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타니 린시컴(미국).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LPGA투어 시즌 개막전 결과가 심상치 않다.
지난 30일 바하마에서 막을 내린 2017시즌 LPGA투어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에서 미국의 브리타니 린시컴(31)이 연장전 끝에 렉시 톰슨(21)을 제치고 우승, LPGA투어 7승을 올렸다.

한국 골프팬의 시선을 끈 것은 브리타니 린시컴의 우승이 아니라 톱5를 모두 미국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는 리더보드였다. 브리타니 린시컴, 렉시 톰슨에 이어 3위 스테이시 루이스, 4위 저리나 필러, 공동 5위 넬리 코다(18) 등 미국선수 5명이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했다. 미국선수들이 상위 5위를 독점한 것은 지난 2011년 캐나디언 퍼시픽 여자오픈 이후 처음 있는 이변이다.

한국선수 또는 한국계 선수가 LPGA투어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최근 5년 LPGA투어의 리더보드는 사실상 태극낭자들의 독무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톱10의 절반 이상의 태극낭자들이 차지하고 나머지 자리를 놓고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의 다른 국가 선수들이 다투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었었다.
태극낭자들이 저렇게 휩쓸면 LPGA투어에 대한 미국 골프팬의 흥미가 식어 LPGA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그 비난의 화살이 태극낭자들에 돌아오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였다.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에서의 미국선수들의 선전이 갖는 의미는 브리타니 린시컴의 우승 소감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린시컴은 “일주일 내내 리더보드가 놀라웠다. 내 친구들이기도 한 많은 미국 선수들이 톱에 있었다. 미국 선수들에게 멋진 대회였다”며 자신의 우승과 함께 미국 선수들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이 같은 린시컴의 우승 소감은 그동안 태극낭자들을 비롯한 외국선수들의 기세에 눌려 맥을 못 춘 미국선수들이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번 대회에서 미국선수들은 괄목상대(刮目相對)의 활약을 보인 반면 상대적으로 태극낭자들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 김효주가 공동 9위에 오른 것이 고작이었고 이일희, 최운정, 김세영, 박희영 등은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리디아 고, 박인비, 전인지, 유소연, 장하나와 올 시즌 한국선수로는 최강 기대주로 평가받는 박성현 등 강자들이 불참한 영향도 없지 않겠지만 미국선수들의 경기 수준이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톱10에 든 미국선수들의 경기모습을 지켜보면 공통적으로 기량이 상향 안정돼 있었고 자신감도 넘쳤다. 실수를 해도 무너지지 않고 금방 정상으로 복원하는 능력도 갖고 있었다.

예전과 달라진 미국선수들의 모습에 혹시 새로 취임한 미국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외치는 ‘America First' 바람이 LPGA투어에도 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미국인 및 미국 우선주의, 자국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외부세계에 대한 거부감의 다른 표현인 ‘America First'는 LPGA투어의 주도권을 태극낭자들에게 내어준 미국선수들의 정서를 자극할 소지는 다분하다. 트럼프의 영향이 LPGA투어에 미쳤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비 미국선수들에 의한 LPGA투어 점령, 이에 따른 LPGA투어의 흥행 부진, 자국선수들의 입지 축소 등이 미국선수들을 분발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 
특히 2년마다 열리는 미국과 유럽의 여자골프 대항전인 솔하임 컵(Solheim Cup) 대회가 미국선수들을 분발케 하는 직접적 동인(動因)이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솔하임 컵 대회는 골프클럽 메이커 핑(Ping)의 창업자 칼스텐 솔하임(Karlsten Solheim)의 후원으로 1990년에 창설된 대회로 홀수 해에 열린다.
미국과 유럽연합팀 남자선수들이 펼치는 라이더 컵(Ryder Cup) 대회와 함께 지구촌 별들의 축제로, 골프선수로서는 대회 참가 자체가 최대의 영광이다. 이 때문에 이 대회에가 열리는 해엔 선발에 필요한 포인트를 쌓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는 9월에 대회가 열리니 그 전까지 미국선수들끼리 선발경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한국선수들이 부진한 가운데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아리야 주타누간이 공동47위로, 브룩 핸더슨이 공동21위로 주저앉는 것도 미국선수들이 예전처럼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국선수들이 솔하임 컵에 대비해 비시즌 기간 남모를 담금질을 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여기에 선수층도 두터워졌다. 제시카 코다(23)의 동생 넬리 코다는 18세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개막전 공동 5위에 오르며 미국의 희망으로 부상, 박성현과의 신인왕 경쟁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라오스 소수민족 출신으로 미국으로 귀화한 메간 캉 등도 충분히 우승을 점칠 수 있는 경기력을 과시했다.

주력 태극낭자들이 다수 출전할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2월17~19일)과 혼다 LPGA타일랜드(2월24~26일) 대회가 지나봐야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올해 LPGA투어는 미국선수들의 대반격과 기존 강자들의 수성전이 볼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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