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켑카와 브룩 헨더슨이 US오픈과 마이어 LPGA 클래식에서 각각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 클럽의 품질을 논할 때 브랜드 인지도나 가격과 함께 주조(鑄造)냐 단조(鍛造)냐가 중요한 척도로 인식되고 있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고 가격도 비싼 클럽을 좋은 클럽으로 받아들인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싼 게 비지떡’이란 인식이 널리 퍼져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한 클럽을 제작해 내놓아도 시장이 인정하지 않으면 맥을 못 추는 게 현실이다.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지만 단조 아이언이라면 무조건 고급 아이언으로 통했다. 단조 아이언은 개인별 신체조건이나 스윙 특성에 호응하는 이른바 ‘손맛’을 주지만 대량 생산하는 단조 아이언은 그냥 갑남을녀가 사용하기 편한 무던한 클럽으로 인식되어 왔다.

단조는 쉽게 말해 담금질(forging)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고 주조(casting)는 쇳물을 틀에 부어 붕어빵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것이다.
단조는 가열한 금속재료에 프레스나 해머 등으로 힘을 가하거나 기름이나 다른 성분에 담가 이물질이나 기포를 제거해 금속의 성질을 더 단단하게 혹은 부드럽게 성형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주조는 이미 만들어진 틀에 쇳물을 부어 만드는 것인데 스테인레스강이나 세라믹 등의 특수한 금속을 사용할 수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단조 클럽은 주로 일본에서 장인들에 의해 생산돼 고가로 팔리지만 주조 클럽도 단조에 사용할 수 없는 특수 금속을 이용해 고정밀 기계로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도 비싸고 손맛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PGA투어 선수들의 70% 이상이 주조로 만들어진 클럽을 사용하고 있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단조와 주조의 타구감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주말골퍼들로서는 단조 클럽에 유혹 받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골프를 생업으로 삼는 골프 선수들은 주조가 아닌 단조의 길에서 성공의 열쇠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처음 골프채를 잡고 걸음마를 배울 때서부터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스윙이나 동작을 선별해내는 능력이 생길 때까지는 주조의 과정을 거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코치의 스윙, 또는 코치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스윙을 주입식으로 익힐 수밖에 없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교습과정에서는 주어진 붕어빵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스윙 코치가 만든 틀에 자신을 맞추는 주조의 과정인 셈이다.
그러나 신체조건이 변하고 많은 연습에 따른 개인별 독특한 습관이 누적되면서 자신만의 개성 있는 스윙이 만들어지고 자신에게 맞는 스윙을 찾게 된다. 
언제까지 부치 하먼이나 데이비드 레드 베터 같은 세계적 코치에게 매달릴 수는 없다.
이때 비로소 스스로의 담금질(단조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 힐스GC에서 막 내린 제117회 US오픈에서 브룩스 켑카(27·미국)는 5년여에 걸친 호된 담금질을 견뎌내고 PGA투어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대회로 장식했다.

US오픈을 위해 특별히 길고 어렵게 세팅된 에린 힐스GC에서,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 등 랭킹 3위 이내 선수들이 컷오프 당하는 상황에서 브룩스 켑카는 일본이 마쓰야마 히데키(25), 미국의 브라이언 하먼(30), 토미 플리트우드(26), 리키 파울러(28), 빌 하스(35) 등의 추격을 뿌리치고 2015년 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 우승 이후 2년 만에 메이저대회로 우승을 보탰다. 2012년 PGA투어에 들어온 그로서는 길고 긴 가뭄 끝에 거둔 단비 같은 우승이다.

그는 많은 대회에서 자주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뒷심 부족, 악력 부족으로 뒤로 미끄러지곤 했는데 그는 이런 과정을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담금질 과정으로 받아들여 결국 메이저 우승으로 꽃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같은 날인 19일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 블라이더필즈CC에서 막을 내린 마이어 LPGA클래식에서 태극낭자를 비롯해 세계 톱클래스들과의 열전에서 승리를 거둔 캐나다의 우상 브룩 헨더슨(19) 역시 그동안의 담금질이 남달랐다.

163cm 50kg의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긴 드라이버와 호쾌한 스윙으로 LPGA투어 장타군에 속한 그는 리디아 고의 주니어시절을 떠올리는 화려한 이력으로 LPGA투어의 문을 두드렸으나 너무 어린 나이 때문에 2014년에야 프로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다.
프로전향 이듬해인 2015년 LPGA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우승하고 2016년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과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우승했으나 이후 부진의 늪을 헤맸다. 27개 대회에 참석해 컷 탈락 한 차례. 톱10 6번에 그쳤다.

평범한 선수라면 자칫 심각한 슬럼프에 빠질 만도 한데 친언니이자 캐디인 브리타니 헨더슨과 교감하며 담금질을 달게 받아들여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매 라운드마다 리더보드 상단 톱 10에 한국선수 또는 한국계가 5명 이상 포함돼 태극낭자의 우승이 기대되었으나 마지막 라운드 들어 김효주, 허미정, 박성현, 신지은 등 한국선수들이 뒷심을 잃으면서 기회를 놓쳤다. 미셸 위가 선전했지만 발동이 너무 늦게 걸렸다.
한국 선수들에게 절실한 것은 기량 향상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정신적 담금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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