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와 아리야 주타누간
[골프한국] 2017년 시즌 LPGA투어는 전례 없는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에서 막 내린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은 내년 LPGA투어가 맹수들이 치열한 영역싸움을 벌이는 정글의 모습을 보일 것임을 예고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결과는 LPGA투어가 몇몇 강자들이 지배하던 평화로운 정글이 아닌 군웅할거(群雄割據)의 무대가 될 것이란 예후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최근의 부진을 딛고 정상궤도에 진입한 듯한 리디아 고는 2라운드에서의 10언더파란 경이적인 플레이로 아리아 주타누간과의 롤렉스 올해의 선수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듯 했으나 우승컵은 영국의 신예 찰리 헐(19)에게,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 자리는 주타누간에게 돌아갔다.

시즌 5승으로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세계랭킹 1위까지 넘볼 수 있었던 주타누간은 우승은 못했으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리디아 고(공동 10위)를 제치고 순위를 공동 4위까지 끌어올려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차지했다. 주타누간은 최근 자신 넘치는 플레이로 강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펑샨샨과 함께 한국선수들이 넘어야 할 큰 산으로 우뚝 솟은 느낌이다.

루키로서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11번이나 이름을 올려 신인상을 거머쥔 전인지(22)는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의 버디 퍼트 성공으로 18홀 평균 69.583타를 기록, 리디아 고(69.596)를 머리카락 차이로 누르고 영광의 최저 평균타수상인 베어트로피를 차지, 내년 시즌의 활약이 범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세계 여자골프랭킹도 리디아 고, 아리야 주타누간에 이은 3위로 명실상부한 여왕 후보로 부상했다.

LPGA투어 통산 3승으로 꾸준히 우승권을 맴돌면서도 2014년 캐나디언 퍼시픽 여자오픈 이후 2년 3개월 동안 우승 갈증을 풀지 못한 유소연(26)은 물오른 기량으로 마지막 라운드에서 찰리 헐과 공동1위로 나가다 17번 홀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우승을 놓쳤다. 모처럼의 우승 기회를 맞아 순간적으로 평정심을 잃었는지 두 번째 샷을 도전적으로 날려 그린 옆 벙커 턱 아래 볼이 떨어지는 바람에 버디를 노릴 수 있는 홀에서 보기를 범해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유소연이 보인 안정된 플레이는 내년 시즌에도 우승 가시권에서 쉬이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내년 시즌을 전망해보면 우선 아리아 주타누간과 펑샨샨이 태극낭자들에겐 넘기 힘든 산맥 같은 존재로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복이야 있겠지만 이 두 선수는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듯 하다가도 언제든 벼랑을 타고 오르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어 경계대상 1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찰리 헐이 가세하면서 수전 페테르센, 안나 노르드크비스트, 산드라 갈, 베아트리즈 리카리, 카를로타 시간다 등으로 짜여진 유럽의 공세는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안마당에서 외국선수 잔치를 벌이는 꼴이 된 미국선수들 역시 브리타니 린시컴, 안젤라 스텐포드, 렉시 톰슨, 폴라 크리머, 모 마틴 등을 중심으로 와신상담의 각오를 다질 것이다.

세계 여자골프계를 호령하다 간신히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리디아 고나 ‘캐나다판 리디아 고’인 브룩 핸더슨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아마도 가장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일 군단은 태극낭자들일 것이다. 자신감을 얻고 연착륙에 성공한 전인지, 장하나, 김세영, 김효주를 비롯, 우승 가시권에서 번번이 기회를 놓치는 양희영, 이미림, 박희영, 지은희, 허미정 등 주류권의 핵심 멤버들이 절치부심하며 우승을 쟁취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다.

여기에 벌써부터 슈퍼신인 대접을 받고 있는 한국의 박성현(23)이 등장하면 LPGA투어는 메기를 풀어놓은 연못처럼 요동칠 것이다. 내년에 등장할 신인들 중에 숨은 강자가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특히 박성현은 아리아 주타누간이나 펑샨샨, 브룩 핸더슨, 찰리 헐, 브리나티 린시컴 같은 태극낭자들에 대해 어느 정도 내성(耐性)과 면역력(免疫力)을 갖추고 있는 선수들에겐 신무기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조용하던 LPGA 연못에 일어날 격랑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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