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지난 15일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 내습한 지진으로 JLPGA투어 KKT텁 반테린 레이디스오픈 대회가 취소되었다.
이 대회는 당초 15~17일 사흘간 구마모토 기쿠치군의 구마모토공항CC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날 규모 6.6의 강진이 발생하자 주최 측은 1라운드를 취소한 뒤 여진이 이어지자 대회 자체를 전면 취소됐다.

경기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천재지변이 아닌 한 골프경기가 중단 또는 취소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골프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2차 대전이 한창일 때도 골프코스를 찾는 사람이 많아 전쟁 중에 적용되는 특별한 골프 룰이 생길 정도였다고 한다. 이 영향으로 아직도 영국의 한 클럽의 로컬 룰에는 ‘경기 중 권총사격이나 포 사격이 있을 경우 플레이어는 경기 중단에 대한 페널티 없이 몸을 숨길 수 있다.’는 규정이 남아 있다.

또 회원의 안전을 위해 불발탄이 발견될 경우 불발탄이 폭발하더라도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지점에 붉은 깃발로 마크를 해놓고 이 지점에서 드롭 해 치기로 한 규정도 보인다. 적군의 공격으로 볼이 움직이면 리플레이스 할 수 있으며 같은 상황에서 볼을 잃어버리거나 볼이 부서졌을 경우 홀에 가까이 다가서지 않은 지점에서 벌타 없이 드롭 할 수 있다는 로컬 룰도 나타났다.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 간의 분쟁이 한창이던 1992년 가을 인도를 방문한 영국의 크리켓 선수단의 선수들과 기자들이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서 골프를 쳤는데 당시 각 조에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군인 6명이 경호원으로 배치됐다고 한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60년 5월1일 U-2기가 소련 영공에서 격추되어 조종사가 체포된 사건이 발생한 그 순간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공개돼 언론으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았다. 세계 도처에서 전쟁을 수행중인 미국은 전쟁 때문에 골프를 중단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미국에서도 모든 골프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적이 있다.
바로 2001년 9월11일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알 카에다에 납치된 항공기를 이용한 사상 최악의 테러가 일어나자 PGA투어와 LPGA투어 등 정규대회를 포함해 모든 골프대회가 취소되었다. 그해 열기로 돼있던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 대회마저 1년 뒤로 연기되었다.
전례 없는 미국의 이런 결정은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테러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많은 선수들이 항공편으로 이동하는 것을 꺼리는 데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임박하면서 대회 자체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었다.

미국에서 PGA투어가 취소된 것은 1949년 텍사스 주의 포트워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콜로니얼 클래식이 폭우로 취소된 이후 52년 만이라고 한다. 1927년 시작된 라이더컵 대회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6년간 중단된 적이 있을 뿐 2년마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빠짐없이 열려왔다. 이런 골프역사는 웬만한 비상상황이 아닌 한 지구촌 어느 곳에선가 골프대회가 끊임없이 열려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쟁이 터지고 총성이 울린다고 골프를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면 골프의 마력에 홀린 그들(골퍼)을 웬만해선 말릴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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