 못 셀 만큼 중도에 골프 포기를 고민했었다. 그때마다 용케 홍역을 치르고 고비를 넘겼지만 최근 ‘정말 이제 골프채를 놓을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참담한 라운드를 경험했다.
아무리 골프의 속성이 그렇다 해도 해도 그날은 너무했다. 겨울골프라 스코어는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되는 샷이 거의 없었다. 드라이버, 페어웨이 우드, 하이브리드, 아이언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라운드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정말 심각하게 아내에게 “이제 골프를 그만 둘 때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고 재미도 못 느낀다며 궁색한 핑계를 댔다.

그리고 며칠 후 운동 삼아 연습장에 나가 골프채를 휘둘러봤다. 어라, 그저께 날린 샷과는 완전히 달랐다. 며칠 전의 참담한 기억이 사실이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다시 옛날의 샷이 되살아났다. 환장할 노릇이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래서 골프채를 못 놓는구나!’
그동안 여러 번 경험한 일인데도 마치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불현듯 대나무의 마디가 떠올랐다.
마디가 곧은 대나무를 만들 듯 되풀이 되는 좌절이 나의 골퍼를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정말 골프와는 체질이 맞지 않거나 흥미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골퍼들이 겪는 좌절과 고통은 결국 자신의 골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성장통임을 비로소 깨닫는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7-12-13 09:5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