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2)가 진퇴양난의 기로에 섰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2)가 진퇴양난의 기로에 섰다.

그동안 여러 차례 복귀 선언을 했던 우즈를 향한 골프팬들의 애정은 변함이 없다. 복귀가 성공한 적도 있고 실패한 적도 있지만 그에 대한 골프팬들의 갈구(渴求)는 한결같았다. 타이거 우즈는 서너 차례 복귀전을 치렀고 팬들은 그의 귀환에 관대했다. 결과가 어찌 되었던 그의 플레이가 위대했기 때문이다. 저조한 성적을 낸 적도 많지만 어느 한 순간 그가 펼치는 플레이는 신의 경지를 보여주곤 했다.

가장 최근의 복귀전이 지난 달 말 미국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이었다. 2015년 8월 윈덤챔피언십 이후 17개월 만이다. 그 전에 비공식 대회인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 출전했지만 PGA투어 공식대회 복귀전은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이었다.
토리파인스 골프코스로 말하면 우즈가 8번이나 우승을 거둔 약속의 땅이나 마찬가지다. 안마당 같은 이 코스에서 우즈는 1, 2 라운드 합계 4 오버파의 저조한 성적으로 컷 통과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골프팬들은 관대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복귀전을 미뤄오다 17개월 만에 정식 대회에 나선 우즈의 사정을 십분 이해한다는 자세였다. 코스의 모든 게 낯설고 3명의 선수와 긴장된 상태에서 라운드를 펼치는 게 힘들었다는 그답지 않은 고백도 납득했다.
그러나 이어 참가한 EPGA(유럽프로골프)투어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1라운드를 마친 뒤 허리 통증을 이유로 경기를 포기하자 우즈에 대한 기대를 접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그린의 잔주름도 꿰고 있다며 우승까지 내다본 익숙한 코스에서 5 오버파를 친 우즈는 악몽처럼 도진 허리 통증 때문에 골프백을 쌀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말 타이거 우즈가 복귀를 선언했을 때도 많은 전문가들이 복귀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으로 본 게 사실이다. 다만 흥행의 불쏘시개가 필요한 PGA투어 측이나 골프황제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골프팬들은 그의 복귀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우즈의 연이은 도중하차는 골프팬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즈를 지도했던 부치 하먼조차 “우즈가 이전 기량을 회복할 확률은 적다”고 실토했다. 우즈가 만 41세인데다 이미 세 차례의 허리 수술과 네 차례의 무릎 수술을 받았고 PGA투어의 젊은 선수들은 갈수록 더 잘 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불행히도 부치 하먼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우즈는 최근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주치의가 치료를 이어가고 통증을 완화하고자 2주 연속 열리는 PGA 투어 대회에 불참하라고 조언했다"며 오는 16~19일 열리는 제네시스 오픈과 23~26일 열리는 혼다클래식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우즈가 이후에 다시 필드로 돌아올 수 있느냐.
객관적인 시각은 비관적이다. 본인도 다시는 아주 좋은 몸 상태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어느 대회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 번 대회에서도 컷 탈락하거나 중도 포기한다면 우즈는 ‘늑대소년’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 팬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그가 승수를 늘리거나 다시 1인자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골프황제로서 골프를 사랑하고 경기에 몰입하는 모습이다.

세계의 골프팬들은 우즈가 골프코스에서 다른 선수들과 경기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박수갈채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필드에 그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골프팬들은 그에게 경의를 표할 것이다. 우승은 못하더라도 컷은 통과하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것 자체에 팬들은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비제이 싱(53)이나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52), 필 미켈슨(46), 짐 퓨릭(46), 리 웨스트우드(43) 같은 노장선수들이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것은 탁월한 성적이 아니라 성실한 자기 관리로 프로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60대의 나이에도 젊은이들과 겨루며 골프의 길에 매진하다 적절한 시기에 물러날 줄 아는 잭 니클라우스나 톰 왓슨, 게리 플레이어 같은 선수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반추하게 된다.

지금 우즈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가 최우선이지만 복귀를 포기할 수 없다면 ‘겸허한 복귀’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의 우즈 행적을 보면 그가 너무 우승에 집착하고 골프황제의 위용을 재현하려는 욕심이 강한 것처럼 느껴진다. 왕년의 골프황제로서의 체면과 명성이 구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우즈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골프팬들이 너무 잘 안다.
더 이상 ‘황제의 귀환’에 매달리지 말고 골프와 이별할 수 없는 왕년의 골프황제로서 뭇 선수들과 어울려 골프를 사랑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멋진 귀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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