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24) 김세영(23)이 미국의 골프팬들 사이에서 유난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두 선수가 선두권에서 경쟁을 벌일 때 중계방송 화면에 많이 잡히는것 같다.

 그 이유가 뭘까.

장하나나 김세영의 플레이를 보면 공통적으로 긍정의 기가 전달된다. 늘 미소를 잃지 않는 얼굴, 팬들과 교감할 줄 아는 열린 마음,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자세, 때로는 구도자 같이 진지한 모습으로경기를 펼쳐나가는 이들의 모습은 지켜보는 골프팬들에게 도파민, 세로토닌, 엔돌핀 같은 기분 좋은 호르몬, 긍정의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장하나는 지난 6~9일 대만 타이베이의 미라마르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2월의 코츠 챔피언십, 3HSBC 챔피언스 우승 후 7개월 만에 시즌 3승을 거둔 장하나는 중국의 펑샨산(27)에 대한 응원열기가 높은 가운데서도 갤러리는 물론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뚜벅뚜벅 거침없이 내딛는 걸음, 자신감 넘치는 미소, 팬들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고 반응하는적극성, 자신의 기쁨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모습, 우승을 확정한 뒤 보여준 절제된 춤의 세리머니 등은 골프팬들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남겼다.

지난 3JTBC 파운더스 컵, 6월의 월마트 NW아칸서스 챔피언십 등 시즌 2승을 한 김세영도 비슷하다. 크지 않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경기에 임하는 도전적 자세, 무언가 해낼 것 같은 당찬 표정, 원하는 샷을 만들어낸 뒤 얼굴에 퍼지는 행복한 미소, 그 기쁨을 캐디는 물론 주변의 갤러리들과 나누는 자세는 지켜보는 골프팬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들어준다


골프선수로서 최고의 덕목은 뭐니 뭐니 해도 기량이다. 골프를 잘 하지 못하면서 골프선수로 인기를 얻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다른 것을 다 제쳐두고 기량이 탁월하다면 어느 정도 버텨낼 수는 있다. 그러나 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 모인LPGA같은 무대에서 인기를 얻으려면 기량만으로는 안 된다. 그리고 골프란 한결같이 최고의 경기를 이어갈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추락과 상승이라는 파동을 반복하면서 발전하거나 도태되거나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플러스 알파(+?). 기량을 상수로 치고, 골프선수의 인기를 좌우하는 변수즉 플러스 알파는 과연 무엇일까.

여자 선수의 경우 외모나 몸매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 같다. 남성 심리에 도사린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미셸 위가 최근 우승을 못하면서도 인기를 꾸준히 얻는 것이나,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 독일의 산드라 갈 등이 골프도 잘 하지만 모델 뺨치는 몸매와 미모로 인기를 얻고 있는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기량도 뛰어나고 미모 몸매가 받쳐준다고 인기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알파다. 알파는 딱히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개인적 매력으로 발현되는 요소로, 일종의 선수 개인의 브랜드나 다름없다.

타이거 우즈에겐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독보적인 브랜드가 느껴진다. 탁월한 기량과 카리스마, 고고함 등이다. 순탄치 않은 사생활과 잦은 부상으로 전성기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골프팬들은 타이거 우즈에게서 느껴온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그를 버리지는 않는다. 선수로 뛰지 못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타이거 우즈라는 브랜드로 골프팬들의 사랑을받고 있다.

스웨덴의 아니카 소렌스탐(46)은 냉정한 골퍼였지만 나름 브랜드가 있었다. 경기에서는 좀처럼 실수가 없는 냉혹한 로봇 같은 플레이어였지만 경기를 벗어나서는 많은 기부활동과 자선행사, 개인적 취미활동을 즐겼고 현역에서 물러나서는 어린 골프꿈나무를 후원하는 등의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선수시절 못지않는 저명인사로 살아가고있다.

줄리 잉스터(56)60대를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가정에 충실하며 막내 딸 또래의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후배선수들에게 엄마와 같은 자상한 사랑을 베푸는초인(超人)으로, 영국의 로라 데이비스(53)는 남자의 기사 작위에 해당되는 Dame작위를 받을 정도로 왕성한 사회봉사활동과 후배골퍼 양성에 나서 존경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영국의 카트리오나 매슈(47), 미국의 크리스티 커(30) 등도 나이와 상관없이 전성기 때의기량을 유지하며 가정과 골프를 성공적으로 병행하는 모습으로 후배들로부터는 존경을, 골프팬들로부터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이보미(28)와 김하늘(27)이 일본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것도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주는 특유의 알파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보미는 견고한 기량 외에 천성처럼 샘솟는 미소, 현장과 친화하려는 진지한 노력, 팬들과의 격의 없는 교류 등으로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설 수 있었다.

김하늘은 경우는 일본선수들에게서 발견하기 어려운 도도한 미모와 몸매, 그러면서도 신비한 미소, 상대를 압도하는 눈빛 등으로 열광적은 팬을 모으고 있다.

정상급의 기량을 갖춘 전인지(22)의 경우 동양적 미모에 우아한 미소로 그의 팬 층은 지구촌 전체로 확산되는 느낌이다.

기량이나 미모 못지않게 중요한 플러스 알파가 따로 있다. 바로 개성있는 퍼포먼스다.

프로스포츠시대에 선수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직업선수를 뛰어넘어 팬을 즐겁게 하는엔터테이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장하나나 김세영이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리디아 고(19)나 김효주(21),신지애(28), 박성현(23) 등은 요란하진 않지만 은근하게 깊이가 느껴지는 담담한 퍼포먼스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있다.

특히 박성현의 경우 현역 선수 중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완벽한 몸통 회전에 의한 전광석화 같은 스윙, 여기서 나오는 긴 비거리, 클럽을 가리지 않고 모두 다룰 줄 아는 능력, 무서운 집중력 등에 미소년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외모까지 지녀 멋진 조합의 퍼포먼스로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낸다면 LPGA투어의 차세대 스타로 기대할 만하다.

프로선수가 된 이상 쑥스럽다거나 체질에 안 맞는다는 등의 핑계나 이유는 통하지 않는다. 탄탄한 기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소극적이고폐쇄적이고 무덤덤한 퍼포먼스로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선수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