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사진 위)와 KLPGA투어(아래)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대표선수들이 맞붙은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사진제공=KLPGA
[골프한국] LPGA투어와 K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대표선수들이 맞붙은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대회는 여러 모로 골프팬들의 이목을 끌만 했다.
박인비, 전인지, 장하나, 박성현 등 일부 정상급 선수는 빠졌지만 미국과 한국 투어를 대표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참가, 자존심을 건 승부를 벌인다는 것도 흥미진진하지만 과연 LPGA투어와 KLPGA투어의 객관적 수준 차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점도 관전 포인트였다.

25~27일 부산 동래 베네스트CC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첫날 포볼 경기 2대 4에 이어 둘째 날 포섬경기에서 3대 3을 기록해 KLPGA팀에 끌려가던 LPGA팀이 마지막 3일째 싱글 매치플레이 12 경기에서 8대 4의 역전극을 펼쳐 합계 13대 11로 KLPGA팀을 꺾고 2년 연속 우승컵을 안았다.

객관적 관전자의 눈으로 봤을 때 솔직히 LPGA투어와 KLPGA투어 선수들의 기량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첫날과 둘째 날 경기에선 LPGA팀이 KLPGA팀의 파이팅에 밀리는 게 눈에 띄었다. LPGA팀은 여독과 달라진 코스환경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듯했고 KLPGA팀은 상대가 LPGA 선수라고 주눅 들지 않겠다는 도전적 패기가 돋보였다.
셋째 날 대회에서 8대4로 LPGA팀이 승리했지만 4승을 챙긴 KLPGA팀의 전과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특히 고진영이 유소연을 넉넉하게 이긴 것이나, 동명이인인 김지현이 신지은과 박희영을, 김해림이 백규정을 꺾은 것은 LPGA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3일간의 경기 모습을 종합해보면 LPGA팀과 KLPGA팀의 수준 차이는 거의 없거나 있다 해도 종이 한두 장 차이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KLPGA팀의 일부 선수는 당장 LPGA투어에 서더라도 선두권에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수준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LPGA투어든 KLPGA투어든 중위권 이상의 선수라면 기량은 거의 엇비슷하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어떤 선수는 1년에 몇 승씩 거두고 어떤 선수는 우승컵을 만져보기는커녕 중하위권을 맴돌며 시드권 유지를 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슷한 기량에 같은 시기에 LPGA투어에 진출하고도 어떤 선수는 데뷔 첫해에 다승을 거두며 신인상을 차지하거나 세계랭킹을 10위 안으로 끌어올리는가 하면 어떤 선수는 자주 컷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LPGA투어에서 계속 남아 있느냐 귀국하느냐를 고민하는 게 현실이다.

LPGA투어 JLPGA투어든 KLPGA투어든 우승컵을 자주 들어 올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경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개할 줄 알고 승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반대로 기량은 충분히 갖추었는데도 승리와 인연이 없는 선수들은 부정적 태도와 습관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불안과 자학으로 스스로 승리와 멀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수많은 선수들의 경기를 보아오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승패를 가르는 것은 다름 아닌 소통능력(Communication Power)이라는 것이다. 물론 기량이나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의 이야기다.

기복 없는 안정된 경기는 자신감과 자존감에서 나온다. 연습도 충분히 했고 이정도면 믿을 만 하다는 자신감, 이런 자신을 스스로 믿고 존중하는 자세가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당당한 경기를 가능케 한다. 이런 자신감과 자존감의 원천은 무엇일까. 나는 감히 소통 능력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골프선수에겐 두 가지 소통능력이 필수적이다. 자신과 소통하는 ‘내부와의 소통능력’과 바깥세계와 소통하는 ‘외부와의 소통능력’이다. 
내부와의 소통이라 함은 몸에 밴 습관이나 신체적 생체리듬, 머리와 마음과 원활하게 교감하는 것이고 외부와의 소통은 나를 벗어난 세계 - 이를 테면 동반자나 캐디, 갤러리, 골프코스, 클럽, 날씨 등 -와 막힘없고 걸림 없이 교감하는 것이다.
우리 몸의 혈류에 이상이 생기면 각종 질병이 일어나듯 인간도 안이나 바깥과의 교류가 부자연스럽고 왜곡되고 막히면 갈등과 마찰이라는 이상증세를 보인다. 자신과의 긍정적 소통, 외부세계와의 친화적 관계 구축은 골프선수가 갖추어야 할 승리의 귀중한 덕목이다.

특히 LPGA투어나 JLPGA투어에 진출하려는 선수들은 ‘외부와의 소통능력’을 갖추지 않고선 성공을 이루기 어렵다. 인간의 공포와 불안은 외부와 단절되었을 때 일어난다. 외부와의 소통에 장애가 생기면 불안, 초조, 억측, 지레걱정, 피해의식, 고립감 등의 정신적 장애가 일어나게 돼있다.

외부와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일단 긍정적 친화적 자세를 갖춰야 함은 물론 스스로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해외 투어를 목표로 둔 선수라면 현지어가 외부와의 소통 기술이자 도구인 셈이다.
현지어를 몰라 투어진행자, 동반자, 캐디, 갤러리 등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스스로 불안, 초조,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 쉽다. 마음속에 이런 부정적 요인들이 똬리를 튼 상태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미국에 건너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수를 겁내지 않고 영어 인터뷰를 해내는 김세영 장하나 전인지 등이 승리를 챙기며 세계랭킹 톱10 안에 포진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JLPGA투어에서 이보미, 김하늘, 신지애, 안선주 등이 큰 성공을 거두며 인기를 누리는 것은 미소로 무장한 친화력과 현지어 구사능력이라는 소통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최경주가 처음 PGA투어에 뛰어들어 외부와의 소통을 위해 쏟은 눈물겨운 노력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그는 만나는 선수마다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하이!’ ‘헬로!’를 입에 달고 다녔고 긴 말을 걸어오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탱큐’나 ‘예스, 오케이’를 연발했다고 고백했다. 이러기를 몇 개월 하자 선수들이 먼저 그에게 다가와 악수를 나누고 농담을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했고 언어 구사능력도 늘었다. 이후 ‘꿔다 놓은 보릿자루’를 면할 수 있게 된 그는 본격적으로 우승컵을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굳이 현지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외부와의 소통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현지어 구사능력을 갖추는 건 기본이란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LPGA투어 진출에 대비해 국내 투어에서 외국인을 캐디로 활용하며 외국어를 익히는 고진영의 자세는 정말 현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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