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이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골프한국] 박성현(24)이 드디어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지난 6일 LPGA가 발표한 세계 랭킹에서 박성현은 랭킹 포인트 8.4056점으로 유소연(27)의 8.3818점을 약 0.02점 차이로 앞서 골프여왕으로 등극했다. 직전 주까지만 해도 박성현은 유소연에 약 0.15점이 뒤졌으나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LPGA투어 토토 재팬 클래식에서 유소연이 공동 33위에 그치면서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박성현에게 역전당한 것이다.

신인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것은 LPGA투어 사상 박성현이 처음이다.
지난 1978년 낸시 로페즈가 LPGA투어 사상 처음 신인상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 등 모든 상을 휩쓸었는데 아직 LPGA투어 시즌이 마감되려면 두 경기가 남아 있어 박성현이 이미 확정된 신인상과 함께 세계랭킹 1위를 지키면서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 평균 최저타 상 등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인으로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은 박성현이 처음이지만 신인상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을 포함한 다른 상까지 차지한다면 LPGA투어 사상 낸시 로페즈에 이어 두 번째인 셈이다.

오는 9~12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리는 블루베이 LPGA 대회에 유소연과 현재 라운드 당 평균 최저타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렉시 톰슨이 불참해 박성현은 경기 결과에 따라 LPGA투어의 모든 상을 휩쓸 가능성은 남아있다. 
만약 박성현이 블루베이 LPGA와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릴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등 남은 두 대회에서 우승을 보탠다면 낸시 로페즈 이후 도저히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견되었던 LPGA투어 전관왕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박성현이 매우 저조한 성적을 내고 마지막 대회에서 유소연이나 렉시 톰슨이 우승한다면 이런 시나리오는 허사가 된다.

박성현의 세계랭킹 1위 등극 뉴스가 전해진 다음날 동네 골프연습장 지인들이 연습을 마치고 근처 등산로입구 음식점에 모여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당연히 화제는 박성현이었다.
박성현의 세계 랭킹 1위 등극을 보는 시각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놀랐다.

“우리 집사람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박성현이만 나오면 TV앞을 떠날 줄 모르는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니 자기 손녀 일인 양 좋아하더라니까요. 덕분에 너무 자주 필드 간다는 잔소리도 줄겠지요.”

“우리 집사람도 박성현이를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미소년처럼 생겨서 그런지 누가 박성현이 욕하면 싸울 정도입니다.”

“박성현이를 위협할 상대가 잘 안보이니 당분간 LPGA투어를 지배할 가능성이 커 보여요. 어쩌면 박세리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생각엔 박성현이 너무 쉽게 랭킹 1위에 오른 게 아닌가 걱정되는데요.”
“그건 무슨 뜻입니까?”
“명검이 탄생하려면 엄청난 담금질이 필요한데 LPGA 진출 1년 만에 여왕에 오른 것은 좀 이른 감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출중한 실력 때문이겠지만 쉽게 여왕 자리를 꿰찼으니 세계 랭킹 1위가 별거 아니네 하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지….”
“너무 일찍 목표를 달성해버리고 나면 목표의식이 약해질 위험도 없지 않지요.”
“뒤에서 추격하는 입장이라면 쉽게 동기부여가 되는데 앞에서 혼자 달리면 자꾸 뒤돌아보며 쉬고 싶은 생각이 들것 같기도 해요.”

“무엇보다 골프선수로 장수하려면 동료선수는 물론 팬들과도 잘 어울리고 미디어들과도 소통이 잘 되어야 되는데 그런 면에선 박성현이 좀 약한 것 같더라고요.”
“잘 생긴 얼굴 모자 속에 왜 감추는지 모르겠어요. 모자 좀 치켜 쓰고 팬들을 향해 미소도 짓고 손도 흔들면 한결 인기가 높아질 텐데….”
“팬들과 교감할 수 있어야 동기 부여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겁니다.”

“내 생각엔 영어 공부 좀 열심히 했으면 싶어요. 자유롭게 인터뷰 할 수 있으면 겁도 없어지고 친구들도 생겨 LPGA투어의 재미가 배가 될 겁니다. 그럼 자연히 이런 좋은 환경에서 좀 더 긴 전성기를 보내자는 마음이 들어 자신을 더욱 담금질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성현이 변하는 걸 보면 쉽게 무너질 것 같진 않습디다. 당장 보세요. 국내에 들어오면 후배 선수들에게 맥을 못 추잖아요. 무서운 후배들이 국내에 많다는 걸 깨달았을 테니 한번 골프여왕 자리에 올랐다고 자만할 여유가 없지요. 누가 자신을 밀어낼지 모르는데….”

“하긴 조금만 한 눈 팔다간 금방 밀려날 판이지요. 리디아 고도 살아나고 있지, 펑샨샨의 상승세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요. 아리야 주타누간도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르고. 유소연 김인경 박인비 김세영 지은희 양희영 이미림 등 노련한 태극낭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LPGA투어 우승컵 절반 이상을 태극낭자에 빼앗기고 있는 미국 선수들도 구경만 하고 있지 않을 걸요.”
“이미 미국 선수들 가슴 속엔 ‘타도 코리안 걸’이란 공감대가 생겼을 겁니다.”
“우리 미래 걱정 그만하고 박성현의 여왕 등극 축배를 듭시다.”

간접적으로나마 그를 아끼는 팬들의 이런 대화가 박성현에게 전해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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