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골프 예찬론을 펴며 가능한 한 골프채 놓기를 거부하는 골프애호가들은 실은 매조키스트(masochist)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다. 골프가 안겨주는 즐거움보다는 고통이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도 골프와 결별하지 못하고 골프 때문에 생기는 희로애락에 이끌리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갖고 있지만 뿔이 없다. 코뿔소나 들소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이 없지만 단번에 맹수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뿔을 갖고 있다. 동물의 왕국에서 맹수들이 들소를 공격하다가 뿔에 받혀 공중으로 치솟아 떨어진 뒤 발에 짓밟혀 도리어 생명을 잃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치타나 하이에나 늑대들은 튼튼한 네 다리로 초원의 강자로 살아간다. 다리가 둘 뿐이 새들은 대신 힘찬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로 종족을 이어나간다. 뱀은 다리도 날개도 없지만 치명적인 독으로 외부의 공격을 막아낸다.
 
골프채를 잡은 사람들의 욕심은 끝을 모른다.
처음엔 운동 삼아, 취미 삼아 적당히 즐기겠다고 나서지만 골프채를 잡고 나면 상황은 돌변한다. 100타나 깨겠다든가, 보기 플레이어만 되면 만족하겠다는 소박한 꿈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시지프스의 형벌을 자청한다.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에 밀어 올려놓는 순간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굴러 떨어진 바위를 다시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노역을 되풀이한다.

골프채를 잡은 사람들의 욕심은 목표에 도달하는 데 머물지 않고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을 중요시 여긴다는 점에서 자기학대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어쩌다 행운이 뒤따라 목표 스코어에 도달한 것은 성취로 보지 않는다. 스스로 인정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행운과 선심으로 만들어진 스코어는 수치일 뿐이다. 비록 스코어가 나쁘다 해도 만족스런 과정을 거쳤다면 거기서 기쁨을 맛본다.

그래서 거의 모든 골퍼들이 만족스런 과정을 거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골프채를 놓을 때까지 비거리, 일관성, 정교함과 씨름한다. 골프를 생업으로 하는 프로선수들에게도 비거리, 일관성, 정교함을 두루 갖추는 것이 지난한데 주말골퍼들이 여기에 매달리니 뜻대로 될 까닭도 없고 만족에 이를 수도 없다. 자연히 자신에게 부족한 면을 자책하며 학대에 가까운 연습을 마다하지 않게 만든다. 

신체적 조건이나 굳은 습관 때문에 비거리가 나지 않는 사람은 어프로치샷이나 퍼팅으로 잘 버텨내면서도 기를 쓰고 비거리 늘리는데 혈안이 돼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드라이버를 바꿔보고 자세를 교정해봤지만 별 효험이 없다는 것을 경험했으면서도 비거리 증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반대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비거리를 자랑하면서도 자주 미스 샷을 내 골탕 먹는 사람들은 일관성이나 정교함을 갖추기 위해 씨름한다. 연습장에서 연습시간의 절반 이상을 어프로치샷에 할애해 거의 기계적으로 볼을 목표지점 가까이 붙이는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골프코스에서 나타나는 미스 샷을 용납하지 못하고 자신을 학대한다.   

동물의 세계에 비유하면 사자나 호랑이가 뿔이나 날개까지 원하는 것이다 다름없다. 애초에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니 자기학대는 피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라운드 중에 끊임없이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바보!” “멍청이!”를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 즐기러 나왔는지 자기학대를 하러 나왔는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자신의 신체의 특징, 연습과정의 카르마, 타고난 성격과 기질 등을 인정하는 자세를 갖지 않는 한 자기학대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인정하고 주어진 조건과 상황 아래에서 최선의 길을 찾는다면 골프로 인해 매조키스트가 되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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