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스타챔피언십 1R 취소 논란

[골프한국] 지난 19일 KLPGA투어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라운드가 열린 이천 블랙스톤 골프코스에서 벌어진 1라운드 취소 소동은 한국골프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좀 더 엄격한 시각으로 보면 해프닝이나 소동이 아니라 대사건이다. 아마추어 골퍼의 눈으로 봐도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세계 여자골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 여자골프계로선 치욕적이고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 홀의 그린과 프린지(fringe 또는 apron)의 경계가 불분명한 데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KLPGA 관계자들의 골프 정신과 철학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가 안고 있는 특징 중 하나가 보상의 차별화다.
규칙은 모든 선수에게 동등하게 적용하되 골프의 이상적 목표인 ‘Far and Sure(멀리 그리고 정확하게)’를 접근한 선수에겐 그만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코스를 세팅한다.
골프코스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보면 골프라는 스포츠가 철저한 ‘보상의 스포츠’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양탄자 같은 페어웨이나 그린만 있는 게 아니라, 잔디 길이가 긴 다양한 형태의 러프, 물이나 절벽 같은 해저드, OB구격, 벙커가 있다. 잔디 길이가 가장 짧은 그린 주변은 페어웨이와 그린을 구분 짓는 경계지역을 두고 있는데 바로 프린지다. 보통 그린의 가장자리라는 뜻의 에지(Edge) 또는 에이프런(Apron)이라고도 부르는 지역이다.

이처럼 잔디 길이에 차이를 두고 여러 가지 장애지역을 설치하는 것은 코스를 제대로 읽고 정확하게 플레이한 선수와 불리한 위치에서도 좋은 결과를 낸 선수에겐 그만한 보상을 주고, 그렇지 못한 선수에겐 불이익을 주겠다는 골프철학이 담겨있다. 이런 차별적 조건이 없이 편편한 잔디밭으로만 골프코스가 조성돼 있다면 골프가 얼마나 무미건조할 지는 물으나 마나다.
 
그린과 프린지의 차이를 모호하게 했다는 것은 이 같은 골프철학이나 정신을 망각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린에 올라온 볼은 손으로 집어 닦을 수 있지만 프린지에 있는 볼을 집으면 1벌타를 부과하게 돼있다. 여기엔 온 그린을 못 시킨데 대한 불이익을 주는 목적이 숨어있다.
볼을 닦아 방향을 맞출 수 있는 것과 볼에 묻은 흙을 떼어내지도 못하고 방향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은 선수로선 큰 차이가 있다.

박인비나 수잔 페테르센 같은 세계적 선수들이 그린과 프린지의 구별이 안 된다고 느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주최 측의 잘못이다. 문제가 된 홀들의 그린과 프린지의 잔디 길이 차이가 0.8㎜에 불과하다는 것은 육안으론 거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고도 모든 선수에게 동등하게 룰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선수들은 미세한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린과 프린지를 구별해 규칙을 지켰는가 하면 일부 선수는 고의적은 아니지만 규칙을 위반했다. 그리고 공교롭게 위반이 적발된 선수 중에서도 거센 항의를 한 경우엔 무벌타 처리를 해주는가 하면 다른 선수에겐 벌타를 주었다가 뒤늦게 면제해주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순위도 뒤바뀌었다. 룰 적용이 오전 조 선수와 오후 조 선수가 달랐으니 선수들의 집단반발은 당연했다.
선수들이 집단반발하자 KLPGA측은 실격처리 하겠다고 엄포를 놓다가 수습이 안 되자 아예 1라운드 결과를 없었던 일로 무마했다.

이 사건으로 대회는 3라운드로 축소돼 파행으로 진행됐고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협회는 홈페이지에 사과의 글까지 올렸다.
이 정도로 한국 여자골프가 입은 상처가 치유되리라 믿는 골프팬들은 없을 것이다.
국내 골프팬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외국 언론은 조롱 섞인 어조로 이 뉴스를 전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이어 미국 골프채널, 골프위크, 골프닷컴 등이 이 소식을 주요기사로 다뤄 KLPGA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골프채널은 “경기위원회의 오판으로 인한 불합리한 경기 운영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스꽝스럽고 당황스런 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이 남긴 오점은 KLPGA가 초심으로 돌아가 흥행사업을 벌이는 경기단체가 아닌 순수한 골프의 철학과 정신을 구현해내는 단체로 탈바꿈하지 않는 한 한국 여자골프의 명성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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