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의 강자로 급부상한 아리야 주타누간(21·태국)에게 새겨진 최대의 트라우마는 양자령(21)이다. 사진제공=온스포츠 매니지먼트
[골프한국] LPGA투어에서 첫 승을 거두며 LPGA투어 사상 처녀우승 선수로는 최초로 3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21)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LPGA투어의 새로운 아이콘이다.

그의 우승을 여러 차례 가로챘던 태극낭자들의 드센 추격을 물리치고 3연승의 금자탑을 쌓은 뒤 LPGA투어의 골프팬들과 태국의 국민들이 주타누간에게 열광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다.
LPGA투어 입장에선 한국선수 및 한국계선수들을 지칭하는 이른바 태극낭자들이 LPGA투어를 쥐락펴락하는 현 상황이 달가울 리만은 없다. 미국 선수들로서는 태극낭자들의 독주에 대항하기 역부족인 상황에서 비록 아시아 선수이긴 하지만 태극낭자들의 질풍노도에 제동을 거는 새로운 선수가 나타났으니 반기지 않을 수 없다.
태국선수가 태극낭자들에 태클을 걸 수 있다면 미국 선수들에게는 물론 다른 골프 개발도상국(?)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어 LPGA 투어의 상업적 흥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한 예가 태국에서 일고 있는 ‘주타누간 열풍’이다. 언론들은 연일 주타누간의 위업을 대서특필하며 그를 국민 영웅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달 15일 아리야 주타누간이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서 우승하자 방콕 포스트는 “첫 우승을 향한 태국인들의 긴 기다림이 드디어 끝났다”며 “부상과 눈물 어린 좌절의 아픔이 주타누간의 동화에 끼어들었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를 도화선으로 태국의 언론들이 주타누간의 3연승을 중계방송하면서 태국 전체가 골프, LPGA 열풍에 휩싸였다. 태국총리가 총리관저로 주타누간을 초대하는가 하면 정부는 주타누간을 태국 어린이들의 롤 모델로 부각시킬 정도다.

태극낭자를 위협하는 LPGA투어의 강자로 급부상한 아리야 주타누간의 골프이력서에서 태극낭자와의 조우는 결코 감출 수 없다.
박인비, 김세영, 리디아 고 등이 그의 우승을 가로챘지만 아리아 주타누간에게 새겨진 최대의 트라우마는 양자령(21·영어이름 줄리 양스터)이다.
골프 애호가들은 LPGA투어 대회 리더보드에서 양자령, 또는 줄리 양(Julie Yang)이란 이름으로 본 적이 있겠지만 일반 골프팬들에겐 낯선 편이다.
LPGA Q스쿨을 거쳐 2015년 조건부 출전권을 얻었고 2016년 시즌에야 비로소 풀 시드를 받았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니어시절 양자령은 주타누간 자매에겐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주타누간이 영웅으로 추앙받는 태국 골프계에서도 ‘그때 주타누간 자매를 항상 이겼던 그 한국선수는 도대체 어디 갔나?’하는 물음이 나올 정도다.

170cm의 키에 미모를 겸비한 양자령은 요즘 보기 드문 ‘공부하는 골프선수’로, 주니어시절 늘 ‘골프천재’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가이드로 6세 때부터 골프채를 잡은 그는 1년 만에 공식대회에서 92타를 치는 천재성을 보였고 초등학교 4학년 때 드라이버의 비거리가 240야드를 넘어 화제가 되었다.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양자령은 주니어선수로 태국은 물론 아시아, 미국, 유럽으로 무대를 넓혔다. 이때 경쟁했던 선수가 바로 미국의 대표주자 렉시 톰슨, 태국의 모리야 주타누간, 아리야 주타누간 남매들이다. 
11세 때까지 태국에 산 그는 태국을 떠나기 전까지 32번이나 주니어대회에서 우승했는데 함께 대회에 참가했던 주타누간 자매는 단 한 번도 그를 이긴 적이 없었다.

태국에선 적수가 없어 미국으로 건너간 양자령은 US키즈 월드챔피언십 대회에서 렉시 톰슨에 이어 2위에 오른 뒤 자극을 받아 미국을 누비며 각종대회에 참가, AJGA(미국주니어골프협회) 사상 최연소(12세1개월13일) 우승을 차지하는 등 한 해에 4승을 거두며 2007년 2008년 연속 최연소 ‘올 어메리칸 멤버(All American Member)’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때 함께 ‘올 어메리칸 멤버’로 뽑힌 선수가 현재 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니 신(신지은), 비키 허스트, 렉시 톰슨 같은 선수들이다. 남자선수로는 리키 파울러, 모건 호프먼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을 평정했다고 생각한 그는 눈을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로 돌렸다. 때마침 언니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있어(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 14세 때인 2009년 스코틀랜드의 명문 로레토 스쿨에 장학생으로 진학, 낮에는 공부하고 저녁에는 골프 연습을 했다. 
아이큐가 154로 알려진 그는 공부에 충실하면서도 잉글리시아마추어챔피언십, 덴마크인터내셔널챔피언십, 웨일즈아마추어챔피언십 등 유럽 각 나라의 아마추어 메이저대회를 석권하고 2010년에는 예선전을 거쳐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최연소로 참가할 정도였으니 그의 골프 천재성은 자타가 인정하는 바였다. 

여기저기서 프로 전향 제의가 쇄도했지만 그는 귀국해 고등학교를 2년 반 만에 조기졸업하고 SAT시험을 치러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 금융학과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 공부와 골프를 병행한다.
대학 1년 때 NCAA(미국대학체육협회) ‘올 어메리칸’으로 선발되었고 2학년 땐 ‘올해의 선수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5학기를 다니면서 우등상을 받은 그는 짬을 내 Q스쿨에 도전, LPGA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 풀시드를 받은 선수 중 한국선수로는 그가 유일하다. 프로로 뛰어들기 전까지 아마추어로서 그의 통산 우승 횟수는 76승에 달한다.
 
공부에서는 ‘공부벌레’, 골프에서는 ‘골프천재’라는 소리를 들어온 그였지만 프로로 뛰어든 뒤 성적은 부진한 편이다.
올 시즌 11개 대회에 참가해 7개 대회는 컷 통과에 실패했고 코츠 골프챔피언십 공동 6위가 최고 성적이다. 라운드 당 퍼팅 수 28.97로 4위에 랭크 되어있을 뿐 다른 부분의 경쟁력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허리 디스크 통증이 심한 데다 스윙을 교정 중이어서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와중에 그는 볼빅 챔피언십이 끝나자마자 샌프란시스코로 이동, 36홀로 치러지는 US여자오픈 최종 예선전에 참가해 2장의 US여자오픈 참가 티켓 중 하나를 거머쥐었다. 나머지 하나는 캐나다의 한국계 2세 테일러 김이 차지했다고 한다.

주타누간 자매를 압도하던 양자령이 LPGA투어를 호령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양자령 나와라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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