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이 서있는 모습은 어떻게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결정적 지침을 준다. 사진제공=방민준
[골프한국] 산과 들을 거닐다 보면 그 많은 식물들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음에 놀라게 된다.
같은 종이라도 서있는 모습이나 가지를 뻗은 모양이 모두 다르다. 심지어 수많은 줄기와 나뭇잎, 꽃잎조차 미세한 차이로 똑 같지 않다. 식물의 씨앗은 같은 종의 DNA를 공유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에 떨어져 싹을 틔우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독립된 개체로 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씨가 떨어진 장소, 계절변화에 따른 온도와 강수량 일조량 등의 기후조건에 따라 개체로서의 개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리라. 

이런 눈으로 산야의 식물들의 모습을 보면 ‘지금 여기’에 터를 잡아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만들며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야말로 주어진 환경에 가장 적절하게 적응한 결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식물의 세계에까지 ‘인연과보(因緣果報)’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식물의 세계가 이럴진대 인간세계의 개체 다양성은 무한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칼럼에 어울리지 않게 사유의 프리즘을 넓혀본 것은 골프의 핵심을 다른 시각으로 한번 살펴보자는 의도에서다. ‘골프스윙은 지문과 같아서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는 명언이 있지만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는 것을 보면 내 눈엔 골프 스윙의 비법은 식물의 생존양태에서 그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골프채를 잡은 이상 모두가 교과서적인 스윙을 구사하는 선수들의 그것을 모델로 삼아 익히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결코 목표로 삼은 모델과 같은 스윙을 터득할 수는 없다. 단지 비슷해질 뿐이다.
타고난 신체조건, 연령, 근육의 발달정도, 연습 정도, 생활습관에 따른 동작의 타성, 생체리듬, 감정 제어능력, 사물을 대하는 태도, 삶의 방식 등에서 다양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큰 틀의 스윙 틀을 잡는 데는 교과서적인 스윙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지만 실제 라운드를 할 때는 식물의 생존법에서 해답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바이오닉스(Bionics)가 각광받고 있다. 모든 생체(生體)의 조직, 기능을 공학적으로 연구해 인간이나 기계에 적용하는 분야로, 생체공학 또는 인간기계공학 등이 모두 이 분야에 포함된다. 새가 나는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어 비행기가 만들어졌듯 인간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도구나 기계는 대부분 생체의 동작을 모방하여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차, 배, 헬리콥터, 포크레인, 불도저, 로봇기계 등 다양한 문명의 이기들도 실은 뱀이나 물고기, 지네, 메뚜기, 딱정벌레, 사마귀, 잠자리, 벌새, 거미, 게 등의 동작원리에서 힌트를 얻은 연구결과인 것이다.

나는 골프코스에서 자주 대하는 나무들의 모습에서 깨우침을 얻는다. 특히 나무들이 서있는 모습은 어떻게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결정적 지침을 준다. 
어느 한 나무도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은 없다. 평지에서도 모두 똑바로 서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서 햇빛이 많이 비치느냐,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많이 부느냐에 따라 서있는 모습이 다르다. 조금만 경사가 지면 지면의 기울기에 맞춰 나무의 줄기가 서있는 모습은 더욱 달라진다.


일치하는 것은 모든 나무들이 뿌리를 내린 장소에서 도태되지 않고 가지를 뻗으며 자랄 수 있는 모양으로 서있다는 사실이다. 평지나 비탈에서 선 나무의 모습에서 어떤 스탠스가 최상의 동작인지 힌트를 얻는다.
라이가 내리막이냐 오르막이냐, 앞으로 기울었느냐 뒤로 기울었느냐 등 다양한 라이에 따른 스탠스와 몸의 유지는 골프코스에 자라는 나무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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