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20세기 골프의 명저로 평가받는 『완전한 골퍼(Perfect Golfer)』의 저자 헨리 뉴턴 웨더렛(Henry Newton Wetherred)이 자신의 아들 로저와 딸 조이스를 가르친 레슨방법은 상식을 뒤엎는 것이었다.

그는 두 아이에게 샤프트가 짧은 퍼터를 건네주며 “이 클럽을 마음대로 쥐어라. 그 대신 한 시간 서있어도 지치지 않는 자세를 찾아내라.”고 주문했다.
아이들은 처음 얼마동안 어려워했지만 마침내 편안하게 오랫동안 서있을 수 있는 자세를 스스로 찾아냈다. 그는 아이들에게 며칠간 퍼터를 쥔 자세로 한 시간 이상 가만 서있게 했다. 그러면서 양손으로 스트로크를 하게 했다.

“몸의 어딘가에 무리가 있으면 10분도 서 있기가 괴롭다. 모든 샷은 퍼팅의 연장이며 기본적 자세에서 고통을 느낀다면 동작이 큰 다른 샷을 할 땐 더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되고 자연히 자세가 비뚤어지게 된다. 골프의 제1보는 퍼팅의 어드레스다. 아무리 서 있어도 지치지 않는 자세를 발견하는 것이 골퍼의 급선무다.”
웨더렛이 아이들에게 심어준 퍼팅 아니 골프에 대한 철학이다.

웨더렛은 4일째 비로소 아이들에게 볼을 치게 했는데 그것도 아이언이 아니라 1m 거리의 퍼팅이었다. 1m의 퍼팅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나서 거리를 늘렸다.
9살 난 딸이 “아빠 왜 다른 아이들처럼 드라이버나 아이언 연습은 안 해요?” 하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좋은 질문을 했다. 만약 네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골퍼가 됐다고 하자. 드라이버 샷은 항상 페어웨이 한 가운데, 다음 샷도 나무랄 데 없이 그린에 오른다. 그런데 퍼트만은 평균 두 타를 요하는 것이 골프다. 총 스트로크의 반이 퍼터로 치게 되기 때문에 그린을 제압하는 일이 승리하는 길이다. 골프는 결국 퍼트의 게임이다.”
웨더렛은 아이들에게 롱 퍼팅까지 마스터한 뒤에는 칩 샷, 어프로치, 쇼트 아이언, 미들 아이언, 롱 아이언 순으로 옮긴 뒤 맨 나중에 드라이버를 잡게 했다.
그는 아이들에 다양한 종류의 클럽을 연습할 때 이렇게 강조했다.
“로프트가 다른 것뿐 타법은 퍼터와 같다. 로프트가 있는데도 볼을 올리려고 하면 실패한다. 로프트는 클럽이 정하는 것,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브리티시 여자오픈 4승을 비롯 28세에 은퇴할 때까지 9년간 38승 2패라는 대기록을 세운 조이스는 훗날 자서전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아버지는 항상 ‘골프연습은 핀 가까이에서부터 시작하라, 향상의 비결은 이것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나는 퍼팅에 열중했고 그래서 지지 않는 골프를 익혔다.”

2013년 4월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박인비가 미셸 위를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퍼팅 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객관적 스윙 메커니즘은 아무래도 미셸 위가 한 수 위였지만 퍼팅에서만은 박인비에게 경쟁력이 있었다. 박인비는 자신에게 가장 편한 퍼팅 자세를 찾아내 자신의 것으로 만든 반면 미셸 위는 자신의 퍼팅 자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자세를 전전하다 상체를 90도로 꺾은 괴기스런 퍼팅자세를 택한 미셸 위에게 부정적 코멘트가 쏟아졌다.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주디 란킨은 “저런 자세로는 공의 라인을 깨끗하고 편안하게 볼 수 없다. 자연스러운 동작을 완벽히 방해하고 스트로크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충고할 수 있다면 보다 생산적인 방법을 연구해보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LPGA투어 통산 60승의 노장 베스 다니엘도 "저런 자세는 처음 본다."며 "퍼팅 라인을 정확히 볼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허리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떤 신문은 “하다하다 안 되니까 괴상한 새 스트로크 자세를 들고 나왔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타고난 골프재능으로 ‘미래의 여자 타이거 우즈’라는 칭송을 받았던 미셸 위가 여태 골프여제(女帝)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릴 때 남자대회에 참여하면서 엉뚱한 경쟁심에 휘둘리며 패배의 기억을 쌓은 것이나 대학공부를 하느라 골프에 전념할 수 없었던 상황, 기복이 심한 감정변화도 이유가 될 수 있으나 대학을 졸업하고 골프에 전념하고도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다분히 악몽과 같은 퍼팅난조에서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데이비드 레드베터의 지도로 롱 퍼터, 벨리퍼터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고 퍼팅의 대가라는 데이브 스톡턴과 데이브 펠츠의 과외도 받았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런 미셸 위가 새로운 골프의 지평을 열었다. 퍼팅 자세를 바꾸고 나서 부활을 위한 우화(羽化)의 과정에 들어섰다.

지난 2~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대회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에서 미셸 위는 ‘미운 오리’에서 ‘우아한 백조’로 변했다. 미셸 위에게 2016년은 악몽 그 자체였다. 25개 대회에 출전해 12번 컷 탈락을 당했다. 우승은 없었고 세계 랭킹도 182위까지 떨어졌다.
이런 미셸 위가 골프채를 나이키에서 캘러웨이로 바꾸면서 새로운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나이키가 클럽 사업을 접어 별 수 없이 골프채를 캘러웨이로 바꾸었는데 내친 김에 퍼팅 자세의 변화도 모색한 것이다.

미셸 위가 택한 퍼팅자세는 집게발 그립(Claw Grip). 허리를 40도 정도 구부린 채 게나 가재의 다리처럼 팔을 집게처럼 해 퍼터를 잡는 자세다. 이 역시 장신 때문에 심하게 구부린 것으로 보이지만 전에 비하면 정상에 가까운 자세다. 새 퍼팅 자세로 2017 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 대회에 참가한 미셸 위는 컷 탈락했으나 느낌이 좋다며 이 자세를 굳히기 위해 그린에서 살다시피 했다.

시즌 두 번째 대회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공동 30위로 오른 미셸 위는 이번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에서 완전 딴 사람이 되어 필드를 지배했다. 전반적으로 스윙이 정돈되었는데 특히 퍼팅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3라운드까지 14언더파로 2타차 단독선두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한결 정교하고 안정된 퍼팅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떻게 미셸 위가 저렇게 변할 수 있지?”
중계방송 시청자는 물론 중계팀의 아나운서와 해설가도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아쉽게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박인비가 너무 신들린 듯 홀 속으로 볼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2타 차이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공동 4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미셸 위는 이미 골프팬들의 뇌리에 예비 골프여왕으로 자리 잡은 분위기였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막강 태극낭자들 틈에서 미셸 위가 어떻게 골프여왕의 자리에 오를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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