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솔하임컵. 줄리 잉크스터 단장이 이끄는 미국팀이 우승을 축하하는 기념 촬영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미국과 유럽에서 번갈아가며 2년마다 열리는 미국과 유럽 간 여자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Solheim Cup) 대회가 미국의 압도적 승리로 막을 내렸다.

지난 18~20일 미국 아이오와주 웨스트 디모인 골프클럽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미국은 16.5점을 획득, 유럽(11.5점)에 5점 차로 여유 있게 승리했다.

첫날 포섬매치에서만 미국은 1.5점 대 2.5점으로 유럽에 뒤졌을 뿐 첫날 포볼매치(4:0)와, 둘째 날 포볼매치(3:1)에서 유럽을 압도했고 둘째 날 포섬매치(2:2)와 마지막 날 싱글매치(6:6) 등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였으나 미국의 대세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미국과 유럽이 아닌 제3 대륙의 골프팬으로서 솔하임컵 대회가 과연 지구촌을 대표하는 여자골프 대항전이 될 수 있는가 의문을 갖게 된다.

솔하임컵 대회는 미국과 유럽의 남자 프로골프선수들 간의 대항전인 라이더컵(Ryder Cup) 대회를 벤치마킹해 창설됐다.

라이더컵 대회는 1926년 디 오픈에서 미국과 영국 선수들이 친선경기를 하면서 유래, 미국과 영국만이 아닌 미국과 유럽대륙 간의 대항전으로 발전되었다. 영국의 사업가 새뮤얼 라이더가 순금으로 된 트로피를 기증하면서 명칭이 라이더컵 대회로 바뀌었고 미국과 유럽의 골프 발전과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자극받는 LPGA는 여자 프로골프 활성화를 위해 미국 대표팀과 유럽 대표팀 간의 대항전을 추진, 대회 창설에 큰 공을 세운 골프용품 제조업체 핑(PING)의 창업주 카르스텐 솔하임(Karsten Solheim)의 성을 따 1990년 대회를 탄생시켰다.
라이더컵 대회와 마찬가지로 양팀에서 12명이 출전, 사흘 동안 다양한 형태의 매치플레이로 치러진다.

이번 대회에서 보았듯 성조기와 유럽연합기가 대회장을 장식하며 애국심을 자극, 흥행에도 성공했고 출전한 선수들도 보통 투어대회에서 맛볼 수 없는 보람과 쾌감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대회에 출전한 미국과 유럽대륙의 선수들이 7월말과 8월초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애버딘 어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과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이미향과 김인경의 우승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봤던 바로 그 선수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최강의 한국 여자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 골프대회가 과연 지구촌을 대표하는 골프대항전이 될 수 있을까 의아심을 갖게 된다.

물론 미셸 위와 다니엘 강 등 교포선수들이 선전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지만 한국 여자선수가 빠진 솔하임컵 대회는 지구촌의 대표 여자골프 대항전으로 인정하기엔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순 우리말인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나 궁궐 같은 큰 한옥의 처마 위에 올려 져 있는 여러 동물 모양의 토우(土偶)를 뜻한다. 맷돌에 손잡이가 없으면 맷돌의 기능을 잃고, 궁궐 건물에 토우가 없다면 건물이 완성될 수 없다. 여기에서 꼭 있어야 할 것이 없을 때, 실수로 중요한 것을 빠뜨렸을 때 ‘어처구니가 없다’란 말이 나온 것이다.

라이더컵이나 솔하임컵 대회의 흥행 성공에 자극받아 지구촌에는 여러 골프 대항전이 있다.
미국팀과 세계연합팀 간의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대회, 각국에서 세계 랭킹에 따라 2명씩 출전하는 월드컵(World Cup) 대회 등이 있다. 이밖에 여자골프 국가 대항전으로 미국과 일본의 니치레이 인터내셔널 대회, 한국과 일본의 KB금융 컵 대회(구 핀크스 컵 대회) 등이 있다.

국가 대항전은 출전선수가 특정국가로 제한될 수밖에 없고 대륙 간 대항전 역시 특정 대륙 소속 국가의 선수로 제한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진정한 지구촌 대항전이라면 최강의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 골프계를 지배하는 주류선수들이 배제된 대회라면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라이더컵 대회의 경우 골프 최강국인 미국과 골프 종주대륙인 유럽의 대결이니 지구촌 최강의 국제 대항전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솔하임컵 대회는 사정이 다르다. 창립 후 20여년은 최강의 국제 대항전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LPGA투어와 KLPGA투어의 한국 여자선수들이 세계 골프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한국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 솔하임컵 대회는 2부 리그 수준을 못 벗어나는 상황이다.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아의 골프 신흥강국의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여야 진정한 최강 국제 대항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각국의 골프투어 조직과 골프팬들 사이에서도 최강 한국 여자선수들이 포함될 수 있는 새로운 포맷의 국제 대항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의 LPGA투어 판세라면 한국선수가 주축이 된 아시아권 선수와 타 대륙 선수 연합팀의 대결구도도 가능하다. 전통의 골프강국들이 쉽게 주도권을 내놓지 않겠지만 톱클래스 선수들이 빠진 대항전은 어처구니없는 대회일 수밖에 없다.

LPGA투어와 JLPGA투어를 휩쓰는 태극낭자들이 주축이 되어 벌이는 진정한 국제 대항전의 탄생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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