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골프는 철저하게 자신과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운동이라고들 말한다. 3~4명이 한 조를 이뤄 플레이하지만 동반자로부터는 도움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는 결코 혼자서 하는 운동은 아니다. 캐디라는 협조자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캐디 없이 라운드 할 수 있는 골프장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캐디가 배정되는 국내 골프장에 익숙한 사람들은 캐디 없이는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기가 어렵다.
캐디 없이 혼자서 플레이한다고 가정해보자. 결코 자신의 핸디캡대로 플레이할 수 없다. 거리나 방향, 그린의 빠르기, 코스 곳곳에 도사린 함정 등을 제대로 알아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5타 이상, 많게는 10타는 더 치게 된다. 이는 곧 캐디의 말을 제대로 들으면 최소한 5타 이상은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캐디를 잘 활용하면 원활하게 게임을 풀어갈 수 있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캐디에게 의존하면 골퍼 자신의 자생력이 없어 골프가 늘지 않는다.
쉼 없이 캐디에게 질문을 던지고 심부름을 시키는 골퍼들이 의외로 많은 편이다. 거리와 방향, 장애물의 유무, 까다로운 그린의 상태 등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캐디피를 지불하니 캐디에게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그리고 웬만한 고수가 아닌 한 동반자가 캐디 이상의 도움을 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골프장에서는 캐디 말을 무조건 믿어야 한다. 플레이어는 그 골프장이 처음이거나 라운드 경험이 얼마 안 되지만 캐디는 매일 라운드를 한다. 이것만으로도 캐디는 플레이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갖고 있는 셈이다. 수많은 골퍼들과 라운드 하면서 홀마다의 특성과 그린의 흐름, 실수를 범하기 쉬운 코스, 착각하기 쉬운 코스 등을 꿰뚫고 있다. 

캐디가 아주 신참이 아니라면 플레이어는 자신의 판단보다는 캐디의 판단을 더 믿고 조언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게 상책이다. 특히 그린에서 캐디의 판단과 조언은 절대적이다. 아무리 그린 읽기를 잘 하는 골퍼라도 낯선 골프장을 찾았을 때 그린을 제대로 읽어내기란 불가능하다. 자주 찾는 골프장이라고 해도 그때그때 그린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판단이 100% 옳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린에서 타수를 줄이는 첩경은 캐디의 판단과 조언을 신뢰하고 따르는 길뿐이다.

많은 골퍼들이 범하는 실수는 지나치게 캐디에게 의존한 나머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습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거리를 가늠하고 코스나 그린을 읽어내는 나름의 안목과 방법을 터득했다면 캐디의 도움 없이도 만족스런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 캐디에게 조언을 구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골퍼들이 채를 휘두르는 것 외에는 거의 모두 캐디에게 의존하려 든다. 거리에서부터 바람의 방향, 경사도 등을 꼬치꼬치 캐묻는다. 카트에서 내릴 때 미리 몇 개의 클럽을 뽑아 준비하지 않고 볼이 있는 현장에 가서 몇 번 클럽을 갖다 달라고 소리친다. 
그린에서는 더욱 가관이다. 볼이 떨어지면서 생긴 상처를 보수하는 것은 고사하고 볼 마크를 하고 볼을 닦고 라인을 맞추는 것까지 모두 캐디의 몫으로 남겨둔다.

캐디가 볼을 잘 닦아 라인을 맞춰 놓으면 그때서야 어디가 높으냐, 내리막이냐 오르막이냐, 잔디 결이 역결이냐 순결이냐 등 질문세례를 쏟아낸다.
아무리 유능한 캐디라 해도 네 명이 동시에 여기저기서 질문을 퍼붓고 주문을 해대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네 명의 채를 받아들고, 퍼터를 전해주고, 마크를 하고, 볼을 닦아주고, 라인을 맞춰 놓는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도 벅찬데 미세한 것까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캐디에게 물으니 캐디로선 감당키 어렵다.
그런데도 미스 샷을 하고 난 뒤에는 캐디 탓으로 돌리기까지 한다.

유능한 골퍼는 캐디를 바쁘거나 피곤하게 하지 않는다. 클럽을 선택하거나 볼 마크를 하고 볼을 놓는 일은 스스로 하고 긴가민가한 것에 대해서만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 답을 얻는다. 캐디가 여유가 있어야 네 명의 특징을 파악하고 필요한 순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

지나치게 캐디에 의존하는 골퍼는 걸음마를 배우고도 엄마 손을 놓지 못하는 어린 아이와 다를 바 없다. 아이가 엄마 손을 놓고 걷다 넘어지면서 혼자 걷는 법을 익히듯, 골퍼 역시 캐디의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습관을 익혀야 자립 독행하는 완전한 골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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