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개최된 여자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미정(왼쪽 위), 이민지, 김해림(오른쪽).


지난 20~23일 치러진 LPGA투어, JLPGA투어, KLPGA투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endif]-->

중국 하이난성 지안 레이크 블루베이GC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블루베이 챔피언십에서는 호주동포 이민지(20)가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과 미국의 제시카 코다와 접전을 벌이다 마지막 홀에서 극적으로 우승을 결정지었다.  <!--[endif]-->

일본 효고현 마스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JLPGA투어 마스터스 GS레이디스 대회에선 전미정(34)이 무려 4타 차이를 극복하는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 JLPGA투어 24승 고지에 올랐다. () 구옥희가 세운 한국선수 최다승기록(23)을 뛰어넘은 기록이다. <!--[endif]-->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는 김해림(27)이 정희원(25)과의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endif]-->

얼핏 마지막 홀까지, 또는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우승 경쟁 끝에 거둔 극적인 승리가 공통점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골프경기의 우승경쟁은 늘 치열하며 승리도 그만큼 극적이기 마련이니 위에 예를 든 세 개 대회의 공통점으로 꼽기에는 적합지 않은 것 같다필자의 눈엔 우승자 모두 화려한 스타가 아닌 평범한 보통선수라는 사실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endif]-->

그렇다고 세 명의 우승자가 골프팬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무명의 선수라는 뜻은 아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몰리고 골프팬들로부터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받는 선수는 아니지만 그 세계에서는 한 가락 하는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endif]-->

이민지로 말하면 호주에선 캐리 웹이 극찬할 정도의 골프스타지만 LPGA투어에선 아직 신인 티에서 벗어나지 않은 유망주의 한 사람이다.

2012US여자주니어 챔피언십 우승, 2013~2014 호주 여자 아마추어오픈 우승 등의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내고 지난해 LPGA투어에 뛰어들어 루키로서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데 이어 올 4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소위 잘 나가는선수다. 이번 블루베이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투어 입문 2년 차에 통산 3승을 올렸으니 결코 보통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미디어의 관심도, 카메라의 집중도, 팬들의 열광도, 스폰서 시각에서 본 상품성 등의 척도로 보면 아직 LPGA투어를 대표할 스타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  <!--[endif]-->

JLPGA투어 한국선수 최다 우승 신기록을 달성한 전미정의 경우는 결코 보통 선수가 아니다. <!--[endif]-->

2001KLPGA투어에서 뛰기 시작한 그는 2006JLPGA투어에 가세한 첫해부터 우승하면서 꾸준하게 우승행진을 이어온 JLPGA투어의 대표 한국선수다.

차분한 성격, 화려해 보이지 않는 무리 없는 스윙, 요란한 패션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카메라나 극성팬들을 매혹시키는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그의 무던하고 담담한 플레이를 즐기는 팬이 적지 않은 스타 중의 한 사람이다. 다만 최근 이보미, 김하늘 등 독보적인 개성미를 발산하는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평범한 선수로 비칠 뿐이다.

2007KLPGA에 발을 들여놓은 김해림은 지난해까지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고 올 5월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 첫 우승을 맛본 뒤 이번에 메이저대회로 2승째를 기록했다

김해림과 연장전에 나선 정희원(25) 역시 자주 우승권에서 맴돌았지만 2012년 매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이 유일한 보통선수다.  <!--[endif]-->

대회 시작 전부터 골프스타 전인지와 박성현의 대회전이 기대되었으나 전인지는 1라운드 후 기권했고 박성현, 이미향, 조윤지, 김민선 등 스타선수들은 평범한 보통선수들에게 밀려났다. <!--[endif]-->

데뷔 6년 만에 KPGA투어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첫 승을 올린 윤정호(25)도 보통선수다. K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윤슬하의 동생인 윤정호는 국가대표까지 지냈지만 무려 53개 대회 만에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endif]-->

한자 범(, 무릇 범)?을 합친 글자다. ‘는 하늘과 땅을 뜻하며 땅에서부터 하늘에 미친다는 데서, 천지간의 만물을 포괄하는 모두’ ‘의 뜻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상에선 범()자가 들어가면 범부(凡夫)’ ‘평범(平凡)’ ‘범상(凡常)’처럼 대수롭지 않고 예사로운, 흔한등의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endif]-->

()’이 내포하고 있는 깊은 뜻을 헤아리면 위에 예를 든 평범한 선수들의 위대함을 결코 가벼이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우주는 이름 있는 큰 별만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뭇별들로 인해 은하계와 성단이 존재한다. 강의 도도한 흐름은 거대한 파도나 출렁임이 아닌 작은 물방울이 모여 만들어내고 역사의 흐름 또한 이름 없는 민중들이 만들어낸다.

연예인 같은 외모나 화려한 스윙, 멋진 퍼포먼스, 탁월한 기량을 가진 스타들이 골프의 흥행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출하지 않은 평범한 선수들의 선전(善戰)이 많은 골프투어를 존재케 하고 흔하지 않은 그들의 우승 소식이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대중은 잘 나고 걸출한 스타를 선호하는 속성을 갖고 있지만 평범한 선수들이 예상을 뒤엎고 스타를 침몰시키고 승리를 거둘 때도 대중은 열광하고 환호한다. 스타들의 그늘에 가린 평범한 혹은 평범해 보이는 많은 선수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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