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제임스 한, 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서 2승째
아리야 주타누간, LPGA 투어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서 첫 우승

재미교포 제임스 한(35)이 9일(한국시간) 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고, 같은 날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은 LPGA 투어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정상에 올랐다. 사진은 2015년10월15일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의 모습이다. ⓒ골프한국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는 철저하게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운동이다.
골프만큼 곳곳에 마음의 평정을 깨는 지뢰가 깔려 있는 운동도 드물다. 자칫 하다간 분노 절망 만용 등 온갖 감정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을 밟아 스스로 자멸의 벼랑으로 추락하고 만다. 동반자나 앞뒤 조의 부적절한 행동에 의해 일어나는 불편한 마음, 눈에 거슬리는 캐디 때문에 생기는 짜증 등은 사소해보이지만 골퍼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골프장에서 겪는 분노 중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자신으로부터 생기는 분노일 것이다. 좋은 컨디션인데도 연속적으로 OB를 낸다거나, 맞는 소리는 좋았는데 공이 벙커나 러프로 날아가 버리거나, 눈감고 쳐도 될 아주 가까운 거리의 퍼팅을 놓쳤거나, 파5홀에서 2온 할 수 있는 거리에 드라이브 샷을 날려놓고 뒷땅을 쳐 겨우 4온에 머문다거나, 버디찬스를 놓침은 물론 3퍼트를 해서 보기를 하는 등 분노가 일어날 여지는 수없이 많다. 골프를 쳐보면 개개인의 진면목이 숨김없이 드러나듯이 인내의 깊이도 금방 알 수 있다. 평소 아무리 인내심이 강한 사람도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분노를 삭이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은 그다지 흔치 않다.

인생과 생업이 걸린 프로골퍼들은 주말골퍼들이 상상할 수 없을 분노 좌절 만용의 유혹과 씨름한다. 그리고 승리의 트로피는 어김없이 무서운 인내심으로 평정심을 유지한 선수, 분노 좌절 만용이란 감정의 회오리에 가장 적게 휘말린 선수에게 돌아간다.

9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 할로우GC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재미교포 한재웅(35·미국이름 제임스 한)이나 여러 번 우승문턱에서 기회를 놓치다 미국 앨라배마주 프래트빌 RTJ 골프트레일에서 열린 요코하마 타이어 LPGA클래식에서 그렇게 갈망하던 LPGA투어 첫 승을 올린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20)은 골프란 결국 인내심의 경쟁이란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어떤 승리든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지만 이들의 우승은 긴 기간을 두고 각고의 노력으로 인내심을 담금질해온 결과이기에 골프를 생업으로 삼은 사람이든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든 귀중한 교훈으로 다가온다.

초등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 가 UC버클리대를 나온 한재웅은 2003년 프로에 입문했으나 PGA투어 첫 승(2015년 노던트러스트 오픈)을 올리기까지 12년이 걸렸다. 첫 승을 위해 12년을 기다려왔다는 뜻이다.
프로에 입문한 이후 캐나다에서 열린 에드먼튼 오픈, 캐나다 매킨지투어, 웹닷컴투어 렉스병원오픈에서 우승한 적이 있지만 2013년 PGA투어 자격을 얻은 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 프로전향 12년 만에, PGA투어 진출 3년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이때 한재웅은 무겁기 그지없는 인내심으로 폴 케이시(잉글랜드), 더스틴 존슨(미국) 등과 3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감격의 승리를 안았는데 이번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평정심을 갖고 기다려 로베르토 카스트로(미국)를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물리치고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로즈, 필 미켈슨, 리키 파울러 등 쟁쟁한 선수들과의 선두경쟁에서도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자신을 믿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담금질 해온 인내심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태극낭자들과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벌이다 좌절을 맛본 아리야 주타누간의 LPGA 첫 승 또한 인내심의 극단을 보여주었다.
두 살 위 언니 모리아 주타누간, 포나농 파트룸 등과 함께 태국의 골프스타 3인방으로 꼽히는 아리야 주타누간이 LPGA투어 데뷔 2년 만에 태국 선수로는 첫 LPGA투어 우승자라는 영광을 안은 것은 그동안 얕은 인내심의 한계를 스스로 극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상치 않은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리야 주타누간은 2013년 LPGA투어 첫 승을 올렸어야 했다. 자국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 초청선수로 참가한 주타누간은 2위 박인비에 3타 앞선 상태로 마지막 18번 홀(파5)을 맞았다. 냉정했다면 안전하게 우드를 잡았을 텐데 그는 마지막을 극적으로 장식하고 싶었던 것 같다. 드라이버샷은 잘 나갔다. 그냥 파나 보기만 해도 여유 있게 우승할 수 있었는데 그는 화려한 쇼를 의식한 탓인지 우드를 잡고 2온을 노렸다. 그러나 볼은 그린 앞 벙커 턱 밑에 박히고 말았다. 결국 트리플 보기를 범해 박인비에게 우승컵을 내주었다. 
지난 4월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에서도 15번 홀까지 2타 차로 앞섰으나 후반 티샷이 흔들리면서 마지막 세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리디아 고(18)에게 역전 우승을 당했다.

그러나 요코하마 타이어 LPGA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선 예전의 주타누간이 아니었다. 2위(이민지)에 3타 앞선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아리야 주타누간은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애써 태연한척 미소를 보였으나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러나 주타누간은 극도의 긴장감에 휘둘리지 않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난이도가 있는 17번 홀(파5)에서도 2온을 노리지 않고 안전하게 끊어 쳐 보기로 막은 주타누간은 18번 홀(파4)에서 아예 티샷을 아이언으로 했다. 두 번째 샷도 그린을 벗어났으나 파 세이브를 할 수 있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조심하고 보수적인 루트를 택한 것을 보면 우승 기회를 놓친 지난 대회에서 분노 좌절 방심 자만 등을 억누를 수 있는 인내심의 중요함을 깨달은 것 같다. 양희영, 스테이시 루이스, 모건 프레슬 등 강적들을 한 타 차이로 따돌릴 수 있었던 것은 리주타누간이 전보다 훨씬 덜 흔들렸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골프교습서에 Control(통제) Confidence(확신) Concentration(정신집중)을 골프의 필수 3요소(3Con)로 들면서 유독 컨트롤을 앞세운 것은 그만큼 골프장에서 솟구치는 분노나 충동 방심을 통제하는 인내심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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