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PGA 투어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 우승

강수연(40)이 12일 일본 효고현 롯코 국제골프클럽에서 열린 JLPGA 투어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2015년7월17일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중국 명(明)나라와 청(淸)나라 때 민가의 교양서적으로 널리 사랑받던 『현문(賢問)』에 이런 구절이 있다.
‘長江後浪催前浪 浮世新人換舊人(장강후랑최후랑 부세신인환구인)’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고 흐르는 세상에 새 사람이 옛 사람을 대신한다.’는 뜻이다.

고대로부터 널리 알려진 격언과 금언을 모은 『현문(賢問)』은 지은이는 미상으로, 아녀자와 어린이들까지도 공부해야 할 필독서로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도도한 강의 흐름에 비유해 인간 세상도 이와 다르지 않아 아무리 특출한 영웅호걸이라 해도 새 순처럼 돋아나는 후생(後生)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철리(哲理)를 깨우치는 글로 현세에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불혹(不惑)의 나이인 40을 넘긴 강수연(1976년 3월 15일 생)이 12일 일본 효고현 고베시 롯코 국제골프코스에서 막을 내린 JLPGA투어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걸 그룹이 휩쓰는 국내 가요계의 풍토를 닮아가는 여자 프로 골프의 세계에서 그녀의 우승소식은 반갑기에 앞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세계 여자골프 세계에서처럼 뒤 물결이 앞 물결을 거세게 몰아치는 세계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만 20세도 안 된 나이에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97년 4월 24일 생),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리디아 고를 물리친 캐나다의 브룩 핸더슨(18) 등 10대 골퍼들이 LPGA는 물론 KLPGA투어, JLPGA투어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대 후반만 되어도 ‘큰언니’ 소리를 들어야 하는 여자 골프 계에서 30대를 넘어 40대까지 선수로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힘겹고 괴로운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강수연은 한국선수로는 국내외를 통틀어 현역 프로 골프선수 최고령이다. 이런 꼬리표에 개의치 않고 현역 선수로 활동하면서 이번에 JLPGA투어 2승을 거두었다는 것은 기적이다. 그것도 아름다운 기적.
우리나라 같으면 할머니 소리 듣기 십상인 주름투성이의 줄리 잉스터(55)가 딸 혹은 손녀딸 또래의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로라 데이비스(52), 캐리 웹(41) 등이 ‘뒤 물결’에 전혀 밀리지 않고 여자 프로 골프세계에 남아 나이를 초월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며 강수연이 여자 프로골프 계를 떠나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 자체에 감동을 느낀다.

강수연은 두 살 밑인 박세리에 비해 5년이나 늦게 LPGA투어에 뛰어들었다. 2001년 시즌 3승을 하면서 상금왕·대상을 차지했던 그는 KLPGA투어에서 11승을 거둔 뒤 2003년 미국 무대에 데뷔했다. 2005년 세이프웨이 클래식(현재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1승을 올린 것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그는 2011년 일본 무대로 눈을 돌려 2013년 10월 스탠리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했으나 이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퇴를 거부하고 JLPGA투어에 남아 2년 8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특히 지난 달 29일 요넥스 레이디스 토너먼트에 출전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중 서울 시내에서 차량 추돌사고를 당해 나흘간 병원신세를 지고 목통증이 여전한 상태에서 거둔 그의 승리는 그의 의지를 빼곤 설명할 수 없기에 골프팬으로서 존경심을 금할 수 없다.

이 대회에서 강수연에 1타 뒤져 2위를 한 이보미(28)의 ‘맏언니 강수연’에 대한 찬사는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리라. 그는 인터뷰에서 “강수연 선수가 지금 나이에 우승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며 “매일 피곤하고 힘들다고 말하는 자신을 반성했다”는 소감은 이보미만의 소회가 아닐 것이다.

불혹을 넘어 보인 강수연 선수의 투혼을 보며 우리나라에서도 주름 자글자글한 나이에 정규대회에서 딸 같은 선수들과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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