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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박성현의 더 큰 성공을 위한 쓴소리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한국] 1998년 박세리의 US 여자오픈 우승에 버금가는 감동을 안긴 박성현의 성취는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가 국내에서 이룬 눈부신 업적, 그리고 LPGA투어에 진출해 첫 우승을 메이저로 장식하기 전까지의 루키로서의 꾸준한 성적은 시간의 문제일 뿐 그가 조만간 LPGA투어 승리의 과녁을 명중시키리라는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박성현의 첫 우승을 보며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의 한 구절이 떠오를 정도로 고통과 불면의 나날이 있었지만 오히려 첫 승을 늦춘 탓에 그의 비상(飛上)은 더욱 빛났다.   

메이저대회 중에서 가장 권위 있는 US 여자오픈이라는 화려한 무대가 그를 위해 펼쳐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다시 강한 미국을 만들자’고 외치는 바람에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했다. 여기에 한국에서 날아온 17살의 아마추어 최혜진 선수와 KLPGA투어의 실력자 이정은 등 낯선 선수들이 혜성처럼 빛을 발하는 바람에 미디어의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한 터였다.

이처럼 훌륭한 무대에서 박성현의 출발은 짧은 시간 단역으로 끝날 것처럼 미미했으나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진면목을 드러냈다. 골프선수라면 누구라도 부러워해마지 않을 특유의 호쾌하고도 우아한 스윙, 위험 앞에 돌아갈 줄 모르는 ‘닥공’(닥치고 공격) 스타일의 경기, ‘남달라’라는 애칭에 특별한 애착을 가질 정도의 타고난 비범성, 수줍은 미소년을 연상케 하는 외모와 행동거지들은 골프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앞 조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던 최혜진과 펑산산을 제치고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니 그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된 셈이었다.

그러나 밤을 지새우며 중계방송을 지켜본 많은 골프팬들의 가슴 한 구석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일까.

대회가 끝난 지 며칠 지났는데도 박성현과 최혜진, 이정은, 트럼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US 여자오픈의 여진(餘震)과 함께 우승자 박성현에 대한 아쉬움 또한 쉬 거둬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 라운드 18홀에서 박성현이 우승을 확정짓는 파 퍼팅을 성공한 뒤 그가 보인 행동들을 되돌려보자. 홀에서 볼을 꺼내 들어올려 보이고 얼굴에 싱긋 미소를 지어보인 것 외에 별다른 퍼포먼스가 없었다.

평소 적극적인 감정표현을 안하는 선수라 요란한 세리머니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가 마지막 홀을 벗어나는 장면은 너무 싱겁고 무덤덤했다. 우승의 기쁨을 표현하는 이렇다 할 적극적 표정이 없었던 데다 그나마 모자를 깊이 눌러써 환희에 찬 미소년의 얼굴을 보고 싶은 골프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담담한 표정으로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는 텐트로 이동했는데 양쪽에 들어선 환호하며 손을 내미는 팬들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얼굴은 모자 속에 숨어있었고 팬들이 내민 손은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홀에서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러 가는 길에 그가 한 특별한 행동이라곤 그를 가로 막고 사인을 요청하는 한 중년 미국여성에게 마지못해 사인을 해주고 끼고 있던 골프장갑을 벗어 준 게 전부였다.
골프팬들은 수준 높은 플레이를 펼친 선수와 기쁨을 나누고 싶은데 정작 선수 자신이 무덤덤하니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내다가도 그의 반응에 맥이 빠질 상황이었다.

다른 선수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제어되지 않은 기쁨을 표출하는 세리머니와 팬들의 환호에 답하는 얼굴과 손짓, 팬들과의 하이파이브, 사인 서비스, 갖고 있던 골프용품의 선물 등 자신과 팬들을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좋게 보아 박성현은 지나치게 감정 표현을 절제하는 모습이었다.

실내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의 공식 인터뷰도 아쉬웠다. 물론 영어가 능통하지 않아 통역을 이용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최소한 감사나 기쁨의 표현 정도는 영어로 해도 되었을 텐데 그는 ‘Thank you’라는 말도 ‘감사합니다’를 고집했다. 영어를 좀 하고 팬들과 교감을 나누었다면 그의 US 여자오픈 우승은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프로골퍼는 골프팬이 없다면 존재 이유도 없다. 골퍼는 멋진 기량과 퍼포먼스를 보이고 팬들은 그들에게 사랑을 보내며 기쁨을 맛본다. 골프선수가 골프팬들과 데면데면하면 어떻게 골퍼로서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박성현 선수의 기량과 무한한 잠재력을 믿고 그의 아름다운 스윙을 사랑하기에 박성현 팬들의 포화를 무릅쓰고 약이 될 쓴소리를 해본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7-07-18 17:3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