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연
[골프한국] 장수연(22)이 LPGA투어 직행티켓을 손에 다 쥐었다가 아쉽게 놓쳤다.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카폴레이 코올리나 골프클럽에서 13~16일 열린 2017시즌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 대회에서 장수연은 3라운드까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1라운드 5언더파, 2라운드 5언더파, 3라운드 7언더파로 보기 없이 합계 17언더파라는 경이적인 스코어로 3라운드를 마무리했다.

LPGA투어 비회원이라 스폰서 초청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한 장수연은 LPGA투어라는 낯선 대해(大海)에서 국내대회에서보다 더 침착하고도 냉정하게, 달라진 주위 환경에 전혀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경기를 펼쳤다. 세 라운드를 무보기 플레이를 펼친 선수도 장수연이 유일했다.  

마지막 라운드의 동반자가 크리스티 커(39)만 아니었어도 장수연은 자신의 경기를 펼치며 3타 차이 선두를 지켜냈을 것이다. 물론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LPGA투어에서 만난 크리스티 커는 장수연이 극복하기 벅찬 산맥이었다.

1~3라운드에서 LPGA투어의 내로라는 태극낭자 대선배와 미국의 대선수들과 경쟁을 하면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조용한 신바람을 즐기며 최고의 플레이를 펼친 장수연은 역시 LPGA투어라는 大海에 대한 낯섦을 떨치지는 못했다.

아마시절부터 탄탄한 실력으로 김효주에 버금가는 명성을 들어온 장수연의 기량이나 파워, 혈기에서 크리스티 커에 뒤질 이유는 없었지만 투어경력 20년에 통산 19승을 쌓은 불혹(不惑)의 존재감은 LPGA투어에 나들이 나온 애송이에겐 벅차 보였다.

마지막 라운드 전반 초반까지만 해도 장수연은 무심에 가까운 플레이로 두 타를 줄여 역전의 용사 크리스티 커도 어쩔 수 없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6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고 8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페이스를 잃었다.

대망의 LPGA투어 직행티켓을 움켜쥘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흥분에 휩싸이고 이에 따른 정신적 긴장감과 근육의 경직으로 3라운드까지 보여준 자신의 리듬에 따른 플레이에서 벗어나 주변의 분위기에 휘둘리는 경기를 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 LPGA투어의 떠오르는 별 전인지(22), 캐나다의 알레나 샤프(33)등과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호시탐탐 세계랭킹 1위를 넘보는 유소연, 미국의 대표주자 스테이시 루이스, 랭킹 3위 아리아 주타누간, 전설을 만들어가는 박인비, 캐나다의 희망 브룩 핸더슨, 그밖에 김인경 허미정 같은 기라성 같은 대선수들을 리더보다 상 자신보다 아래에 두었으니 그로서는 기대 밖의 큰 성취를 이룬 셈이다.

그럼에도 장수연으로서는 다 잡은 듯했던 LPGA투어 직행티켓을 놓친 아쉬움을 떨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챔피언 조에까지 올라온 장수연도 대단했지만 무명의 초청선수에 3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크리스티 커의 자세가 놀라웠다.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눈엔 크리스티 커가 장수연에게 힘겹게 도전하는 모습이었다. 한국나이 40인 크리스티 커는 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온힘을 쏟고 모든 샷과 퍼팅에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전날 10언더파를 몰아친 뒤 4라운드 들어서도 그 열기를 식히지 않고 역전의 발판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모습은 골프팬들에게 감동을 줄만 했다.  

그러나 장수연이 이번에 우승을 놓쳐 LPGA투어 직행티켓은 쥐지 못했지만 LPGA투어의 미국선수들에게 충격을 주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언뜻 ‘J의 공포’라는 말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Su-Yeon Jang'이라는 영문 이름의 J가 그들에게 공포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가까이는 지난해 파죽의 5승으로 리디아 고의 골프여왕 자리를 넘보고 있는 태국의 아리아 주타누간(Ariya Jutanugarn)의 성이 J로 시작된다. LPGA투어 통산 4승을 거두며 개성 넘친 세리머니로 팬들과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장하나(Hana Jang) 역시 J 계열이다.

우아한 외모와 견고한 플레이로 LPGA투어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는 전인지(In-Jee Chun)의 경우 성의 영문표기가 J는 아니지만 발음은 같기에 J계열이나 다름없다.

좀 거슬러 올라가면 장정(Jeong Jang)이란 원조 J가 있다. 박세리, 김미현에 이어 LPGA투어로 건너간 장정은 157cm의 단신으로 역시 비슷한 키의 김미현과 애교스런 ‘원조 슈퍼땅콩’ 논쟁을 벌이며 박세리가 불러일으킨 ‘한류골프’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200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던 장정의 모습은 결코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버크데일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대회에서 4일 내내 선두를 내주지 않고 끈질기게 추격하던 스웨덴의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과 소피 구스타프손을 뿌리치고 6년 만에 LPGA투어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장정의 감격스런 모습은 지구촌 골프팬들을 전율케 했다. 

머지않아 장수연이 장정이 뿌린 ‘J의 공포’ 흐름을 이어가는 장하나, 전인지와 함께 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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