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칼럼 > 인기칼럼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에서 술을 뺀다면 무엇이 남을까?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한국] 골프는 태생적으로 술과 가깝다.
10세기 전후로 거슬러 올라가 스코틀랜드 바닷가 황무지에서 벌어지는 골프놀이에서 위스키는 거의 필수 품목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부 혹은 목동들의 심심풀이 놀이로 시작된 골프가 형식을 갖춘 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위스키 역시 골프장비에 준하는 준비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술 없는 라운드는 상상할 수 없다. 황량한 해변은 북해에서 몰아치는 바람이 거세고 날씨는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뀐다. 기온도 예측 불가다. 겨울엔 살을 에는 북풍이 몰아치고 한여름에도 스웨터와 방수 재킷이 필요하다. 비바람과 추위 속에서 위스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제대로 라운드하기란 불가능하다.

자연스럽게 위스키를 담는 휴대용기는 필수품목이 되고 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위스키 병을 따는 전통이 생겼다.
핸디캡(handicap)이란 용어가 라운드를 끝내고 동반자들끼리 한잔 한 뒤 술값을 계산할 때 모자를 들고 각자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어놓으라는 의미의 ‘Hand in a cap’이라고 한 데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봐도 골프와 위스키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술은 라운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라운드 전에 술을 마시는 것은 금물로 인식되고 있고 라운드 중 그늘집에서 목을 축이는 정도로 마시는 가벼운 음주도 리듬을 깨뜨리기 십상이다.
겨울에 추위를 이기기 위해 그늘집에서 정종이나 소주를 마시는 경우 심리적으로 긴장을 풀어주고 추위를 잊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게임에는 부정적임을 경험으로 안다. 

그러나 음주골프도 구력에 따라, 습관에 따라 그 효과가 천차만별이다.

구력이 얼마 되지 않은데도 싱글 수준을 치는 골퍼는 술을 잘 마시든 못 마시든 골프를 할 땐 절대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골퍼가 강요에 의해 입에 술을 대는 순간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이들은 술을 마시며 골프를 즐기는 사람을 만나면 맥을 못 추는 약점도 보인다.

구력이 늘어 실력이 일정 수준에 이른 골퍼는 술에 대한 거부반응 없이 오히려 술과 친화하는 골프를 즐기는 편이다. 내 주변의 골프 메이트들은 십중팔구 라운드 중에는 물론 그 전에도 막걸리나 소주를 두어 잔 걸친다.
그런데도 첫 홀 드라이버 샷을 날리면서 긴장하는 것도 없다. 미스 샷을 날려도 허허 웃어넘기는 여유도 부릴 줄 안다.

객관적으로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가면 근육이 이완돼 평소의 샷을 날릴 수 없다는 사실은 다 안다. 다리가 흔들려 균형 잡기가 어렵고 집중력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판단력이 흐려짐은 물론 자만이나 아집, 독단에 빠지기도 쉽다.

그러나 알코올은 정신적 긴장감을 해소하는데 분명 도움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신력이 지배하는 골프에서 술이 정신적 안정감을 준다면 무조건 술이 백해무익하다고만 할 수 없지 않을까.
특히 라운드가 끝나고 나누는 술은 골프의 대미를 장식하는 감로주 역할을 한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찬 맥주나 소폭, 짜릿한 위스키 한 잔은 라운드로 쌓인 긴장과 스트레스를 말끔히 풀어준다. 라운드 중에 기막힌 플레이가 있었다면 그 쾌감을 재음미케도 한다.

프로골퍼 중에 술을 좋아한 사람으로 미국의 월터 해이건(Walter Hagen)이 꼽힌다. 경기 전날에도 긴장감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며 밤새 술을 마셔대기 일쑤인 그는 술이 덜 깬 상태에서도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다. 1924년 US PGA선수권대회에서도 술에 취해 출전해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그는 시상식 후 귀가 길에 술이 너무 취해 우승트로피를 택시에 두고 내렸다. 다음해 빈손으로 US PGA선수권 대회장에 나타난 그는 “친구 집에 두고 깜박 잊어버렸는데…. 뭐 어차피 내가 또 우승할 테니까.”라고 얼버무렸다. 주최 측은 새 우승트로피를 만들었는데 그는 새로 만든 우승트로피는 차지하지는 못했다.

최초의 인간이 포도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그때 악마가 찾아와 “무얼 하느냐고?”고 물었다.
인간이 대답했다.
“나는 지금 대단한 식물을 심고 있다네.”
악마가 말했다.
“전에 이런 식물을 본 적이 없는데….”
인간이 악마에게 설명했다.
“이 식물에는 아주 달고 맛있는 훌륭한 열매가 열리게 되는데, 그 즙을 마시면 더없이 행복해진다네.”
악마가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꼭 한몫 끼워주게나.”
그러고 나서 인간과 악마는 양, 사자, 돼지, 원숭이를 끌고 와서 죽인 다음 그 피를 거름으로 주었다. 식물은 열매를 맺고 그 열매로 포도주가 만들어졌다.

포도주를 처음 마셨을 때는 양처럼 온순해진다.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워지고, 좀 더 마시면 돼지처럼 추해진다. 아주 많이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을 추고 노래하며 허둥댄다. 술은 악마가 인간의 행동에 베푼 선물이다. (『탈무드』중에서)

술은 골프와 불가분의 관계지만 도를 넘는 음주는 삼가는 게 현명하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7-10-09 13:2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