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골프한국] 새해 벽두부터 박성현(23)에 쏠리는 스포트라이트가 강렬하다. 한국의 골프팬은 물론 세계의 골프팬들이 보기 드문 대물(大物) 박성현의 LPGA투어 가세에 거는 기대가 예사롭지 않다.
태극낭자들이 LPGA투어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골프팬들로서는 아리야 주타누간과 리디아 고 등이 다투는 세계랭킹 선두경쟁에 전인지와 함께 박성현이 나서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특히 남자를 방불케 하는 호쾌한 샷에 미소년의 이미지에서 풍기는 독특한 포스의 박성현이 리디아 고에 이어 LPGA투어를 지배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LPGA투어 개막을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다.

객관적인 기량 면에서 박성현이 LPGA투어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리라는 전망에 회의적인 시각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지난 시즌 KLPGA 투어에서 7승을 거두어 한국 여자골프의 최고 강자임을 입증했고 비회원 신분으로 7개 LPGA투어 대회에 참가해 상금순위 40위 이내에 들어 LPGA투어 우승이나 Q스쿨을 거치지 않고 LPGA투어에 입성하는 최초의 선례를 만듦으로써 LPGA 톱클래스의 기량을 검증받았다.

LPGA 홈페이지가 박성현을 2017년 시즌 ‘주목할 선수’ 8명에 포함시킨 것은 그의 뛰어난 기량과 LPGA 스타로서의 성공 잠재력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LPGA 홈페이지는 박성현을 재미교포 앨리슨 리, 저리나 필러(미국), 포나농 파트럼(태국)과 함께 첫 승을 거둘 4명의 선수로 지목했고 양희영, 이미림, 김세영과 함께 안젤라 스탠포드(미국)를 메이저 우승이 기대되는 4명의 선수로 지목했다. 그리고 신인왕 후보로는 박성현과 함께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17), 영국의 멜리사 리드(29)를 거론했으나 무게는 박성현에 두는 분위기다. 어떤 범주에서 보든 박성현은 주목도 면에서 당당히 LPGA투어 톱10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예비스타임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나 예측이 박성현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사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박성현이 LPGA투어에서 극복해야 할 장벽은 첩첩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승은 어렵지 않게 거두어 지난 시즌 전인지에 이어 LPGA투어 신인왕을 차지하리라 기대하지만 이런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도 있지만 목표 근처에 이르는 것도 어려울 수도 있다.

신인왕 경쟁을 벌일 대상으로 지목되는 멜리사 리드나 하타오카 나사만 해도 호락호락한 선수가 결코 아니다. 29세라는 나이에서 짐작할 수 있듯 멜리사 리드는 LET(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통산 5승을 올린 강자다. 말이 LPGA투어 신인이지 사실상 풍부한 실전경험을 쌓은 유럽의 베테랑이다.
하타오카 나사는 일본 여자골프의 미래를 약속하는 천재 소녀. 지난해 10월 열린 J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일본여자오픈에서 한국의 신지애(28)와 전인지(22), 이보미(28)를 제치고 우승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7세 263일로, 27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히라 마유미의 20세27일 기록을 2년 이상 앞당겼다.
일찌감치 활동무대를 LPGA투어로 삼은 그는 지난해 말 Q스쿨에 도전, 일본국적 선수로는 유일하게 풀타임 출전권을 확보했다.
박성현으로선 노련한 멜리사 리드와 천재소녀 하타오카 나라와의 신인왕 경쟁부터 가벼이 볼 수 없는 입장이다.
 
이밖에 그의 첫 승을 가로막을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견고한 아성을 쌓아가고 있는 아리야 주타누간, 데이빗 리드베터와 결별을 신호로 골프클럽, 캐디를 모두 교체하고 새로운 자기류의 골프독립을 선언한 리디아 고, 신인왕을 차지하며 이미 스타반열에 오른 전인지, 오랜 부상에서 돌아와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박인비, 언제나 우승 가능한 장하나, 김세영, 유소연, 양희영, 이미림, 김인경, 이민지를 비롯해 절치부심 1승을 올리기 위해 담금질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백규정, 앨리슨 리, 줄리 양, 태극낭자들이 주류로 지배하는 LPGA투어의 탈환을 호시탐탐 노리는 미국과 유럽의 쟁쟁한 선수들이 모두 박성현이 넘어야 할 장벽들이다.

한국에서 열린 LPGA투어에서 행운의 승리를 올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LPGA투어로 직행한 상당수 선수들이 더 이상 승수를 쌓지 못하고 되돌아오거나 골프와 결별하는 비극을 맞는 경우를 보면 지금의 박성현의 모습은 상당히 안정적이고 긍정적으로 비친다. 그를 지원하는 팀도 잘 짜여 졌고 든든한 후원기업도 속속 붙고 있다. 외국어도 열심히 익히고 현지 적응 훈련도 계획대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현 앞에 놓인 모든 장벽 중에 가장 극복하기 힘든 장벽은 자기 자신일 것이다. 환경 변화에 대한 불안심리,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 맘 편했던 시절에로의 회귀 욕구, 한두 번의 실패에 쉽게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습성, 이 모든 부정적인 것들이 뒤엉켜 일으키는 정신적 혼돈상태 등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대책 없는 추락으로 내몰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환경 변화에 슬기롭게 적응하며 조화를 이루려는 자세, 주변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내부의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는 생활 태도, 한두 번의 실패에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멀리 보며 골프선수로서 자아 성취를 이루겠다는 마음가짐, 골프에서 얻는 성취감의 기쁨을 주변과 함께 나누겠다는 배려심 등이야말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비법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LPGA투어 대회에서 박성현이 멋진 드라이브샷을 날리고 날카로운 아이언샷을 뽐내며 우승컵을 수집해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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