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방민준
[골프한국] 골프를 못 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대는 핑계가 연습시간 부족이다. 골프는 ‘108가지 번뇌와 싸우는 운동’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잘 안 되는 이유가 많지만 가장 둘러대기 쉬운 것이 연습 부족이다. 연습을 많이 해놓고도 상대방이 경계심을 갖지 않도록 “한 달 만에 처음 채를 잡는다.”다고 엄살을 피우기도 한다.
골퍼란 연습 없인 발전이 보장되지 않는 스포츠이기는 하다. 스코틀랜드의 옛 교습서를 보면 ‘골프를 향상시키려면 매일 연습하라. 현상 유지를 원한다면 최소한 이틀에 한 번 연습을 하라. 그러나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연습할 시간이 없다고 포기하기엔 골프의 마력이 너무 강하다. 죽어라고 연습을 해도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하지만 연습을 거의 하지 않고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묘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미지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유독 골프를 멘탈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은 골프가 결코 육체적인 훈련만으로 정복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뜻이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다고 해도 골프장에서 맞는 여러 상황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이미지를 그리느냐에 따라 골프가 달라진다. 그래서 골프를 두고 ‘20%는 기계적 기술이, 80%는 정신적 기술이 지배하는 스포츠’라고 하는 것이다.

골프가 얼마나 심리적인 운동인가는 조지 홀이라는 미국 육군 대위의 기막힌 일화가 증명해준다.
그는 월남전 참전 중 포로가 되어 잔인한 고문을 받으며 6년3개월이라는 기간을 월맹군 포로수용소에 보낸다. 그는 동료들이 고문에 못 이겨 정신이상이 되는 것을 목격하곤 고문의 고통을 잊기 위해 상상으로 매일 고향의 골프코스를 라운드 하는 기발한 방법을 찾아냈다.
두 평 남짓한 독방에서 맨손으로 이미지 스윙을 하며 하루에 한 번 이상 라운드를 했다. 날씨가 아무리 나빠도 노터치 플레이를 고수하고 모든 규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이러기를 6년3개월. 오로지 머릿속에서 이뤄진 상상골프 덕분에 그는 정신이 온전한 상태로 귀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3주 만에 고향의 골프코스에 섰다.
놀랍게도 그의 골프는 완벽에 가까웠다. 동료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가 6년3개월간 정글에서 포로생활을 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바로 어제 라운드를 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실수도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었다.

조지 홀 대위의 감동적 일화에서 우리는 골프가 고문의 고통까지 잊게 해줄 정도로 고차원적인 정신운동임을 깨닫게 된다. 여기에 연습시간이 부족한 골퍼들에게 축복이 될 팁이 숨어 있다.

실제로 연습시간을 낼 수 없는 CEO 중에 이런 이미지 스윙으로 효과를 본 사람을 주위에서 많이 본다. 그들은 퍼팅감을 잃지 않기 위해 책상서랍에 퍼팅그립을 넣어두고 그린을 상상하며 만지작거리는가 하면 짧은 스윙도구를 사무실에 두고 거울을 보며 틈틈이 스윙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 의외의 연습효과를 본다고 털어놨다.
연습장에서 실제로 볼을 때리는 것보다 이미지가 가미된 빈 스윙이 이상적 스윙 구축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연습장에 가보면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볼을 쳐내느냐를 시합이라도 하듯 쉼 없이 연습하는 사람을 자주 본다. 이런 사람들의 스윙은 기계적인 동작의 반복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자신의 스윙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주변의 좋은 스윙을 곁눈질 해보며 참고할 여유도 없이 자신의 스윙을 고집하며 볼을 쳐낸다. 이런 스타일로 연습하는 사람의 스윙은 십중팔구 제멋대로다. 나쁜 스윙을 고질병으로 더욱 악화시키는 연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골프에서 이미지는 연습시간이 없는 사람에게는 물론 연습에 열중하는 사람에게도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나는 골프 연습을 할 때 무심하게 클럽을 휘두르지 않는 편이다. 늘 대여섯 개의 볼트와 너트 쌍이 주머니에 있다고 생각하고 이 볼트와 너트를 서로 맞추는 이미지를 그리며 연습을 한다.

참고로 소개하면 이런 식이다.
스윙 할 때 오른 팔이 허리 회전보다 먼저 앞으로 나가 엎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님 앞에 자장면 놓기’나 ‘기관차와 객차’ ‘오른 팔꿈치로 갈비뼈 스치기’ ‘3시20분’ ‘뺨따귀가 아닌 귀싸대기 때리기’ 등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자장면을 손님 앞에 놓으려면 위에서 엎는 자세가 아닌 옆에서 밀어넣듯 놓아야 하듯, 스윙도 허리가 돌기 전에 팔이 쏟아지지 않고 따라와야 하는 이치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기관차와 객차’의 이미지 역시 팔은 허리와 히프, 다리의 움직임(기관차 역할)에 뒤따르는 객차라는 이미지를 갖는 것이다. 객차가 기관차를 앞서면 탈선하고 말테니 지키지 않을 수 없다.

‘오른 팔꿈치로 갈비뼈 스치기’ 역시 스윙이 out-in 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 ‘3시20분’이라는 이미지도 헤드페이스가 볼에 접근할 때 목표선과 직각을 이루는 3시 방향이 아닌 3시 20분으로 들어가면 스윙궤도를 in-out 으로 만드는데 효과적이다.
‘귀싸대기 때리기’의 이미지는 클럽을 왼쪽으로 감는 것을 방지하며 목표방향으로 내던지는데 도움을 준다. 뺨을 때리는 자세로는 클럽을 잡아채기 십상이다.  

헤드 업을 방지하기 위해 코에 낚싯바늘에 꿰어 있다고 생각하고 몸의 축이 왼쪽으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왼쪽에 바늘이 박힌 벽이 막혀 있다고 생각하면 과도하게 중심축이 흔들리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이미지 훈련법이 의외로 효과적임을 시도해본 주위사람들은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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