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훈이 PGA 투어 퀴큰론스 내셔널에서 공동 5위로 마쳤다. 사진은 이날 폭우 속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강성훈(30)은 얼핏 일본의 마츠야마 히데키(25)를 연상시킨다.

마츠야마 히데키는 지금까지 PGA투어에서 활약한 일본 선수 중 최강이다. 신체적인 조건이나 비거리, 샷의 정확도, 일관성, 정신력 등에서 세계 톱클래스다.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 중 마츠야마 히데키에 근접할 수 있는 선수를 꼽으라면 강성훈이 아닐까.
웹닷컴 투어를 포함해 6년 가까이 PGA투어에서 활동하며 1승도 못 올렸지만 마츠야마 히데키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로 강성훈을 꼽고 싶다.
그의 플레이에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스윙은 견고하면서 둔중하다. 비거리도 보장돼 있고 어프로치도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상황 변화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탁월한 정신력을 소유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PGA투어에 참가한 지난해부터 25개 PGA투어에 참가해 16번 컷 통과했다. 톱10에 3번 들었는데 최고 성적이 올 4월 셸 휴스턴오픈에서 거둔 2위다. 톱25 안에 든 것이 8차례이니 참가한 대회의 3분의1 정도는 중상위권에 들었다는 얘기다.

셸 휴스턴오픈 이후 머지않아 우승 가능한 선수로 평가되어온 그에게 이번 퀴큰론스 내셔널 대회는 고대하던 PGA투어 첫 승을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1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쳐 1위와는 1타 차의 공동 2위로 좋은 출발을 했다. 2라운드에서 주춤했지만 한 타를 줄여 선두와는 5타 차이 공동 4위를 지켜 추격의 여지를 남겼다.
3라운드에선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1타를 까먹어 4언더파로 단독 선두 스웨덴의 다비드 링메르트에 3타 뒤진 4위에 머물렀다.

마지막 라운드를 맞아 강성훈은 전반에 보기 없이 버디 2개를 건지며 순항했다. 파4 11번 홀에서 보기를 했으나 12번 홀에서 버디로 만회하고 파4 14번 홀에서 버디퍼트를 성공시켜 공동선두에 합류, 본격적인 우승경쟁에 뛰어들었다.

15번 홀에서 보기를 했으나 선두와는 한 타 차이였기에 우승의 기회는 남아 있었다.
그 기회가 파4 16번 홀에서 찾아왔다. 두 번째 샷이 핀 1미터 남짓에 붙었다. 공동 선두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강성훈이 버디 퍼트를 하려는 순간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순간이 강성훈의 플레이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라운드를 하다보면 다양한 날씨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폭우를 맞던, 회오리에 휩싸이든, 눈보라에 에워싸이든 골퍼에게 변화무쌍한 날씨는 라운드의 한 요소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쏟아지는 소나기를 대하는 강성훈의 태도가 골퍼답지 않았다. 프로골퍼라면 그렇게 당황스런 반응을 보이며 서두르지 않았을 것이다.

빨리 피하고픈 상황이 벌어지면 오히려 침착한 마음으로 한 템포 늦추고 평소에 하던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는 게 프로골퍼의 자세인데 이 순간만은 강성훈 답지 않았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아 당황했겠지만 비를 맞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데도 모자챙을 뒤로 돌려쓰는 등 평소 안하던 행동을 했다.

그리고 허둥대며 퍼팅을 했다. 모자를 거꾸로 쓰고 서두른 퍼팅 자세에서 벌써 어서 퍼팅을 끝내고 비를 피하자는 급한 마음이 드러났다.
퍼팅은 빗나갔고 강성훈의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원망할 대상을 찾는 듯 허탈한 표정으로 주변을 잠시 두리번거린 뒤 파 퍼팅을 마무리 짓고는 허둥지둥 비를 피했다.

버디 퍼팅을 앞두고 소나기가 쏟아지고 소나기에 놀란 강성훈이 허둥댄 이 짧은 순간이 그를 우승경쟁에서 멀어지게 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소나기가 지난 뒤 재개된 파 3 17번 홀에서 강성훈은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리고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우승 경쟁에서 완전 멀어졌다.

부질없는 짓이지만 만약 강성훈이 소나기를 맞으면서도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고, 워터 해저드에 볼을 빠뜨리지 않았다면 카일 스탠리, 찰스 하월 등과 함께 연장전에 나갈 수 있었을 텐데 가 그는 한 바탕 소나기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우승은 연장전 끝에 카일 스탠리에게 돌아갔고 강성훈은 합계 4언더파로 공동 5위에 머물렀다.

공동 5위에 이달 20일 영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따냈으니 실패라곤 할 수 없겠지만 라운드를 마친 뒤에도 소나기 타령을 하는 것은 프로다운 자세가 아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비 올 확률이 0%였다”며 예고없이 쏟아진 소나기에 실망감을 드러냈는데 소나기가 어디 강성훈에게만 내렸는가.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