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
[골프한국] 2년여 만에 PGA투어에 복귀한 배상문(31)이 첫 대회인 2017·18시즌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컷 탈락했다. 지난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 실버라도 리조트 앤드 스파의 노스코스에서 열린 2라운드를 끝낸 결과 합계 4오버파 공동 121위로 컷 통과 기준 1언더파에 다섯 타가 모자랐다.
 
지난 달 중순 국내에서 치른 공식 복귀전인 KPGA 신한동해오픈에서 컷 탈락한 것을 포함하면 2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이다.

비중 있는 프로선수로서 연속 컷 탈락은 치욕이다. 한번 정도는 이변으로, 그럴 수도 있다고 넘길 수 있지만 연속 컷 탈락했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이기에 불길한 징조이자 스스로를 자책할 만한 중대사건이다.

그러나 배상문의 경우는 다르다.
골프선수로서 2년여의 공백 기간은 치명적이다.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골프와는 아무 관련 없는 군 복무로 보낸 2년이라는 기간은 섬세한 감각과 생체·감성 리듬을 요구하는 골프엔 거의 ‘부식(腐蝕)기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 시절과 군 시절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선수시절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골프와 씨름한다. 1주일에 한 번꼴로 대회에 참가하고 틈나는 대로 연습에 매달린다.
그러나 군에서의 생활은 다르다. 보병 소총수의 일과는 골프와 접촉할 틈이 없다. 겨우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체력강화나 이미지 스윙 같은 간접적 연습이 고작이다. 휴일에 근처 초등학교를 찾아 어린이들에게 골프지도를 하고 휴가 때 라운드를 했다고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골프 기억을 덜 지워지게 하는 정도 이상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국내대회는 물론 PGA투어 복귀전에서도 그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의욕에 차서 대회에 임했지만 결과는 그를 실망시켰다.

골프 전문가의 시각에선 의욕과 다른 복귀전 결과는 극히 자연스럽다. 2년여만의 복귀전이 성공적일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천하의 타이거 우즈도 몇 차례 벼르고 별러 복귀전을 치렀지만 한 번도 성공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선수시절에도 며칠만 골프채를 잡지 않으면 감이 확 떨어지는데 2년여 연습도 라운드도 제대로 못했으니 감각이 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배상문 자신도 말로는 어렵지 않게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지만 이 정도의 과도기, 적응기간은 예상했을 것이다.

필자의 시각엔 오히려 복귀 초반에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장기적으론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르고 나면 자연히 마음속으로 ’2년의 공백 기간도 별것 아니네, 다음 차례는 우승이다’라고 과욕을 부리고 겸손과 인내심을 잃고 헛바람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배상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긴 안목으로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자세다. 연이은 컷 탈락은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다. 정상이다. 2년의 공백 기간을 단번에 뛰어넘는다는 것이 비정상이다. 

보병 소총수로 경험해봤듯 지난날의 명성과 기억 다 내려놓고 밑바닥에서 다시 기어올라야 한다. PGA투어 복귀도 신병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확히 말해 배상문은 PGA투어 신병이나 다름없다. PGA투어 무대가 2년 전의 그것이 아니다. 많은 신예들이 충원됐고 있던 선수들도 진화를 거듭했다. 앞으로 치를 대회를 맞을 때마다 군 신병으로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한다는 초심이 필요한 이유다. 

잘 나가던 시절의 자신을 잊고 ‘새로운 배상문’창조해야 한다는 뜻이다.
개막전 컷 탈락은 결코 실망할 일 아니다. 좌절이란 단어도 털끝만큼이라도 마음에 담아두면 안 된다. 이제 겨우 복귀전의 걸음마단계가 아닌가.

세이프웨이 오픈에 함께 참가한 선배들이나 유명선수가 컷 탈락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키건 브래들리, 로리 사바티니, 아론 브래들리, 벤 크레인, 최경주, 본 테일러, 안병훈, 존 허, 위창수, 알렉스 체이카, 존 롤린스 등 컷 탈락자 리스트를 보면 유독 배상문이 실망하고 좌절할 이유가 없다.

배상문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우승을 향한 조급증에 휘말리는 것이다. 조급증은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지름길이다.
배상문에겐 지금 절실한 것은 기다리면서 우승할 수 있는 바탕부터 다시 다져나가는 끈기와 인내심이다. 기회란 기다릴 줄 아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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