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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명랑 골퍼' 이미향의 우승이 던지는 화두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한국] LPGA투어의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의 전초전으로 열린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이미향(24)이 우승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다.

기후나 코스 등이 비슷한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대회라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리는 스타급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한데다 이미향의 객관적 전적이 우승 후보로 거론되기에는 약간 달리는 듯하기도 했다.

2012년 LPGA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한 번에 통과할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갖고 있었지만 그가 거둔 승리는 2014년 LPGA 2부 투어 시메트라클래식과 유러피언 여자투어(LET) ISPS 한다 뉴질랜드 여자오픈, 그리고 LPGA투어 미즈노 클래식이 전부다.

LPGA투어 1승을 올린 뒤 3년간 우승 없이도 LPGA투어 풀시드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의 기량을 보증해주는 것이지만 눈에 띄는 우승후보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신장 162cm라는 신체적 조건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리디아 고, 캐더린 커크, 제인 박 등이 컷 통과에 실패한 상황에서 1,2 라운드 합계 4오버파 공동 39위로 컷을 통과한 것만도 선전으로 봐줄 만했다.

그러나 비바람이 몰아친 악천후 속의 3라운드에서 그는 4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6위로 뛰어올랐다. 그래도 공동선두 김세영과 캐리 웹에 6타 차이나 되어 마지막 라운드에서 이를 뒤집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이미향은 골프 전문가들의 예상을 통쾌하게 깨뜨렸다.

선두그룹 김세영과 캐리 웹이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며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 이미향은 시작부터 무서운 기세로 나서 전반에만 5언더파를 쳐 주춤한 선두그룹에 합류했다.

강한 바람이 몰아친 후반 이미향이 위기를 넘기며 파 행진을 하는 사이 캐리 웹이 14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으면서 흐름은 웹의 우승으로 가는 듯했다. 국제대회 통산 41승에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42세의 노련한 캐리 웹의 플레이는 승리를 예약하는 듯했다.

그러나 웹은 16번홀(파4)에서 쉬운 파 퍼팅을 놓쳤고 이어진 17번홀(파4)에서는 벙커를 오가며 난조에 빠져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이미향에게 선두자리를 내주었다.
이미향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끝까지 추격을 포기하지 않은 캐리 웹과 허미정 등 2위 그룹을 1타 차이로 따돌리고 대망의 우승컵을 안았다.

이미향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아, 저렇게도 골프를 하는 선수가 있구나!’하며 속으로 감탄했다.

특히 긴장감이 극에 달할 상황이 이어진 3, 4라운드에서 위기를 극복해가는 그의 표정은 놀이에 빠진 아이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의 얼굴에선 생글생글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실수를 한 후에도 잠시 멋쩍은 웃음을 지을 뿐 금방 잊어버리는 듯했다. 중요한 샷을 하는 순간에도 그의 얼굴에서 긴장감을 찾기 어려웠다.
흔히 우리가 보아온 구도자와 같은 심각한 얼굴, 표정 변화 없이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하는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리디아 고가 즐기는 골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미향은 그보다 더 골프를 놀이로 즐기는 듯했다.
마지막 조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도 놀이를 흡족하게 마친 아이의 그것이었다.

골프클럽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연습라운드 때 남의 클럽을 빌려 사용했음에도 후유증 없이 경기를 이끈 자세, 평소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는 습관 등은 골프 자체를 즐기려는 그의 열망이 어느 정도인가 짐작할 수 있겠다.
“키가 작으니까 골프를 하지 말자”는 아버지의 말에 “키는 작지만 가장 멋진 스윙을 만들겠다.”며 골프를 포기하지 않은 이미향을 다시 보게 된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7-07-31 16:5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