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아머(41·미국)가 PGA 투어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프로골퍼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겐 프로골퍼는 별처럼 보인다. 그러나 프로골프의 세계에선 우승컵을 자주 거머쥐는 사람이 별이다.

프로골프의 세계에서 빛나는 별다운 별은 손으로 꼽을 정도고 대부분은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뭇별(많은 별, 이름 없는 별)들이다. 새로운 샛별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빛을 내지 못하는 뭇별들은 사라진다. 우승을 하거나 상금순위 상위 톱10에 오르는 프로골퍼는 그야말로 5% 내외의 극소수고 나머지는 빛을 잃으면서 스러져간다.

프로골퍼로서 우승 한번 없이 10년을 버텨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상금이 적으니 프로골퍼로서의 생활 유지도 어렵고, 우승 없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절망의 깊이도 더해 의욕을 잃고 만다. 별수 없이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30일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한 라이언 아머(41)는 뭇별 중에서도 참 별난 뭇별이다.
프로로 전향한 것이 1999년이니 프로 경력 18년이다. 프로로 입문하고도 2, 3부 투어에 출전하지 못하고 미니투어를 전전하다 5년 후인 2004년에야 2부 대회인 웹닷컴 투어에 합류할 수 있었다. PGA투어에는 2007년 들어왔으나 성적이 부진해 웹닷컴 투어를 오락가락 했다. 지난해 웹닷컴 투어 파나마 클래로 챔피언십에서 프로 첫 우승을 맛본 뒤 PGA투어에 재진입해 1년 만에 처녀 우승의 감격을 누린 것이다. 
웹닷컴투어 우승기록을 포함하면 프로 17년 만에, PGA투어 우승을 기준으로 하면 18년 만에 우승컵을 만져본 셈이다. 프로대회 통산 105개 경기만의 감격이다.

그는 여러모로 프로골퍼로선 불리한 조건을 가졌다. 고교 재학 중엔 농구선수로 활동했고 골프는 오하이오 주립대에 들어와서 시작했다. 어느 일요일 동네 골프장을 찾아 부모와 브런치를 한 후 처음 라운드를 했는데 그때의 잊을 수 없는 스릴이 그를 골프로 이끌었다. 
175cm 77kg이라는 골프선수로선 다소 왜소한 체격에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60야드밖에 안 되는 라이언 아머가 프로골퍼로 18년을 버텨왔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사의하다.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 남다른 인내심, 핸디캡을 보완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되었겠지만 경기할 때마다 다른 선수보다 30~50야드 뒤에서 세컨드 샷을 날려야 하는 수모를 견뎌내는 능력이야말로 그의 비장의 무기가 아닐까 여겨진다.
그의 성 아머(Armour)의 의미가 갑옷인 것이 의미심장하다. 온갖 핸디캡과 수모와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정신력과 피나는 노력이 갑옷으로 그를 무장시켜준 셈이다.
 
대회 기간이 중국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챔피언스와 겹쳐 A급 선수들이 빠지는 행운이 있었기는 하지만, 아들의 생일에 그렇게 갈망하던 첫 우승을 차지한 그에게 무명의 시절을 보내는 프로골퍼와 단타로 수모를 겪는 주말골퍼들을 대신해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낸다. 

그의 꿈이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 모교인 오하이오주립대의 전설적인 풋볼 지도자 우디 헤이스(Woody Heyes), 그리고 미국 대통령과 함께 라운드 하는 것이라는데 이번 우승으로 그 꿈에 한발 다가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 ‘Have You worked hard enough today?’(너는 오늘 최선을 다했는가?)라고 자문한다는 라이언 아머는 더 이상 ‘뭇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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