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1933년 브리티시오픈 때 영국의 레오 디젤이란 프로는 60cm의 퍼트만 넣으면 우승하는 상황에서 석상처럼 몸이 굳어 겨우 20cm밖에 볼을 굴리지 못했다.

“퍼팅은 골프에서 또 하나의 다른 게임이다.”란 말도 있지만 퍼팅의 어려움과 그 무서움을 말할 때 흔히 이 디젤의 경우가 인용된다. 그는 이때 체험을 살려 기술과 심리의 양면에서 퍼팅의 이상세계를 해부한 멋진 책을 펴냈다. 그 책 속에서 그는 “퍼팅은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서툴러진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퍼트 할 때 “너무 생각하지 말라.”고 전제하고 그 까닭을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우선 언듈레이션이 어느 만큼인가, 잔디의 종류, 그 밀도, 그리고 잔디의 성질, 잔디가 어디로 누웠는가, 언제 비가 왔고 물을 뿌렸는지, 바람에 의해 습도는 얼마나 줄었는가, 홀컵은 언제 뚫었는가, 풀이 6시간에 1mm씩 자라는 것을 감안해 강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강하게 칠 것인가, 그냥 굴릴 것인가, 오르막인가 내리막인가, 마운드의 경사는 어느 정도인가 등 이것저것 파고들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고 디젤은 말한다. 사실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고뇌와 미망이 이어지는 것이 퍼팅을 앞둔 골퍼의 마음이다.

상황판단이 완벽하게 되었다고 해도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는 실제의 스트로크를 마음먹은 대로 해낼 수 있는 실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에 앞서 심리적 압박감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도 큰 난제로 솟아오른다.

퍼팅 직전 어려운 일들이 차례로 연거푸 골퍼에게 달려든다. 머리는 혼란에 빠진다. 일종의 공포상태가 닥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에서 빨리 해방되고자 ‘에라 모르겠다!’하고 스트로크를 하게 된다.
시간을 끌수록 양다리에는 긴장과 불안이 마치 나무 위의 새집을 노리는 뱀처럼 기어올라 몸통을 감고 중추신경을 마비시키고 만다. 그런데 두뇌는 어떻게든 치라고 명령한다. 별수 없이 쫓기듯 치고 만다. 디젤은 이때를 ‘무아무중, 가벼운 실신상태’라고 묘사했다. 이런 것을 의학적으로 ‘입스(yips)’라고 한다.
"어렵게 생각하면 사람을 미치게 할 만큼의 마력을 지닌 것이 퍼팅이다."라고까지 디젤은 말했다.

문제는 잔디의 성질이나 경사 등 정황도 제대로 파악할 줄 모르는 풋내기골퍼들이 프로의 흉내를 내어 홀컵의 건너 쪽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을 마구 지연시키는 플레이를 하는데 있다.

여기서는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법"이라며 차라리 "빨리 미스하라!"고 말한 1920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조지 던컨의 경구가 인용된다. 볼에 어드레스 한 후 라인을 한번 훑어보고는 공을 치는 그의 퍼팅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고 한다. 그는 "코스에서 시간 끄는 인간은 사회에서도 쓸데없이 시간을 끄는 사람."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조지 던컨은 '빨리 치는 던컨'이란 별명을 가졌는데 볼을 보고 달려와 그 뒤에서 선 자세 그대로 볼을 쳤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나는 겁쟁이입니다. 함께 치는 사람을 생각해서가 아니고 빨리 침으로써 공포나 망설임이 파고들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라고 대답했다.

진 사라센도 거의 치고 뛸 정도로 빨리 샷을 했다고 한다. 바비 존스와 같은 나이로, 현대의 4대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대회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을 석권한 최초의 골퍼로, 특히 퍼팅의 귀재여서 '무신경'이란 별명이 붙었다. 퍼팅을 할 때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기 때문에 얻은 별명인데 퍼팅을 앞두고 망설이고 주저하고 의심하고 걱정하는 주말골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류 프로들도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코미디언기질의 치치 로드리게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잘 아는 의사를 만나 도움을 청했다. "큰 일이야, 몸이 굳고 마음도 초조해지고 말이야. 이래 가지고는 티 오프를 못할 것 같애. 긴장을 풀 진정제라도 줄 수 없소?"
의사가 진정제를 주자 그것을 삼키고 1홀에서 멋진 티샷을 했다. 18홀을 끝낸 로드리게스는 의사에게 "어이 의사양반, 아까 그 약은 기막히게 잘 들었어. 84타를 쳤는데도 이렇게 행복한 기분에 빠져들기는 처음이거든.”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면 점수에 관계없이 행복한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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