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결정적 퍼트를 놓쳤다고 손에 익은 퍼터를 바꾸지 않은가.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산사에 가보면 동자가 소를 타거나 끌고 숲에서 돌아오는 모습의 벽화를 쉽게 볼 수 있다. 심우도(尋牛圖)인데 진리를 찾는 구도자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현대 고승의 한 분인 혜암(慧庵)선사는 황해도 백천군 해월면 사람으로 13세에 출가, 덕숭산 수덕사에서 많은 수행승을 지도했다.
한번은 어떤 젊은 수좌가 혜월(慧月)스님에게 물었다.
"소를 타고 찾는다는데 이게 무슨 도리입니까?"
혜월스님이 말했다.
"그 따위 소리하며 다니지 말라."
이때 혜암선사가 조실스님에게 물었다.
"혜월스님이 젊은 수좌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 잘 일러주신 것입니까?"
조실스님이 말했다.
"그 늙은 놈이 그래 가지고 어떻게 학인의 눈을 열게 하겠느냐?"
혜암선사가 말했다.
"그럼 조실스님은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조실스님이 말했다.
"그 젊은 수좌가 혜월에게 물은 것과 꼭 같이 내게 물어봐라."
혜암선사가 절을 세번하고 물었다.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는데 이게 무슨 도리입니까?"
이에 조실스님이 말했다.
"네가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는데 찾아다니는 소는 그만두고 네가 탄 소나 이리 가져오너라."
이 말은 들은 혜암선사는 크게 깨우쳐 조실스님에게 큰절을 세 번 하고 물러났다.

골프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를 쓰고 유명한 코치를 찾는 사람이 있다. 이름난 코치를 찾아 골프연습장을 바꾸기도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름난 코치를 찾아가 자신의 결점을 지적해줄 것을 청한다. 많은 배움이 필요하다 싶으면 코치에게 상당한 사례를 하면서까지 함께 골프 치는 기회도 마련한다.

그러나 그가 만족할만한 코치를 만난 적은 거의 없었다. 명성이 자자한 코치라 해도 그 명성에 값할만한 가르침을 얻지 못했다. 거의가 그가 평소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것들이었다. 그 스스로가 자기보다 골프를 못 치는 사람들에게 입이 닳도록 지적해준 것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이 사람은 그동안 자신이 소를 타고 있으면서 남의 소를 열심히 찾아다닌 격이다.

신형 드라이버나 아이언세트가 나오면 참지 못하고 구입하는 것이나 몇 번 결정적 퍼트를 놓쳤다고 손에 익은 퍼터를 마다하고 새 퍼터를 사는 것도 소를 탄 채 소를 찾는 격이다.
자기 자신 속에 가르침의 씨앗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씨앗을 스스로 터뜨릴 생각은 않고 바깥으로만 돌아다닌 꼴이 되고 만 것이다. 물론 앞뒤를 가리지 못할 정도의 초보자라면 스승이 필요하지만 일정 수준에 이르면 자기 속에서 가르침을 터득할 줄 알아야 한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도 봄은 안보여
짚신이 다 닳도록 온 산을 헤매었네,
봄 찾는 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니
울타리에 매화꽃이 한창인 것을.          

-작자 미상의 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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