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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캐디는 단순 보조자가 아닌 '스승이자 친구'…LPGA 리디아 고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한국] 캐디의 역할과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캐디가 처음 생겼던 시절처럼 골프백을 대신 짊어지고 골프채를 백에서 꺼내주고 받아서 넣는 단순한 보조자 역할을 하는 캐디는 오래 전에 사라졌다. 

캐디(caddie)라는 어원은 프랑스의 귀족의 젊은 자제를 뜻하는 ‘카데(cadet)’에서 비롯되었다. 기록에 나타난 최초의 여성골퍼인 스코틀랜드의 메어리 여왕이 1562년 여름 두 번째로 세인트 앤드루스를 방문해 골프에 열중하는데 이때 프랑스에서 데려온 카데들을 대동하면서 경기보조자로서의 캐디가 처음 탄생했다.

캐디는 그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어디까지나 경기보조자다. 캐디가 유능한가 아닌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플레이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라운드를 하는 골퍼고 모든 판단과 결정, 그에 따른 결과는 골퍼 자신이 책임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프로골프가 인기스포츠가 되면서 프로선수들에게 캐디는 보조자 역할을 뛰어넘어 동반자 수준에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 도우미 기능은 기본이고 코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에 따른 클럽의 선택, 그날의 플레이어의 생체적 감성적 리듬에 맞는 조언, 심지어는 위기나 정신적 좌절에 빠진 플레이어가 평상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고차원적인 정신적 도움을 주는 일까지 캐디의 몫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골프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10대의 나이에 세계여자골프랭킹 1위의 자리를 꿰어 찬 리디아 고(20)가 10번째 캐디를 맞았다.

지난 시즌 도중 캐디 제이슨 해밀턴과 결별한 리디아 고는 새로운 캐디 게리 매슈스(남아공)에게 골프백을 맡겼으나 9개 대회 만에 새 캐디 피터 고드프리로 교체했다. 1997년 4월24일 생으로 이제 막 만 스무 살이 된 리디아 고는 프로선수로 활동하며 고정 캐디를 고용한 이후 3년여 만에 무려 9번이나 캐디를 교체한 셈이다.
새 캐디가 리디아 고를 추격하는 아리야 주타누간과 1년 이상 함께 한 이력이 있고 스윙코치도 데이비드 레드베터에서 주타누간을 지도했던 게리 길크리스트로 바뀌었다는 점을 놓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자신의 플레이를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강렬한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점은 리디아 고가 자신의 플레이 부진을 캐디에서 찾는 최근의 행동이 자칫 습관성으로 굳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갑자기 교체된 캐디들이 그 이유를 뚜렷이 몰라 황당해하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3년 만에 캐디를 9명이나 교체했다는 것 자체가 캐디의 문제라기보다는 리디아 고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외부에서 부진의 이유를 찾는 것은 골퍼로선 치명적 악습이다.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지 않고 모든 탓을 외부로 돌리는 자세로는 프로골퍼로서 롱런하기 어렵다. 진득하게 서로 믿고 교감하며 말없이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읽을 수 있는 관계가 구축되어야 단명하지 않고 길고 알찬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마스터스를 창시한 바비 존스(Bobby Jones)와 함께 1930년대 미국 골프계를 풍미한 진 사라센(Gene Sarazen)이 US오픈을 휩쓸고 1928년 브리티시 오픈에 참가했다. 미국인으로서 최초의 브리티시 오픈 우승이라는 영광을 안고 싶었으나 험난하기로 유명한 로열 조지스 코스에서 같은 미국의 월터 하겐에게 2타 차로 패배했다.

진 사라센은 영국의 명 캐디 스킵 다니엘즈(S. Daniels)의 말을 딱 한번 안 들은 것이 패배의 원인임을 깨닫고 후회했으나 이미 경기는 끝난 뒤였다. 헤어질 때 다니엘즈는 진 사라센에게 “내 생전에 꼭 당신을 우승 시키겠다.”고 약속했다.

4년 후 브리티시 오픈에 다시 출전한 사라센은 프린세스 코스에서 다니엘즈와 손을 잡았다. 70세의 노구에 시력도 나쁘고 병중에 있던 다니엘즈는 노구를 이끌고 필사적으로 사라센을 도왔다. 사라센 또한 다니엘즈를 단순히 캐디가 아닌 대 스승으로 모시고 완전한 신뢰감 속에 그의 지시와 조언대로 플레이해서 대망을 타이틀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시상식 때 사라센은 승리의 절반은 다니엘즈 몫이라며 동석을 요청했으나 전례가 없고 경기규칙에도 어긋난다고 해서 다니엘즈는 먼발치에서 시상식을 구경했다. 사라센은 우승자의 상징인 녹색 재킷을 받자 그대로 다니엘즈에게 달려가 입혀주었다. 이로써 진 사라센은 4대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와 US오픈, 브리티시 오픈, PGA챔피언십을 모두 석권한 최초의 골퍼가 되었다. 다니엘즈는 사라센과의 약속을 지키고 두 달 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7-04-28 07:5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